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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7

20070209 아주 끔찍하게 보낸 하루

by 굼벵이(조용욱) 2024.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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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9(금)

엄청 바쁘게 하루를 보냈다.

발전직군 폐지와 관련하여 부사장님 주재로 회의를 열었다.

내게 기획본부장에게 가서 설명하라며 보고서 결재란 하단에 경영기획본부장이라고 적어 넣고는 차라리 그러지 말았어야 한다며 전무님이 후회하신다. 

이의를 제기하며 일을 복잡하게 꼬아 놓는 기획본부장 때문에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많이 겪었다.

하지만 다른 차원에서 보면 우리가 모든 것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공감대를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는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신뢰감을 얻을 수 있었다.

마침 처장님이 회계법인 선정을 위한 평가회의에 참석하시는 바람에 내가 대신 기획본부장 방에 들어가서 설명을 드렸다.

기획본부장은 마침 긴한 손님을 만나야 한다며 급하게 자리를 떴다.

내게는 정말 잘 된 일이다.

 

발전회사 파견자 PJ부장이 나랑 면담하기 위해 왔었다.

 

노조 P국장이 전무님 방에 와서 아침에 또 한 번 깽판을 치고 갔단다.

그는 남의 약점을 잡아 파고들어 상대를 몰아치는 데에는 정말 뛰어난 사람이다.

윗사람 지시에 따라 나는 결국 그들이 원하는대로 정년연장에 관한 노사합의 문안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전무 방으로 노무처장 방으로 인사처장 방으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회사측 문안을 확정한 후 J실장과 함께 P국장에게로 갔다.

그는 의자를 뒤로 제낀 채 거드름을 잔뜩 피우며 나를 하대했다.

하지만 내 눈엔 그게 그렇게 추하게 보였다.

내가 한마디 할 때마다 말 꼬리를 잡아 제 멋대로 치고 들어오며 심하게 공격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가슴이 미어지지만 겉으로 그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J실장은 내용도 모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천방지축 나서며 잘난 척을 했다.

내가 보기엔 협상의 기본도 모르면서 제멋대로 지껄이며 P와 정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회사측 협상 당사자인 내 입장에선 노조측 P보다 더 답답하게 노조측 요구에 동조한다.

그런 사람들이 회사를 좀먹는 사람들이다.

도대체 노무처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노조를 대변하기 위한 처라면 있어선 안되는 처다. 

지금의 오늘이 있기까지 그는 JW노무처장과 함께 나를 매도하고 다닌 인물이다.

정년연장을 하기로 했는데 조용욱이가 반대해서 못한다고 노조에게  떠벌이고 다녔던 사람이다.

그래 놓고는 지금 와서 딴 소리를 하니 노조가 오히려 답답해 한다.

내가 정년을 연장해주지 않는다고 오만군데 돌아다니며 나를 이리저리 잘근잘근 씹어댄 사람이다.

그렇게 경박스러운 사람을 그자리에 앉힌 저의를 모르겠다.

하루 온 종일 11층 12층, 13층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정신없이 보내고 저녁에 과장들과 순대국밥 집에서 순대 한 사라를 놓고 소주를 마셨다.

비록 순대 수육에 소주 한 잔 이지만 모두들 즐거워한다.

우리 과장들은 참 소박하고 좋은 사람들이다.

 

처장이 KS 부처장을 아작내고 말았다.

T/O를 주지 않아 현재 파견자 신분으로 나와 일하고 있는 과장들을 더 이상 불안한 파견 상태로 놓아둘 수 없어 처장에게 가서 이야기 했더니 처장이 K부처장에게 먼저  가서 설명을 하고 어디에 문제가 있는 지 알아보라고 해 지난 목요일 K부처장에게 가서 3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처장도 아니고 전무도 아닌 K부처장이 정원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2년 동안 졸라대는 나를 소 닭 보듯 했던 것이다.

결국 나는 사실대로 처장에게 보고했고 처장은 내게 전무님에게도 보고하라고 지시하고는 이리저리 다니면서 K를 잘근잘근 씹어대기 시작했다.

대놓고 직접 이야기한 것이 아니고 내가 그에게 당했던 방식 그대로 우회적으로 K를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K부처장이 가슴에 심한 상처를 입었다.

스스로 만든 상처이기에 어찌 보면 자해다.

K처장의 사람 죽이기 방식은 매우교활하다.

과거부터 잘못해온 내용들을 하나 하나 끄집어내어 싸잡아서 통째로 신랄하게 비난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잘못 걸려들면 완전 걸레가 되어버린다.

어떤 자리든 말도 엄청 많이 한다.

아마도 그는 그 말로 인하여 문제가 되는 일이 많을 것이다.

나도 JEH사건에 휘말려 똥통에 빠졌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그가 세치 혀로 엄청난 공을 세웠다.

결국 K부처장이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4직급 정원 3개를 내어놓았다.

완전히 발가벗고 항복한 것이다.

그래놓고는 K처장이 내게 K부처장에게 가서 미안하니 저녁을 사주겠다고 하라고 이른다.

대단한 처세술이다.

K부처장에게 가서 미안함을 전하니 그는 너무 상처가 깊었던 모양이다.

오히려 내게  한탄을 한다.

둘은 서로 동향에 대학 선후배 관계이니 더더욱 벗어날 수 없는 운명체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얻어 터지기 전에  미리좀 해주시지...)

다음 주에 시간을 내어 K부처장과 함께 K처장 모시고 저녁식사를 해야겠다.

그냥 숨만 쉬고 밥만 먹는다고 사는 게 아닌 모양이다.

이렇게 힘들게 사람과 사람간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며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