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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420 이도식 전무님 논공행상 이야기

by 굼벵이(조용욱) 2024.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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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0()

지난 금요일엔 전무님과 인사처 팀장들이 회식을 했다.

배나무골에서 오리고기를 먹었는데 전무님은 식사비가 1인당 3만원이 넘지 않도록 하게 하기 위하여 많은 애를 쓰셨다.

처음 식사를 주문할 때에도 25000원이 넘지 말라고 하셨다.

사실 그게 맞는 말이다.

특히 대접을 받는 당사자가 가격을 통제하며 그런 주문을 해 주어야 한다.

대접을 하는 사람이나 아랫사람은 윗사람 눈치 보느라 때론 분수에 맞지 않는 주문을 한다.

그런 면에서 이도식 전무님은 참으로 소박하고 진솔하다.

자신이 전무가 되는 과정이나 된 후에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모습을 가감없이 설명해 주신다.  

주변사람들 대부분이 이전무가 전무로 승진하는데 서로 일등공신이라며 다투고 나서는데 마치 까마귀가 죽은 고기 뜯어 먹듯 떼로 몰려 공치사를 늘어놓는 모습이 비열해 보이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가족까지 동반해 와 논공행상을 논하며 이전무로부터 얻어먹었는데 부족해 하는 듯해 남은 음식을 싸서 보내기까지 했다는 말을 듣고 참으로 한심한 우리의 현주소를 재인식했다.

누가 감히 박연차나 강금원이를 욕할 수 있을까?

그보다 더하면 더한 놈들이 서로 저 잘났다고 하는 사회에 내가 살고 있다.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검증되지 않은 얄팍한 지식으로 우월적 지위를 내세워 공기업을 난도질하는 모습도 한심하기 이를 데 없고 ....

능력이 없으면 인성이라도 고와야 하는데 인성마저 고약해 과거 황소 뒷걸음에 쥐잡듯 어쩌다 성공한 자신의 신화만 믿고 곰처럼 밀어붙이는 한심한 경영자는 좀 많은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런 사람들이 평균 2년 만에 한번씩 순환보직 된다는 것이다.

독점적 지위가 회사를 지탱하고 연명해 줄 뿐 경영자가 회사를 이끌어가는 것은 아니다.

때론 엄청난 갈등상황 속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영자가 그걸 책임지고 스스로 결정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그냥 자신은 모른 척 할 테니 밑에서 적당히 알아서 결정해 오기를 바란다는 식이다.

책임도 못 지면서 왜 CEO를 한다고 나섰을까?

그런 CEO 누가 못할까?

이전무님은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들어가시고 처장님도 더 이상 생각이 없으신지 바로 들어가셔서 나도 전철을 타고 들어와 일찍 잠자리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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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은 상쾌하고 기분 좋게 깨어나기를 바랐지만 그러지 못했다.

낚시여행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 속으로 아무리 별것 아니라고, 그냥 피라미나 잡으러 가는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하려 해도 도파민이 예외 없이 새벽 두 세 시면 잠을 깨운다.

밤새 뒤척이다 새벽 다섯 시 반 즈음에 일어나 낚시채비를 시작한다.

집사람을 깨워 여행갈 준비를 시킨다.

집사람은 낚시여행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그냥 집에서 잠이나 자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도 마지못해 하면서 따라온다.

반포동 아파트에 들러 현암 선배를 태워 홍천강으로 달린다.

이번에는 개야리 여울에 들어서기로 했다.

봄 꽃이 여기저기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연초록 이파리가 미치도록 나를 자극한다.

개야리는 물이 무척 줄어있었다.

너무 조용하다.

여울은 깊은 곳이라고 해야 종아리 밖에 차지 않는다.

그래도 들어서자마자 현암 선배가 돌돌이로 마수걸이를 한다.

밖에서 이를 구경하던 견지 꾼이 얼른 옷을 갈아입고 급하게 입수한다.

파라미가 연이어 올라오더니 덜커덕 대적비 한 마리가 걸려들었다.

그렇게 시간은 가고 준비해 간 점심을 먹으며 소맥을 한잔씩 했다.

술이 올라온다.

잠시 눈을 붙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하지만 그냥 입수했다.

피라미가 올라온다.

적비급 두 마리가 나를 즐겁게 해 준다.

모두 잡자 마자 곧바로 방생했다.

피라미를 잡아넣은 어망을 보니 꽤나 묵직하다.

튼실한 마자도 꽤 잡혔다.

이걸 내일 테니스장에 가져가면 회원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무렵 피라미 배를 따서 비닐봉지에 넣었다.

돌아오는 길에 허봉일 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아침 테니스 후에 갖는 식사시간에 술안주로 피라미 찜을 요리할 수 있도록 식당에 부탁해 달라고 했다.

집에 오는 길에 '기와집' 순두부집에서 순두부에 녹두전을 먹었다.

현암 선배가 당신이 밥값을 내야 한다고 우긴다.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민호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는 늦은 시간까지 문석이를 만나고 있었다.

낚시여행에서 돌아와 민호에게 전화를 걸어 두 사람을 교대 앞으로 불렀다.

간단히 샤워를하고 나가 친구들을 맞았다.

내 책을 두 권 들고 나가 한권씩 나누어 주었다.

내가 주는 책의 의미를 몰라 어리둥절해 한다.

생맥주를 1500CC씩 마시고 새벽 1시가 넘은 후에야 헤어졌다.

아마도 내가 그만 하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 더 하려 했을 것이다.

때론 힘들어도 No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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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은 테니스를 즐겼고 내가 가져간 피라미 조림이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다.

테니스장에 안 나타나도 좋으니 또 잡아오란다.

하지만 식당에서 싫어하니 그렇게 하기는 곤란할 것 같다.

가끔 피라미 많이 잡은 날엔 그렇게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영화를 여러 편 보았다.

발키리, unborn, transporter3를 감상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