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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사랑하는 아들아

경신아27

by 굼벵이(조용욱) 2008.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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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신아!

금요일 저녁에 속초로 향하는 길에 네가 전화를 해 면회가 안 되니 오시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무슨 다른 일이 생겼나 했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엄마 핸드폰과 내 핸드폰에 그렇게 많은 부재중 전화를 남겼는지 싶어서 전화를 거니 공중전화더구나.

마침 운전 중이어서 전화벨소리를 못 들었던 거지.

다음날 아침 널 만나러 갈 때 우리 과장이 내게 전해준 지도와 달라서 조금 헤맸지만 인사과장님과 통화하고 큰 어려움 없이 찾아갔단다.

네가 근무하는 부대는 시냇물도 흐르고 산속에 아담하게 자리한 곳이어서 내 취향에 딱 맞더라.

올 여름에는 거기 가서 견지낚시로 피라미 잡아 매운탕을 끓여 소주한 잔 할 생각이다.

경신아!

어제 저녁에 네 엄마랑 또 다투었다.

네 엄마 성격이랑 내 성격에 차이가 많이 나지.

네 엄마가 너를 보내고 나서 네게 용돈도 넉넉하게 못주고 빵도 마음만큼 많이 사서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거고 그렇게 된 배경에 내가 있다고 생각한거야.

네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못하게 했다는 거지.

우리 집 식구들은 자기 탓보다는 남의 탓으로 돌리는 잘못된 습관이 있다.

하지만 명백한 것은 매사 모든 일은 자기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거야.

우리는 그걸 인정할 때 한 단계 더 성숙해 지지

네 엄마 넋두리를 듣다듣다 보니 정말 짜증이 나더라.

재미있게 잘 다녀와 놓고 막 잠자리에 들려는 내 침대머리에서 울면서 내게 하소연을 하는데 참다 참다 못 이겨 나도 내 마음을 털어놓았어.

그 때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하지 왜 지금 와서 지난 일을 가지고 날 비난하느냐며 한마디 했다.

인사과장님이 네게 음식물 반입을 일체 금하게 한 것은 두 가지 목적이 있어서라고 하시더라.

우선은 잘못될 경우 병사들이 식중독에 걸릴 우려가 있고

더욱 중요한 것은 사람마다 사는 형편이 다르기에 어떤 친구는 잔뜩 사올 수 있는 반면 그걸 사올 수 없는 친구들은 자존심도 상하고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거야.

그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게 하기 위해서 모든 병사가 다 똑같이 음식물 반입을 못하도록 하게 한 것이라고 하더라.

정말 내가 그곳 인사과장이라도 그렇게 했을 거야.

그리고 그 말을 어기는 녀석들은 따끔하게 혼도 내 주었을 거고.

그런데 엄마는 네가 빈손으로 들어가는 것이 못내 아쉬워 결국 고민하다가 아빠랑 빵집에 들렀던 거야.

시골이라 그런지 살만한 빵도 별로 없고 그나마 머핀이 나누어 먹기에 편할 것 같아 그걸 몽땅 샀는데 그게 2개씩 들어있는 봉지 19개란다.

그 정도면 내무반 친구들 끼리 조금씩 나누어먹을 수 있을 텐데 네 엄마는 그걸 누구 코에 붙이냐며 코를 뺑뺑 풀면서 속상한 마음을 내게 화풀이하는 거 있지.

얼마나 눈물이 많은지......

하지만 중요한 것은 네 엄마의 생각이 아니고 네 생각이다.

주변에 모두가 네 상사나 선임들일 텐데 그분들에게 누가 가지 않는 행동이 어떤 것인지 눈치를 잘 살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돈을 너무 쓰는 것에 대하여 건방지고 오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안 쓰는 것도 보기에 추해보이니 그걸 잘 살펴서 쓸 때는 쓰도록 해라.

꼭 필요한 것이 있으면 이 글에 댓 글을 달아서 아빠에게 남기면 아빠가 조치할 수 있도록 하마.

외박 다녀오면 군기 빠졌다고 한바탕 군기교육을 시키는데 잘 견뎠는지 모르겠구나.

인터넷 편지를 계속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구체적인 통신방법은 나중에 내게 편지로 알려 주거라.

그럼 이만...


2008.2.25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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