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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사랑하는 아들아

경신아25

by 굼벵이(조용욱) 2008.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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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신아!

어제는 집에 조금 일찍 들어갔단다.

그냥 들어가려니 집에 밥이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마침 나랑 같이 근무하다가 다른 부서로 발령 난 친구가 나랑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해서 같이 저녁식사나 하자고 했다.

회사 앞에 권서방네 순대국집이 있는데 순대국이나 한 그릇 하면서 반주로 소주 한 잔 한다는 것이 말이 길어져 결국 둘이서 두병을 마시고 말았다. 그래도 그 정도면 크게 취하는 정도가 아니어서 그 전날의 과음에도 불구하고 견딜 만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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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같이 근무하던 과장 중 두 사람이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는데 그 중 한 친구에 대하여 그 친구랑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지난번에 말했던 Communication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단다.

그는 나를 위해 열심히 일했고, 그러면서 자신이 일 한 바를 내세우고 싶었고, 나아가서 내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의 그릇을 더 크게 만들고 싶었고, 현실에 만족하기 보다는 내적으로 더욱 성숙하기를 바랐으며, 그 친구도 중요하지만 다른 여러 과장들을 배려해야 했기에 그에 대한 편애를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 입장이 다르다보면 생각하는 바가 다르지.

그래서 누구 생각이 맞다 틀리다를 떠나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조화할 수 있는 Communication 능력이 더 중요한 것 같아.

그런 조화를 잘 유지해 나갔다면 아마도 그 친구는 날 떠나려 하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그 친구는 내 마음은 아랑곳 하지 않고 내게서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고 결과적으로는 자기 스스로를 격리시키면서 나를 떠나게 된 거야.

나는 그 한사람 보다는 전체가 더욱 중요했고 조직화합을 위해서는 그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거지.

지난번에 네게 읽어보라고 가져다 준 책 중에 한상복 님의 '배려'라는 책이 있을 거야.

그 책에서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면서 자신의 이익과 출세만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을 ‘사스퍼거’라고 표현했더구나.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어.

그러다 보니 그런 부류의 사람을 자꾸만 경멸하게 되더라.

세상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들을 각각 인정해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아빠도 아직 수양이 덜 돼 사스퍼거를 만나면 자꾸만 무언가가 치밀어 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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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가끔 무척 화가 나는 일이 많이 생긴단다.

그럴 때마다 아빠는 이 화를 폭발시킬 것인가 삼킬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지.

사실 난 다른 사람들에 비하여 화를 잘 참는 편이야.

화를 내더라도 의식적으로 화를 내겠다고 생각을 한 후에 폭발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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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신아!

인생은 끊임없는 자기 도야의 과정이란다.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 정말 멋진 자신을 가꾸어가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지.

물론 정신적인 것 외에 육체적인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이가 든 사람일수록 음식이나 운동 등 건강관리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정신적으로도 정말 멋진 사람이란 소리를 듣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모난 부분을 갈고 닦는단다.

이 말도 소홀하게 넘기지 말고 늘 멋진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를 먼저 정의하고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길 바란다.

작심삼일을 삼일마다 하면서...

매일 매일 새로운 마음을 먹으면서....

이제 그만해야겠다.

위문편지를 어떻게 보내야하는지를 알아봐야 할 것 같다.


2008.2.21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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