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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소장 생활/광양지사

고독연습 (SSL-15)

by 굼벵이(조용욱) 2012.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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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인터넷을 통해 서울에 있는 견지낚시 전문점에서 미끼를 주문하였습니다.

산란철을 맞아 섬진강에 숭어나 농어가 올라온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견지낚시를 위한 장비나 미끼를 취급하는 낚시점은 광양 주변엔 없습니다.

견지낚시는 우리나라 전통낚시로 주로 한강권이나 중부지방의 금강권에서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견지낚시에 주로 사용되는 미끼는 양식 구더기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은 구더기가 징그럽다고 하는데 조금 지나다보면 꼬물꼬물 간질간질 노는 모습이 굉장히 귀엽습니다.

지난 토요일 아침식사를 마치고 일찌감치 섬진강을 찾았습니다.

 

 

벚나무 가로수길이 우거져 있는데 봄에는 정말 장관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번 비 때문인지 섬진강 물빛은 조금 괜찮아졌습니다.

 

 

 

혹여 숭어나 농어라도 잡히면 파티를 열 작정으로 기대감에 새벽 7시 반부터 낚싯줄을 흘립니다.

피라미가 올라옵니다.

이번엔 갈겨니가 올라옵니다.

그런데 모두 산란기 혼인 색을 띄고 꽁치만합니다.

여러 가지 견지 신공을 다 부려보아도 숭어나 농어는 소식이 없더군요.

혹시나 숭어 한 아름 담아올까 싶어 살림망을 가져갔기에 녀석들을 거기에 담았습니다.

한나절 잡으니 제법 많습니다.

 

 

건너편에는 누군가가 투망질을 합니다.

 

투망질은 낚시와는 달리 불법어로행위입니다.

씨를 말리는 행위거든요.

녀석들을 가져다가 매운탕을 끓이기로 했습니다.

집사람이 챙겨준 다진 마늘, 양파, 파 따위를 넣고 약한 불에 고기 시작합니다.

민물 매운탕은 뼈가 노긋노긋 해 질 때까지 고아야 제 맛이 납니다.

맛을 보니 영 제 맛이 안 납니다.

집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비법을 전수받습니다.

하다하다 맛없으면 그냥 라면스프 넣으라는 주문입니다.

아파트 앞 우리마트에 가서 고춧가루와 청양고추 양파 감자 따위를 사다가 이것저것 넣고 잡탕으로 끓여보았습니다.

이젠 그런대로 매운탕 맛이 납니다.

 

혼자 궁상을 떨며 이것저것 별짓을 다합니다.

생김새는 이래도 먹어보면 맛이 괜찮습니다.

갑자기 친구가 생각납니다.

이런 거 끓이면 불러다 소주 한잔 나누던 친구들이 그립습니다.

외지에 홀로 나와 있으니 더욱 그립습니다.

사실 나의 가장 친한 술친구는 우리 집사람입니다.

그녀는 나의 기쁨이나 슬픔을 말없이 술잔으로 받아넘깁니다.

때로는 같이 울어주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같이 먹어줄 사람도 없는데 매운탕을 너무 많이 끓이는 바람에 그걸 혼자 먹느라 이틀간 고역을 치렀습니다.

일요일 아침도 게을리 할 수 없습니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 운동하고 밥을 짓고 청소를 한 후 다림질을 합니다.

청소나 일은 운동의 일종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골병들어 죽을 만큼 일을 했지만 요즘은 일이나 운동을 안 해 만성질환에 시달리다 죽습니다.

하루 종일 책을 보다가, 미드(미국 드라마)보다가를 반복하다보니 벌써 잠 잘 시간입니다.

홀아비 생활 6주를 맞으면서 고독연습을 뒤돌아봅니다.

굳이 빨리 갈 필요 없습니다.

바늘 귀 꼽는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천천히 한 땀 한 땀 꼼꼼하게 인생의 궤적을 떠가다 보면

어느새 예술 같은 노년을 맞을 수 있지 않겠어요?

저는 여기서 새로 만난 우리 식구들과 내 인생 최고의 행복을 맞을 겁니다.

누가 뭐라던 더불어 아끼고 사랑하며 내가 바라던 유토피아를 이곳 해맞이 고을 광양에서 실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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