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절명상을 했다.
어제 조금 늦게 잠을 잤더니 영 몸이 찌부드해 일어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나를 보러 나오실 햇님이 실망하실 것 같아 얼른 거실 요가 매트 앞에 자리를 잡았다.
아니나 다를까 100배가 끝날 무렵에는 햇님이 산등성이 구름위로 얼굴을 내밀었다.
절명상을 마치면 온 몸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어온다.
곧바로 샤워를 했다.
욕조 바닥이 미끄러워 잘못하면 넘어져 비명횡사할 수도 있기에 이재술씨에게 미끄럼 방지 고무판을 부탁드렸더니
홈플러스에서 구해다 깔아놓아 주셨다.
물튀김 방지 커튼도 함께 부탁했는데 그럭저럭 쓸만한 것 같다.
샤워를 마치고 아침식사를 했다.
어제 남겼던 찬밥을 먹다 남은 꽁치 김치찌개랑 집사람이 준비해 준 마른반찬 몇가지를 반찬삼아 맛있게 먹었다.
내가 직접 한 밥이나 반찬은 더 맛나는 것 같다.
맛도 스스로 찾으려고 노력하면 못 느끼던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매사 스스로 찾을 일이다.
컴퓨터를 처음 설치하면 이것저것 손볼게 많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일부터 시작해 이것 저것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된다.
어쩌다 보니 11시 반이 되었다.
오늘은 백운산 휴양림을 찾기로 했다.
다음 지도에 물으니 사택 아파트에서 20여 키로 가면 바로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정문 주차관리원 아저씨께 휴양림 구경을 왔다고 여쭈니 광양시민이냐고 묻는다.
광양시민은 아닌데 엊그제 발령받아 새로 온 사람이라고 했더니 입장료는 받지 않고 주차료만 2000원 받는다.
수련원 앞 나무가 정말 근사하다.
정오의 햇살에 눈비시게 빛나는 연초록 잎사귀가 내 눈을 즐겁게 한다.
연못에는 연이 가득하고 두 그루 꽃도 피웠다.
물이야 어떻든 잎과 꽃은 청초하고 고고하다.
꽃이 곱다.
마침 엉겅퀴 꽃에 노랑나비 한마리가 날라들었기에 한 컷 찍었더니
어라 어느새 날개를 접어버렸다. (노랑나비 숨은 사진찾기 해 보시라)
이젠 꽃들도 햇살을 따가와 한다.
봄은 어데가고 초여름이 성큼 다가섰다.
휴양림으로 올라가며 아래를 내려다 본다
인생은 그렇게 가끔씩 뒤돌아 볼 필요도 있다.
숲 안에 숙소까지 만들어 놓았고
이렇게 야영장까지 준비되어있다.
부지런한 엄마 아빠들이 병아리 같은 아이들과 함께 자연을 즐긴다.
광양은 이렇게 겹겹 산으로 둘러쌓인 아름다운 도시다.
나도 저 백운산 정기를 받아
학자도 되고,
부자도 되고,
지혜로운 사람도 되고싶다. (백운산은 봉황, 돼지, 여우의 정기를 품고있다)
한송이 완벽한 자태의 야생화를 만났다.
한점 흐트러짐 없이 완벽한 모습이다.
불행하게도 이름은 모르겠다.
그 꽃에 내 이름을 붙이고 싶다.
쭉쭉 뻗은 소나무 사이로 황톳길 2키로가 펼쳐진다.
꽃향긴지, 잎향긴지 모르나 가끔씩 이어지는 향기가 온 가슴을 시원하게 씻어내린다.
햇살에 반짝이며 피어오르는 어린 잎새들을 보면 온 몸에 전률을 느낀다.
추운 겨울 어둠의 빙하를 겪어온 어려운 삶에
한줄기 봄볓으로
삶을 향해 몸부림치는 저 앙증맞은 몸짓을 보라!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이제 연초록에서 초록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나는 오늘 이 충만한 기운들을 몸 안 가득 차고 넘치게 담아내야 한다.
모두가 함께 섞여 살며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나는 오늘
그 춥고 험난했던 지난 겨울의 고통을
이 연초록의 향연으로 말끔히 씻어내야 한다.
나의 오늘은 오로지 또다른 의지의 실현일 뿐
나는 없다.
고된 시련을 겪어온 저 여린 이파리에
다사로운 봄볓이 들 듯
나는 오늘 늦은 봄을 맞는다.
오직 감사하고 사랑할 일이다.
2012. 5. 20.
백운산 생태공원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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