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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5

20051207 친구야 가슴을 열어라

by 굼벵이(조용욱) 2023.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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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7(수)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회의자료를 전무님께 보고 드렸다.

당신이 직접 참석하는 것이 아니어서 그런지 별로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파워포인트를 배워야겠다는 강한 유혹을 받았다.

어차피 파워포인트를 이용하여 강의나 브리핑을 해야 할 일도 많을 것 같으니 이 기회에 제대로 배워 전문 강사요원을 꿈꿔보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도 시간을 내어 파워포인트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두 세 개의 강의를 듣고 나니 조금씩 자신이 붙는다.

파워포인트가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어제 저녁무렵 KH부장이 내 자리에 놀러 왔기에 인사전문가 육성을 위한 내 계획을 설명해 주었다.

코넬 대학에 한달짜리 맞춤형 단기 전문가 과정을 개설하고 전문요원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과 ASTD나 SHRM Seminar에 참석하여 인사관리에 관한 새로운 이론이나 조류를 follow up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KH이는 갑자기 얼굴색이 변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이것저것 다 벌리며 J처장이 도대체무엇을 하려하는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리고 총무팀장 석으로 갔다.

그는 자기 고유 직무영역이라고 생각하는 분야를 치고 들어오는 내가 죽도록 미웠을 것이다.

마음을 볼 수 있는 거울이 있어 그를 비추어 보았다면 참 재미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다가가 그의 마음을 다독이며 열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곧바로 새로운 시상으로 떠올랐다.

수첩에 몇 자 끄적거린 것을 옮겨본다.

 

친구야

 

가슴을 

활짝 열어 두시게

한겨울 외갓집 사랑방

아랫목처럼

따끈하게 뎁혀놓은 채로

언제든 달려가

젖무덤에 얼굴을 묻고

잠들 수 있도록

 

 

나는 이 시를 각 부장들에게 보냈다.

KC이는 시에 대하여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며 일부러 전화를 주었다.

KKN부장도 점심식사를 같이 하면서 어떻게 그런 좋은 시를 쓸 수 있는지 정말 대단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촌평을 해 주었다.

KTH도 관심을 가지고 그 시의 내용이 제목과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KHC이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그 시를 썼는데 정작 당사자인 KHC이는 싸늘하게 한마디 말이 없다.

그래도 밝은 횃불을 들고 그에게로 다가가련다.

조금은 속없는 사람처럼 보여도그렇게 다가가련다.

 

책을 샀다. “경영자 본능”과 “전문가의 특성”이란 제목의 책이다.

 

고려대로 수업을 받으러 갔다.

SHK이가 진행하는 Hay 직무평가법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암튼 삶은 평생 학습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참석자들이 수업시간을 바꾸려 해 내가 못 바꾸게 했다.

철없는 KTH이가 나서 다수결로 결정하자고 제안을 하는 바람에 내가 중간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단 정해진 룰은 존중받아야 하며 회사 일을 소홀히 한 채 학습장으로 나갈 수는 없으니 지금의 시작시간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하여 시작시간을 앞당기려는 시도를 무산시켰다.

남부터미널 역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가에 퓨전 포장마차집이 있다.

달랑 김밥 한 줄 먹고 수업을 받다보니 배가 몹시 고픈데 그 늦은 시간에 라면이나 밥을 먹으면 바로 살로 갈 것 같아 포장마차에서 맥주나 한 잔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혼자 술집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

그냥 집으로 들어와 집사람에게 맥주를 청했다.

집사람이 골뱅이와 함께 맥주 한 병을 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