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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202 아 정말 답답하다!

by 굼벵이(조용욱) 2024.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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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2()

이번 토요일엔 무조건 낚시 여행을 떠나겠다고 별렀다.

그래서 금요일 동기모임에 가는 길에 현암선배와 오승준에게 전화를 걸어 동행 출조를 제안했다.

모두들 함께 하겠단다.

아침 620분경에 현암선배를 실은 사이버 준의 자동차가 우리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왔다.

그들을 싣고 고속도로를 달려 목계로 달려 중앙탑 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한 뒤 목계 보조댐 아랫여울에 들어섰다.

오전에 현암 선배만 두 마리를 낚았다.

그것도 바로 내 코앞에서 낚았다.

아무래도 오늘은 현암을 물가로 꾀어 내기 위한 날인가 보다.

아래 여울 소는 그리 크지 않아서 몇 마리 빼먹으면 없다.

점심시간에 거치해둔 낚시를 큰놈이 물어서는 바위를 감고 쳐박아버린 모양이다.

애자대 줄이 다 풀어졌는데도 놈이 꿈쩍을 안하고 있다.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줄을 끊고 말았다.

더 이상 입질이 없어 오후 세시 반경에 낚시를 거두었다.

집으로 돌아와 같이 저녁식사를 하러갔다.

우삼겹살 집에서 현암과 소주 각 1병을 마시고 된장찌개로 저녁을 마무리했다.

오늘은 현암선배 기분이 최고다.

아무도 잡지 못했는데 자신만 대멍 두 마리를 걸었으니 기분이 안 좋을 리가 없다.

저녁 밥값도 내시겠단다.

만일 내가 열 마리를 걸었다면 두 마리에 기분이 상했을 것이다.

그래서 행복도 선택이란 말이 생겨난 거다.

자신이 행복을 선택하면 행복한 것이다.

똑같은 두마리에도 상황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

일요일엔 테니스를 하러 나갔다.

문호 부사장이 새벽부터 나와서 코트에서 워밍업을 하고 있다.

지난 날의 아픔을 테니스를 통해 극복하려는 듯하다.

그가 밝은 얼굴을 보이니 나도 즐겁다.

잘 나가던 시절에는 막말하며 그렇게 거만을 떠시던 분인데 이제는 낮은 자세로 테니스 채를 잡고 있다.

하지만 운동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결국 운동장에서도 과욕이 화를 불렀다.

인생은 마음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결국 운동을 많이 안 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공을 무리하게 받다가 종아리 근육이 파열돼 버렸다.

그에게는 여러모로 운이 따르지 않는 시기인 듯하다.

그러고도 그는 계속 시합을 이어가려 했다.

아마도 그런 감투정신이 그를 부사장까지 가게 하지 않았나 싶다.

 

테니스 회원들과 점심을 같이 먹고 들어와 호신이랑 상담을 했다.

녀석은 완전히 정체성 혼란 상태에 빠져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왜 사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어떤 삶이 바람직한 삶인지 전혀 구분이 안되는 듯하다.

그냥 아무런 생각이 없는 듯하다.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도 재수할 생각 조차 안 하는 놈이다.

내가 보기엔 집에서 그냥 쉽고 편하게 생활하며 즐기려는 듯하다.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전혀 예측이 안되는 듯하다.

더 이상 방황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군대를 보내는 방법 밖에는 없다.

달리 방법이 없다. 

거의 한 시간 이상을 질문과 답변 방식으로 상담했다.

삶의 즐거움이나 행복 따위에 대하여는 매우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컴퓨터 책상을 치우다가 보이지 않는 구석에 처박아놓은 휴지더미를 발견했다.

모두 Masturbation의 흔적을 닦아낸 휴지더미다.

그걸 청소를 하면서 구역질이 났다.

제 침대머리에도 수북이 휴지를 쌓아놓고 있다.

이젠 수치심도 없는 듯하다.

제 욕망의 흔적을 무책임하게 휴지더미로 만들어놓은 거다.

이 엽기적 행각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오늘 아침 출근길에 그런 녀석의 잘못된 행태를 직면하여 꾸짖었다.

책상이고 침실이고 먼지 하나 없게 청소를 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그리고는 더럽고 구역질나게 처박아 놓은 흔적이 다시 발견될 때는 인터넷에 띄워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인생을 낭비하고, 청춘을 허비하는 이 바보 같은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하나...

정말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