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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그대 함께 있어 좋은 날 : 임진강은 알고 있다 !(병아리 조사 임진강번출기)

by 굼벵이(조용욱) 2006.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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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언젠가 한 방 크게 터질 거라는 기대감이 있어 살 만 합니다.

처음 견지를 시작할 때는 정말 호기심 반으로 지수리 진달래마을을 찾았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생전에 그렇게 요상하게 생긴 피라미는 처음 구경했습니다. 보통 피라미보다 훨씬 큰데다 연어 입을 쏙 빼어 닮은 것이 평소 시골 천수답 웅덩이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종류였지요. 그걸 끄리라고 부르더군요. 첫 날 끄리를 2~30수 올리니 숫총각이 처녀 젖가슴 만지는 것만큼이나 심장이 뛰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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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찾은 홍천 강에서는 강물을, 산을, 그리고 아름다운 사람들을 벗 삼아 나누는 술 한잔도 좋았지만 넣으면 그저 물려나오는 다양한 물고기들이 나를 점점 미치게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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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조 그 세 번째 이야기 : 임진강은 알고 있다!

삼성동 한전 뒷켠 입견지에서 만난 사이버준(오승준)님과 누리미(최수현)님, 하늘구름(김영삼)님이 그 자리에서 성원되어 다음날(6.6) 제 차를 타고 임진강엘 갔습니다. 나는 On Line 활동도 잘 못 하면서 Off Line 활동인들 제대로 할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웬걸 갑작스레 누군가가 무슨 암호를 주고받듯 고인돌, 산물 어쩌고 하더니 불현듯 고수 선생님 두 분까지 나타나셔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도 이제 세상사는 방법을 바꾸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낚시 좋아하는 사람치고 안 좋은 사람 없다는 구름과 계곡 오선배님 말씀 맞다나 정말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분 모두에게 감사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오전 11시 무렵에야 물에 들었는데 모래무지 같이 생긴 작은 물고기 2마리만 낚고 포기해야 했습니다. 어떻게든 피라미라도 잡아야 집사람이 장만해준 매운탕거리로 여러 사람을 즐겁게 해 줄 것 같아 욕심껏 노력해 보았지만 구름과 계곡 선배님 생각만 날 뿐 피라미 한 마리 건질 수 없었습니다.(나중에 안 일이지만 피라미를 잡으려면 추를 가볍게 해야 한다는군요)

그동안 잡은 피라미 몇 마리를 넣어 탕을 끓이는 모습을 보시고는 고인돌 선생님께서 매운탕거리를 준비해 왔다고 미리 말을 안했다고 얼마나 안타까워 하시던지...(고인돌 선생님은 워낙 고수이셔서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고기를 양 만큼 잡으실 수 있는 분임)

점심식사를 마치고 피라미라도 건져볼 요량으로 낚시를 드리웠는데 줄만 엉키고 영 입질이 없었습니다. 그것도 한 두 시간이지 해는 뉘엿뉘엿 저무는데 두 세 시간 그러고 있으려니 영 서글퍼졌습니다. 일찍 접고 서울로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베이스캠프로 돌아와 점심식사로 어질러 놓은 물건들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함께 서울로 가야할 사람들이 물에 들어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나도 마지막으로 한번 해 보고 손 털자 싶어 오전에 고인돌 선생님이 짚어준 포인트로 혼자 들어가 바늘을 드리운 채 조금씩 미끼 통을 비우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돌에 걸렸는가 싶게 무언가 투둑 걸리더니 낚싯줄 감기가 어려울 정도로 팽팽하게 당겼습니다. 직감으로 무언가 큰 놈이 걸렸다 싶었습니다. 열심히 감아올리데 놈이 힘을 쓰는 바람에 팅!팅!팅!팅! 낚싯줄이 몇 번 튕겨져 나갔습니다. 그래도 쉬지 않고 계속 감아올렸습니다.

드디어 실체를 드러내는데 엄청난 크기의 물고기가 올라왔습니다. 내가 태어나서 48년 만에 그렇게 큰 고기는 처음 잡아보는 순간이었습니다. 피라미에 비해 요동은 그리 심하지 않았습니다. 낚시 바늘을 빼다가 놓칠까 싶어 바늘도 빼지 않은 채 그 큰 놈을 옆구리에 꽉 밀착시켜 움켜쥐고는 수장대를 들고 첨벙첨벙 정신없이 물 밖으로 나왔습니다. 남들이 그 허둥대는 모습을 보았다면 정말 박장대소 했을 겁니다.(고인돌님은 그걸 보셨다는 후 평이 있습니다)

물 밖에서 낚시 바늘을 빼고 어망에 넣었습니다. 내 딴에는 엄청난 고기를 잡았기에 하늘구름님에게 자로 재어달라고 했습니다.

무려 38센치나 되었습니다!

역시 인생은 한 방인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크게 한 방 터질 거라는 기대감으로 행복을 채웁니다.

그동안 지루하고 힘들었던 시간은 싹 잊은 채 기운이 펄펄 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졸려서 힘들어 했을 텐데 3시간을 운전하고도 전혀 피곤한 기색이 없었습니다.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무용담을 늘어놓고는 새근새근 아이처럼 금방 잠에 떨어졌습니다.

오늘 하루 나 만큼 행복한 사람 있으면 나와 보십시오!

이번 공출에서는 45센치 한 방을 은근히 기대합니다.

출처 : 여울과 견지
글쓴이 : 굼벵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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