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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6

20060930 굼벵이 첫 득멍기

by 굼벵이(조용욱) 2024.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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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9.30(토)

새벽 5시 50분에 잠에서 깨어났다.

차를 몰아 본사에 들러 어제 준비해 놓았던 라면이며 빵 따위를 차에 실은 후 광미낚시에 들러 덕이와 묵이를 사가지고 홍천강으로 향했다.

 

그날의 조행기를 이렇게 썼다.

 

미성년자 관람불가(굼벵이 조행기)

출조 전날인 어제(금요일 29일) 저녁에 진한 회식이 있었다.

멀리 통영에서 전어회와 농어회를 보내와 회사 식구들이 파티를 열었는데 그게 발단이 되어 밤새도록 술이 이어졌다.

술자리가 파한 후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3시 50분, 그때부터 잠을 잔다 해도 1시간 30분밖에 잠잘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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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기운에 그대로 골아 떨어졌지만 새벽 5시 50분에 눈이 떠졌고 그 때부터 주섬주섬 채비를 챙겨 우선 회사로 향했다.

오늘 여행에 필요한 몇 가지 준비물을 회사에 두고 왔기 때문이다.

필요한 물건을 싣고 곧바로 광미로 달렸다.

광미에는 나보다 한 발 앞서 한여울 회장님 내외가 들어서고 계셨다.

덕이와 묵이를 넉넉히 사고 혹시 띄움 낚시에 필요할까 싶어 고추찌도 하나 주문했다.

여사장님이 그건 그냥 가져가란다.

요 몇 주일 매주 들렀더니 벌써 나를 알아보고 베푸는 친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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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한참 술이 취해 있는 상태에서 장금이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청우선배님과 몇몇 고수선배님들께서 함께 밤벌에서 낚시를 즐기고 수원민박에서 주무셨던 모양이다.

따라서 밤벌로 오지 말고 그냥 수원민박으로 오라는 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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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경에 수원민박에 도착하니 막 아침식사로 라면을 끓여드실 채비를 하고 계셨다.

왕박골 앞쪽 여울에 가볼 생각이라고 하셔서 식사하시는 동안 내가 차를 몰아 그리 가 보기로 하였다.

여울이 잔잔하고 흐름이 거의 없는데 벌써 두 분이 수장대를 박고 여울에 서 계시다.

다시 나와 다리 앞 여울로 장소를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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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부터 추억여행을 겸한 1박 2일의 나홀로 견지가 시작되었다.

이번 여행은 젊은 날의 한을 풀기위해 시도되었다.

어릴 적 나는 친구들과 산 따라 물 따라 좋은 곳 찾아다니며 밥도 지어먹고 텐트에서 잠도 자며 야영하고 싶은 강한 욕망이 있었다.

그러나 국민학교 6학년 어린 나이로 부모님 떠나 홀로 서울에서 공부를 해야 하는 내게 그것은 하나의 꿈이었다.

그 꿈이 지금까지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태에서 내 아이들이 나를 해방시켜줄 만큼 자랐고, 일상에 지친 내가 자유롭게 사는 모습을 이해해 주는 집사람 덕에 이루지 못한 꿈을 찾아 이곳 왕박골 여울 앞에 차를 세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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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으로 장금님이랑 라면을 끓여먹었다.

그동안 잡은 피라미가 10여수 되어 그걸 함께 넣어 끓이니 생선 비린내가 우러나 먹을 만하다.

어제의 지나친 과음으로 속이 뒤집힌 상태여서 이슬이는 한 병을 둘이 나누어 먹는 정도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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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 후 들어선 여울에서 나는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무슨 연유인지 모르나 옆에서 같이 한 장금이님은 잘 걸어낸다.

그걸 보면 운도 있어야 하지만 역시 견지는 실력이다.

그리고 여울마다 특색이 있고 그 특색에 맞는 견지기술이 따로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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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다가오고 장금이님도 떠나려고 짐을 꾸리고 있다.

장금이님이 가고 나면 혼자 견지를 즐기다가 물가에 세워둔 차 안에서 젊은 날의 꿈을 다시 더듬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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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무언가 터걱! 하더니 묵직하게 설장을 탄다.

광케이블 대를 신현성씨에게 특별 주문하여 제작한 강대가 줄이 끊어질 정도로 팅팅거리며 설장을 탔다.

그러다가 줄을 끊어먹은 기억이 있어 조심스럽게 무리하지 않고 물가로 녀석을 인도하였다.

사진으로만 보았지 실체를 보지 못했던 멍짜가 얼굴을 드디어 보이기 시작한다.

물고기가 아니라 괴물이다.

물고기 입이 거짓말 조금 보태서 내 입 만하다.

고작 코딱지만한 구더기 두세 마리 주워 먹으려 그 큰 입을 들이댔다가 이런 봉변을 당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거구에 큰 입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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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바보처럼 살아야 한단다.

쉽게 이야기하면 속과 겉이 다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속과 겉이 다른 것은 고사하고 까질 대로 까진 우리네 인간들은 맛난 것이 있어도 요모조모 재면서 냉큼 달라붙지 못하지만 누치는 크나 적으나 체면 불구하고 달라붙는다.

자연에서 왔으면서 가장 자연을 거부하는 우리네 인간들은 그래서 癌도 많고 탈도 많다.

누치의 두터운 입술은 약간은 맛이 간 바보스러운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바보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살아왔을 누치의 漁生에 암이 머무를 자리가 없을 거란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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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저물고 날이 어둑해지자 또 다른 사람들이 교대하며 물가를 찾는다.

여울 앞 작은 산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여인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이하 미성년자 관람불가)

그리운 남정네를 기다리다 지쳐 진저리가 나도록 한이 맺힌 모습을 하고 있다.

한 여인은 닫힌 모습으로 또 한 여인은 열린 모습으로 강변을 찾는 남정네를 향해 자신의 한을 드러내고 있다.

가을의 문턱에서 그녀의 주변이 분홍으로 물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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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한여울에서 청우선배님이 공구 물품으로 침낭을 제안하셔서 택배비 4000원을 주고 4만원에 오리털 침낭을 구입했는데 여울 물소리를 들으며 차 안에서 그 침낭을 덥고 자니 정말 포근하다.

자동차의 중간좌석을 꺾어 완전히 눕힌 후 혼자 호젓이 차 안에 누워 추억 속의 나를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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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성장통을 앓는다.

자신의 과거 속에 아주 어린 시절 자라다가 성장을 멈춘 어린 아이가 그대로 살고 있어 그 아이를 아프게 할 때마다 심한 심적 고통을 겪는다.

그래서 이 어린이가 지금의 나이에 맞추어 한꺼ㅈ번에 훌쩍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흐르는 강물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별과 바람과 함께 하는 하루는 나의 성장통을 해결 해 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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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7시부터 스침을 시작했지만 별 조과는 없다.

내 윗 편에서는 계속 올라오는데 무언가 포인트를 잘못 읽었거나 약간 쉰내 나는 묵이가 원인이지 않았나 싶다.

장금이님이 썰망에서 쓰다 남은 묵이를 주고 갔는데 하루를 지나는 동안 상했는지 약간 쉰내가 났었는데 그게 원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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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무렵에 큰 놈 하나 걸어 올리다가 터지고는 이내 소식이 없다.

너무 많은 멍을 기대해도 안 될 것 같다.

적당히 만족하고 즐거움을 낚는 여유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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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밭에서 차를 빼려다가 운전 미숙으로 구렁에 빠져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가 보험사 SOS 서비스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다.

4륜구동이라고 까불다가 당한 고통이니 만큼 매사에 겸손함을 가지라는 교훈이어서 반면교사로 삼을만하다.

자갈밭에서 고생한 애마가 처량하게 축 늘어선 모습을 하고 있다가 페이브드 로드에 들어서니 예전처럼 참기름 바른 것 마냥 예쁘게 미끄러지며 쌩쌩 서울로 향한다.

시간은 벌써 오후 세시를 넘어서고 있다.

 

제가 처음 잡은 첫 멍 58센티짜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