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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416 대졸 고졸 채용수준론, 허경구 처장, 자연 다큐

by 굼벵이(조용욱) 2024.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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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6()

처장실 오전 회의를 마치고 우리 차장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war room 에 내려갔다.

엊그제 보고문서 변경과 관련해 차장들에게 좋지 않은 이야기를 했고 선우욱이는 이에 반기를 들고 기분이 나빠하는 듯했었다.

불만이 마음에 오랜동안 맺혀 있으면 관계가 나빠지므로 욱이 동태도 살피고 기분도 풀어줄 겸해서 내려간 거다.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다가서지 않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 깊은 상처가 있는 게 확실하다.

빠른 시일 내에 풀어주어야겠다.

채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국은 감추어 두었던 내 속마음을 다 털어놓고 말았다.

승진문제가 지금 이토록 심각한 지경까지 이른 것도 결국은 유입구조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지방사원이든 중앙사원이든 모두가 공통적으로 힘들어하는 문제의 원인도 결국은 유입구조의 잘못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차장들에게 사업소에 나가 여론조사를 해보라고 했더니 모두들 내 생각과 정 반대로 생각이 바뀌어서 돌아왔다.

지방사원을 모두 대졸사원으로 뽑자 느니 지방사웜은 지역의 몇몇 학교에서 추천을 받아 뽑자 느니 하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만 가져왔다.

그런 결과가 나오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여론수렴보다는 한번쯤 사업소에 나가 바람 좀 쏘이고 오라는 의미가 더 컸다.

본인들도 그런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실 인사에 대한 경험도 없고 인사가 추구하는 궁극의 목적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를 뿐더러 당장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TDR팀원들에게 어떻게 좋은 아이디어를 이끌어 낼 수가 있을까?

나는 결국 인사담당자가 가져야할 두 가지 기본 마인드셋에 대하여 설명해 주었다.

하나는 뜨거운 가슴이고 다른 하나는 냉철한 머리이다.

인사담당자는 우선 뜨거운 가슴으로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뜨거운 가슴만으로는 경영에 도움을 줄 수 없다.

인사담당자는 CEO가 믿고 의지하는 가장 중요한 오른팔이다.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냉철한 머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가 왜 고졸수준을 80%, 대졸 수준을 20%수준에서 채용하려 하는지에 대하여 이론적으로 냉철하게 설명해 주었다.

우선 직무가 요구하는 수준 별로 채용하여 보직하는 것이 직무만족도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임금구조가 명백하게 왜곡되어 가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고임금 구조가 가져오는 산업공동화나 cost push 에 따른 물가상승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불황 속 stagflation이라는 악순환구조를 끊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근본 원인에 잘못된 인력유입 구조가 있다.

이 문제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다른 문제를 풀어갈 수가 없다.

대한민국 경제 관료도 아니면서 무슨 그런 뚱딴지 같은 소릴 하느냐고 하겠지만 어느 분야든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그런 넓고 높은 시야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어느 기업이나 고졸 수준 직무에 너나 할 것 없이 대졸자를 앉혀놓고 대졸 임금을 지급하니 학력은 학력대로 계속 인플레되면서 악순환을 거듭하고 어디든 입사라도 하려면 대학을 나와야 해서 있어서는 안 될 사교육 시장이 융성하고 사교육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물가 인플레가 오면서 고물가에 시달리고,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Cost를 Push하니 경제구조가 악순환을 거듭하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인 시장구조를 왜곡시키기도 하지만 자연법칙에도 어긋난다.

내가 이런 구조적 문제점을 이야기하지만 아무리 역설해도 모두들 비웃을 뿐이다.

 

점심에 처장님을 모시고 TDR 팀원들과 식사를 같이 했다.

처장님이 직접 식사비를 냈다.

내가 내려 하니 한사코 거절하신다.

나아가 커피까지 사셨다.

오늘은 우리를 위해 일체 헌신하기로 작정하신 모양이다. 

커피를 마시면서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진솔하게 고백하신다.

청량리 즉석 불고기집에 대해서도 설명해 준다.

불고기 집에서 올 전화가 없는데 갑자기 전화가 와 당황해 했던 이야기까지 진솔하게 들려준다.

진실 앞에 모든 사람은 같이 진실해지고 공감하며 상대방을 신뢰한다.

진실이 우리가 늘 쓰고 사는 가면보다 훨씬 더 큰 믿음을 주는데 사람들은 가면을 쓰고 다닌다.

이제는 아예 페르조나가 본체가 되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내 내면 속엔 얼마나 많은 에로틱 러브스토리가 명멸하는가!

하지만 다음날 아침이면 여지없이 근엄한 남편에 엘리트 사원의 모습의 가면 안에 감추어진다.

 

농담은 어찌 보면 농담임을 빌어 자신의 감추어진 본능을 드러내는 매우 중요한 도구이다.

우리는 농담 속에서 가면 속 자신을 카타르시스 한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처장님에게 핵심인재의 정의를 설명해 드렸다.

조영탁의 행복한 경영에서 잠깐 본 이야기를 인용해 핵심인재란 관리할 필요가 없는 인재라고 정의했다.

그들은 스스로 찾아서 일하기 때문이다.

학구열이 강한 처장님이시기에 아마도 내 말의 진의를 설명 이상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렇게 서로간 좋은 정보를 공유하면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인사부장 교류회에 다녀왔다.

EAP에 대하여 의견을 교환했는데 매우 유익했다.

강의 내용보다는 다른 인사팀장들이 들려주는 현실에서의 작은 아이디어들이 우리 회사에서도 필요한 것들이어서 몇 가지 나만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MBO제도가 시행되면 반드시 목표항목에 개인적인 자기계발 항목의 목표를 설정하게 해야겠다.

그 목표에는 개인 비전이나 건강, 능력개발 등 사적인 자기계발 목표가 포괄적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나는 이를 내 개인 식스시그마 목표로 삼을 계획이다.

윤동준 실장이 우리나라에서 EAP 도입이 어려운 이유를 내게 묻기에 그가 원하는 답을 제대로 이야기 해주었다.

집단주의적 문화를 가진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주의적 문화에 적합한 EAP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주었다.

 

MBC 다큐멘터리 부국장을 하고 있는 자연 다큐멘터리 전문PD가 자연의 세계를 이야기 해주었다.

나비의 날개짓과 경주 그리고 암놈 나비가 차고 있는 정조대, , 매미, 귀뚜라미의 울음, 원앙, 치타, 사자, 가젤, 뻐꾸기, 사마귀, 개미와 진딧물, 모시나비와 개미 따위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차장들에게도 전달교육 해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