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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11

20110726 돈을 제대로 쓸줄도 모르는 쑥맥인 나

by 굼벵이(조용욱) 2025. 4. 12.

7.26()

그동안 준비했던 관리역 관련 보고서를 보고했다.

우선 아침회의시간에 처장에게 보고서 없이 주요 골자 몇 가지를 미리 이야기해 주었었다.

전무에게도 며칠 전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사전에 나누었었다.

그러고 나서 보고서를 들이대니 처장이든 전무든 이의제기 없이 일사천리로 끝났다.

전무가 한 가지 전제조건을 달았다.

노조로부터 정년 관련사항에 대한 합의를 받으란다.

내가 보기에 그건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우선 자기들과 이해관계가 없다.

있다면 일시적으로 승진정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다.

어쨌거나 보고는 일사천리로 끝이 났다.

그러다보니 앓던 이 빠진 듯 마음이 아주 홀가분하다.

 

알까기 골프를 다 읽었다.

책장에서 다른 책(인맥관리)을 하나 꺼내들었다.

비교적 사교적이지 못한 나에게 진실로 필요한 것은 인맥관리 기술이다.

나는 대체로 그런 기술에 메우 취약하다.

 

우선 돈을 잘 쓸 줄 모른다.

이제부터는 돈쓰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K전무에게 휴가가는 데 보태쓰라고 OO만원을 넣은 봉투를 내밀었다.

그랬더니 

용욱이 너까지....아이고...!” 

하면서 되돌려준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난 아무래도 안 되겠다.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성과는 있을 거다.

그만큼 당신을 생각한다는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지 않았을까?

 

감사와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감사는 한일병원 지방 출장 정기검진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사업장마다 자동차를 끌고 다니며 엉터리 진료를 할 것이 아니라 지방의 유수 병원과 협정을 맺고 정기검진 하도록 하게 하면 위급 상황 발생 시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면 옳은 말씀이다.

하지만 한전인으로서 한일병원의 적자구조를 안다면 그런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나아가 우리 직원에게 할인되는 각종 혜택을 계산하더라도 그걸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식사가 끝나고 감사가 일찍 들어가고 싶어 해 그를 보내고 조철 처장과 나 그리고 백승정 처장 셋이 따로 가다가 마띨다 음악감상실에서 기네스 흑맥주 두 잔씩 더 하고 스크린 골프장엘 갔다.

백처장이 원 포인트 레슨을 해 주었다.

내가 허리를 너무 숙인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허리이동도 안되고 파워도 죽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걸 교정하니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

 

집에오니 12시가 넘었다.

그런데 잠이 오질 않는다.

집사람이 슬며시 다가와 옆에 누워준다.

수개월 만에 처음 갖는 동침이다.

아마도 내게 무언가 미안한 감정이 들었던 듯싶다.

같이 살면서도 그 많은 날들을 홀로 독수공방하게 한 게 미안해서였을까?

그런데 큰아들 경신이가 말똥말똥 눈을 뜬 채 거실에서 무언가를 하며 감시하는 듯해 어떻게 해 볼 수도 없다.

에라이....오늘도 글렀다.

그냥 모른체 억지로 잠을 청한다.

정말 불행한 삶이다.

이건 결혼생활이라기 보다는 그냥 한지붕 딴식구 별거생활에 다름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입으로만 하는게 아니다.

때로는 몸을 섞으며 몸으로 소통해야 하는데 우리는 입도 몸도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니 매일 욕구불만에 불편하고 불행한 부부생활만 이어간다.

두 사람 모두 자존심은 하늘만큼 세 가지고 ....

자존심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지금껏 서로 그걸 내세우느라 결혼생활을 망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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