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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서포 김만중의 구운몽 제대로 읽기

by 굼벵이(조용욱) 2012.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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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 김만중의 구운몽은 서포와 그의 어머니 그리고 숙종과 인현왕후, 장희빈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지 않고는 그 진가를 알 수 없다.

서포의 아버지는 국가 패망의 길에 한을 품고 자결하신 고결하신 분이다.

그의 아내 즉 어머니가 피난길에 배안에서 그를 낳았다.

그의 어머니 윤씨부인은 할머니로부터(옹주출신) 정통 궁중예절을 몸에 익힌 사람이다.

아이들이 아비 없는 후레자식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엄격하게 교육을 시켰으며

그 결과가 서포 김만중과 그의 형 김만서를 만든 것이다.(자녀교육에 엄마가 아주 중요) 

김만중은 장원급제하여 대제학과 병조판서를 지낸 인물이다.

그의 다섯 살 연상의 형 또한 대제학과 병조판서를 지냈다.

세계 역사상 이런 자식들을 만든 어머니는 없다.

대제학이라면 임금을 가르치는 당대 최고의 석학이다.

그런 그가 숙종이 장희빈에 빠져 인현왕후를 폐위하고 실정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고

모른 체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자신의 영달을 위해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는 정통 유학자다.) 

장희빈의 꾐에 넘어가 원칙을 무시한 채 낙하산 인사로 조자석을 우의정에 앉힌 그의 실정을 거론하자

숙종은 화를 내며 그를 귀양 보내기에 이르렀고

그는 귀양지에서 조차도 숙종의 스승으로서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잃지 않았던 것 같다.

속내를 드러내어 글을 잘못 썼다간 필화로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을 아는 세계 최고의 석학은 

남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고도의 기법을 사용하여 쓴 소설이 바로 구운몽이다.

선계와 현실계 그리고 꿈의 세계를 넘나들며 스토리를 엮어가는 중층적 서사구조를 지니고 있다.

1. 현실에서 2. 꿈의 세계로 갔다가 3. 꿈의 꿈 세계를 지나 4. 꿈의 세계로 왔다가 5. 다시 현실세계로 이어지는 구조이다.

서포를 백능파에, 숙종을 양소유에, 남해태자를 서포를 해하려는 남인에 비유하여 스토리를 엮은 것이다.

그러면서 세간에는 큰아들을 여의고 작은 아들을 귀양 보낸 노모의 슬픔을 달래기 위해 지은 소설이라고 알려지게 한다.

제목에도 많은 의미를 담았는데

구운이란 신선세계를 의미하며

운몽이란 운몽택으로 동정용왕이 머무는 호수를 뜻한다.(중국)

9는 태극과 8괘를 또는 양소유와 8선녀를 의미하기도 한다.

또는 구름 낀 몽매한 모습을 깨우치려는 의미를 심었다고도 한다.

 

이런 배경을 알고 읽으면 그 참 맛을 배가시킬 수 있다고 설성경 교수는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