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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무들기 농장

이원석의 까마귀 클럽을 읽고

by 굼벵이(조용욱) 2023.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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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0일 오전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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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광고카피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아저씨, 아저씨 나이쯤 되면 인생을 알게 될까요?"
"아니... 피로를... 알게 돼...."
젊은이는 끝없이 새롭게 방황하고 좌절한다.
그러면서 삶에 피로감을 느끼고 그 피로를 해소한다는 이유로 여행을 떠나지만 여행은 또다른 피로를 더할 뿐이다.
피로의 끝에 만난 '소진'은 더이상의 새로운 시도를 멈춘 채 자진하거나 완전히 다른 생으로 변신한다.
일테면 머리를 깎고 입산하는 식의 변신이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덩달이 여행'을 떠난다.
남이 가니까 안가면 남에게 뒤지는 듯해서 간다.
하지만 그건 진정한 의미의 여행이 아닌 듯하다.
단순히 유희가 목적인 여행도 사실 여행이 아니다.
집 떠나면 뭐든 생소하고, 불안하고, 불편해 개고생만 하기에 유희란 목적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 이소는 '여행의 궁극적 목표는 끝을 경험해 보는 것이고 여행은 작은 종결이나 작은 죽음을 삶에 선사한다'고 했다.
여행은 반복되는 피곤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를 경험하고 새롭게 재탄생하기 위해 떠나는 거다.
즉 피로의 끝에서 소진해 없어지지 않기 위해 가는 거다.
이 단편집에서는 각 단편마다 여행을 주제어로 담고 있고 여행의 끝은 많은 경우 죽음이나 이별로 귀결된다.
죽음은 소진되어 없어지는 것이고 이별은 새로운 나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이원석 작가는 서른도 안된 94년 생이고 2022년에 이 소설집을 출간했다.
내 막내아들보다도 훨씬 어리다.
씨발씨발 하며 자신의 욕망이나 생각과 부딪치는 세상에 욕을 퍼부어댈 나이다.
즉 새로운 시도와 좌절들로 피로가 쌓이기 시작하는 시기다.
그런 그가 질풍노도의 시기에 토해내는 이야기를 우리 세대가 귀 기울여 경청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우리도 그랬으니까.
그런데 그냥 '내나이 돼봐라....피로를 알게 돼...' 하기엔 너무 무책임하다.
질풍노도도, 피로도, 소진도, 새로운 시작도 모두 삶이니 그냥 바다처럼 받아들일 일이다.
그런 것들이 버무려져 하나의 커다란 '성장'이 될테니까.
요즘 젊은이들 글을 읽다보면 대화방식이 우리네와 많은 차이를 느낀다.
숙고의 과정이나 상대방에 대한 심도있는 배려를 위해 머뭇거리기 보다는 시니컬하게 하고싶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내뱉는다.
사회가 그만큼 자기중심적으로 각박해져 가고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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