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날에 참회의 마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아주 오래 전 졸업 한 학기를 남기고 안중국민학교에서 서울돈암국민학교로 전학 가던 날이 생각납니다.
저도 눈물이 많았지만 선생님도 눈물이 어지간히 많으셨습니다.
가끔씩 올라가 벌을 섰던 옥상에서 떠나는 제 등을 쓰다듬어주시며 눈물까지 보이셨습니다.
늘 강한 모습만 보이셨던 선생님이 그날은 눈가에 촉촉이 눈물이 맺혀있었습니다.
전 그렇게 많은 선생님의 사랑과 격려를 받으며 자랐습니다.
그런 사랑과 격려가 오늘의 저를 만들어 놓았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
사람은 태어나서 영아기 때 까지가 가장 중요하고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초등학교 시절 즉 유아기라고 하더군요.
인간의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자신만의 경향성을 형성하는 시기인 만큼 그럴 수밖에 없지요.
(정체성 형성의 기초를 만드는 시기라고 감히 주장합니다)
그 시기에 저는 선생님 같은 분들이 계셔서 정말 행복하게 성장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
그런 선생님의 지난 과거에 대한 회상을 읽으면서 선생님이란 직업이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각양각색의 아이들 개개인에게 맞춤식 사랑과 정성을 쏟아야만 하니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그래서 아마도 요즘은 한 학급의 학생수를 제한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지독히도 어려운 시절이라 7~80명이 한 학급에서 우글거렸으니
신이 아니고서야 모두에게 맞는 맞춤형 서비스는 불가능했으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
요즘 제가 뒤늦게 상담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느낀 것인데요.
육체적인 외상은 외부에 노출되어있어 쉽게 치료가 되지만 심리적인 내상은 치료가 어렵다고 하더군요.
더군다나 매일 얼굴 보며 살아가는 것도 아니고 수 십 년의 시간이 단절되다보면
상처가 아물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많은 사람들이 어린시절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고
미해결 상태로 놓아둠으로써 생긴다는군요.
그래서 상담가들은 그 미해결 과제를 찾아내어 새로운 해석을 내리거나 성장시킴으로써 치료를 한답니다.
************************
혹시나 어린 시절에 상처를 준 친구들이 있다면 용서를 구한다는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도 똑같은 말이 하고 싶어 졌습니다.
혹시 국민학교시절 철없는 나이에 내가 마음에 상처를 주었던 친구들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어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물론 선생님에게도 배은망덕의 죄에 대한 용서를 구합니다.
앞만 보고 달려가느라 제대로 보지 못했던 제 삶의 주변에서 저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이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우리는 모두가 인간이기에 불완전합니다.
아마도 그러기에 신은 인간에게 두 손을 주신 것 같습니다.
서로 감싸 안고 아픔을 쓰다듬어주면서 살아가라고...
****************************
이제 새해 새날이 밝았습니다.
길가의 나무를 보더라도 상처가 치료되면 더욱 단단해 지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아픔을 가졌던 친구들이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아마도 나무의 옹이마냥
더욱 단단하게 우리들의 과거를 아름다움으로 승화할 것이라 믿습니다.
새해에는 선생님이 이 카페의 고문이 되셔서 늙어가는 제자의 아름다운 성장을 지켜봐 주시고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는 친구가 있거들랑 가끔씩 옥상으로 불러 기합도 주시고 해 주세요. ㅎㅎㅎㅎ
****************************
글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교장선생님 승진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고 새해 선생님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이계연 선생님에게도 안부 전해 주세요.
6학년 5반 반장 조용욱 올림
'삶의 지혜를 찾아서 > 자기경영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아플땐 이곳을 눌러주세요 (0) | 2009.03.30 |
---|---|
당신의 강 (0) | 2009.02.19 |
왜 자연법칙인가? (0) | 2008.11.11 |
삶으로부터의 질문 (0) | 2008.07.28 |
사랑과 정 (0) | 2008.0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