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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견지의 끝은 어디인가요?(괴산 칠성댐)

by 굼벵이(조용욱) 2006.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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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지의 끝은 어디인가요?


금요일(21일) 저녁에는 직원들과 회식이 있었는데 오래간만에 갖는 자리여서 술자리가 길어져 거의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귀가했다. 그럼에도 다음 날은 화려한 외출이 예약된 하루여서 새벽 5시에 잠이 깨었다. 아직도 정신이 몽롱하고 술 냄새가 코끝을 맴돈다. 주섬주섬 바지장화와 옷가지를 챙겨 슬그머니 집을 나섰다. 구름과 계곡 선배님이 먼저 약속장소에 나와 셀폰으로 나의 소재를 물으신다. 06시 30분, 약속시간 정확히 회사 주차장에 들어섰고 견지 채비를 구름과 계곡 선배님 차에 싣고 중부고속도로를 달렸다. 어제 저녁에 비가 왔는지 도로 주변이 젖어있고 회백색 구름이 태양을 가리고 있다. 어제 저녁 괴산수력발전소 직원과 통화할 때 물빛이 괜찮다고 했는데 대전 보조 댐 마냥 흙탕물이면 어쩌나 하고 불안한 마음이 든다.

증평 가까이 쯤 왔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마눌이다. 밤새 술 퍼마시고 들어와 퍼질러 자더니 새벽같이 사라진 남편의 소재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응, 여기 중부고속도로야, 구름과 계곡 선배님하고 그거 하러 가는 중이야”

구름과 계곡선배님이 운전하시다 말고 그 큰 눈을 더 크게 치켜뜨신 채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집에다 얘기 안했냐?” 하고 물으시기에

“예” 했더니

“이 사람이 날 아주 못된 사람으로 만드는구먼. 집사람이 날 보고 뭐라 그러겠나!“ 하신다. 귀찮게 미주알고주알 이야기 하고 다닐 일도 아니고 언젠가 때가 되면 피라미라도 몇 마리 잡게 해서 환자 만들어 은퇴 후 늘그막에 평생 견지나 다니면 될 일이라고 쉽게 생각하고는 괜찮다고 했다.

괴산 시내 끝자락에 있는 할머니 올갱이 집에서 아침을 먹었다. 미식가로 유명한 구름과 계곡 선배님이 가끔 찾는 명소 중의 하나다. 쪼글쪼글한 할머니 두 분과 할아버지 한 분이 식당을 운영하시는데 자다가도 일어나 먹는다는 아욱국에 5년 묶은 된장을 풀고 올갱이를 우려내었는데 정말 구수하다. 맛도 맛이지만 보약으로 알고 먹으라는 할머니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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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설 자리를 알아보는 중에 제드가 나타나 셋이 함께 물에 들어섰다. 빗물을 머금은 산자락에서 샘물을 쏟아내었는지 물은 정말 시원하고 깨끗했다. 낚시를 드리우자마자 피라미가 올라온다. 말이 피라미지 손바닥만한 것이 빵도 두툼하여 제법 손맛도 있다. 불거지란 놈은 더욱 힘을 실어 하마터면 설장을 탈 뻔 했다. 조금 묵직한 놈이 걸렸다 싶어 건져내니 구름 선배님이 그걸 보시고는 돌돌이라고 한다. 나는 처음에 돌돌이라는 어종이 따로 있는 줄 알았다. 나중에 제드가 알려준 바에 의하면 누치와 같은 어종인데 크기에 따라 적비, 대적비, 돌돌이, 누치, 멍짜로 이름을 달리 부른다고 해 또 하나의 상식을 쌓았다. 돌고기란 놈도 거기서 처음 구경했다. 입도 작은 녀석이 풀어주면 다시 와서 물고 또 물었다. 힘들게 구한 구더기가 아직 많이 남았는데 구름 선배님이 이제 그만 하고 가자고 독촉이다. 보시하는 심정으로 구더기를 마구 풀어준다. 그 사이 힘 좋고 큼지막한 피라미가 두 마리나 따라붙어 마무리를 깔끔하게 해 주었다.

점심은 증평에서 두껍이와 함께 보신탕으로 했다. 화선집이라고 전국적으로 소문난 맛 집인데 국물이 정말 맛나다. 식사 중에 레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칠성댐 아래에 와 있단다. 식사를 마치고 구름 선배님은 중전 만나러 대전으로 출발하시고 나는 칠성댐으로 다시 가자는 제드의 제안을 받아들여 괴강으로 발길을 돌리니 우리가 오전에 입수했던 그 자리에 레녹이 서 있다. 역시 꾼들은 보는 눈이 다른 모양이다. 큰 놈이 별로 없다는 것이 확인되자 우리는 조금 하류로(두천교) 내려가 끄리 사냥을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를 위한 끄리는 그곳에도 없었다. 그러나 심심치 않게 힘 좋은 피라미가 올라와 견지계 초년생인 나는 마냥 즐겁기만 하다. 날이 점점 어둑해 온다. 구더기 똥꼬가 잘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낚시를 드리웠다. 물에서 나와 시간을 보니 저녁 8시 15분이다. 잘못하면 서울 가는 버스가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버스 정류장을 찾는 내게 제드가 그냥 서울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한다. 내가 극구 말리자 제드 왈 “거북곱창 집에서 저녁이나 사 주세요.”한다. 나는 그 말에 꼴딱 넘어가 결국 제드가 서울 우리 아파트 주차장까지 오게 만들었다.

둘이서 곱창을 안주삼이 입견지가 시작되었다. 토요일 저녁 10시가 넘었는데도 거북곱창집에는 사람이 줄을 서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내 맞은 편 자리에 앉아 입방아를 찧고 있는 젊은 여자는 줄담배를 피워댄다. 젊은 처녀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조금 이상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보기 좋고 섹시한 감을 느낀다.

2차 입견지는 생맥주 집에서 둘이 앉아 새벽이 다가오도록 2000CC 짜리를 두통이나 비웠다. 제드는 견지 후 노곤한 몸을 달래며 함께 하는 술 한 잔이 정말 좋다고 했다. 나도 그런 것 같다.

끝없이 흐르는 여울물처럼 크고 작은 이야기를 담은 채 세월이 흘러간다. 하얗다 못해 쪽빛으로 물든 예쁜 강에 견지를 드리우면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이렇게 좋은 견지를 50이 다 된 나이에야 알게 되었다는 것이 조금 섭섭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살아갈 날을 견지와 함께 한다는 것은 축복이다. 견지도 견지지만 제드가 보여준 아름다운 마음처럼 강을 찾는 사람들의 맑은 마음이 견지의 끝을 알 수 없게 한다. 견지의 끝은 어디인가요?

출처 : 여울과 견지
글쓴이 : 굼벵이(조용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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