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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사랑하는 아들아

경신아26

by 굼벵이(조용욱) 2008.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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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신아!

어제는 아빠 친구가 내게 메일을 보내왔는데 좋은 아버지가 되는 몇 가지 비결에 관한 내용이었다.

물론 많이 일반화 되어있어서 너도 그 내용을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동안 내가 너희들에게 보였던 이미지와는 조금 거리가 멀어서 영 미안한 감정이 들더구나.

그 첫 번째가 ‘티브이를 없애고 가족끼리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눈다.’였는데 난 티브이도 제대로 없애지 못했고 책 읽는 모습도 제대로 보여주질 못했구나.(아직도 싱크대에 붙어있는 코딱지만한 디지털 티브이 앞에 서서 네 엄마와 호신이가 깔깔거리지)

두 번째는 ‘아버지가 바뀌어야 한다. 자녀가 초등학교 때까지는 같이 땀 흘리고 시범을 보이는 ‘코치’와 같은 존재가 돼야 하고, 청소년 때에는 성문제 폭력문제 등에 대한 상담가가 돼야 한다. 자녀가 어른이 되면 독립된 인격으로서 친구와 같은 관계가 돼야 한다.‘는 내용이었지.

하지만 난 너희들의 코치노릇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제대로 된 상담가 역할도 하지 못한 것 같아.

자녀의 말을 경청하기 등도 나오는데 나름대로 그런 노력들을 해 봤지만 역시 제대로 된 아버지 역할을 못한 것 같구나. 자식은 부모를 따라하는 거울이라고 했는데 내 거울을 들여다보면 내가 살아온 흔적이 가슴 아플 정도로 잘못 살아왔음을 느끼게 한다.

이제 넌 군대에 갔고 군대에 다녀오면 사회가 인정하는 엄연한 어른이다.

따라서 아빠와 같은 독립된 인격체로서 아빠와 친구 같은 관계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지.

아울러 아빠의 대를 잇는 뼈대 있는 집안의 장남으로서 어른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아빠가 제대로 하지 못한 역할들을 앞으론 네가 해 주어야 할거야.

‘달리기, 영화 보기, 낚시 등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내용도 있는데 내가 너희들을 데리고 달리기를 하고 등산을 할 땐 언제나 너희들은 힘들어하고 하기 싫어해서 계속하기가 어려웠단다.

영화보기는 그래도 조금 예외이긴 했다만...(아마도 영화 본 후 먹는 게 기다리고 있어서 아니었을까?)

네가 제대하고 돌아오면 온 집안이 함께 낚시도 가고 등산도 갈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해 보거라.

아빠 낚시 친구들 보면 가끔 아이들을 데려오는데 조금 부럽기도 하더라.

*********************

어제 아침에 전화를 걸어 네게 위문편지 보내는 방법에 대하여 네 선임에게 물었는데 사이월드에 들어가서 글을 남기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하더라.

하지만 사이월드는 네가 방명록 쓰는 란을 없애서 글을 남길 수가 없더구나.

네 이메일(펭귄네이버)에 글을 남겼는데 제대로 받아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암튼 네가 아빠 블로그에 들러주었으면 좋겠다.

아빠 블로그는 ‘다음’에서 카페찾기에 들어가 ‘봄무들기’(아빠 시골 동네 버스 정류장 이름이다)를 치면 나온단다.

아빠 사진과 함께 여러 가지 글들이 실려 있는데 ‘경신이에게’ 라는 란을 하나 마련해 놓았어.

나중에 너 제대할 무렵이면 아마도 한권의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위문편지는 여기에 올려놓을 것이니 꼭 들러서 읽길 바란다.

물론 읽은 후 소감이나 답장 올리는 것 잊지 말고.

오늘은 이만 할란다.

오늘 밤에 속초로 가는데 내일 아침에 잠깐이라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2008.2.22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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