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업소장 생활/광양지사

SSL31 마음도둑을 그리며...

by 굼벵이(조용욱) 2012. 11. 8.
728x90

날이 너무 추웠나?

아침 새벽엔 황어 한마리 달랑 올라오곤 입질이 뜸하다.

싱싱한 매운탕거리 장만한다고 새벽잠을 설쳤다.

새벽 두시 반부터 엎치락 뒤치락하다가

새벽을 뜬눈으로 보낸채 섬진강으로 달렸다. 

그 정성이면 반드시 풍어가 뒤따라야 하는데...

사람들 많은 데서 꽝치면 dog 망신이다.

맨날 견지엔 꽝 없다고 뻥쳤었는데....

수온이 뚝 떨어지니 피라미는 아예 자취를 감추었다.

지난 주말까지도 피라미가 꽤 물어주었었다.

아침 해가 솟아 오른다.

새벽 물안개가 햇볓에 반사되어 장관을 이룬다. 

  

 해가 산등성이를 타고 올랐다.

찬바람 끝에 떠오르는 아침해는 정말 반갑고 다사롭다. 

 이래뵈도 이 안에 수 많은 어종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간다.  

심지어는 농어새끼 깔따구까지 이 안에서 껄떡댄다. 

연어가 섬진강에 올랐다는 소문에

은근히 한바탕 파이팅을 기대한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빛고을 다압의 작은 산이 기지개를 켠다.

저런 산들은 몽땅 매화나무로 가득하다.

깍아지른 바위 틈새에도 여지없이 매화나무나 감나무가 자리한다.

그걸 바라보면 그걸 개간한 사람들의 억척스런 손마디가 느껴진다.

 

 남도 대교는 언제나 아름답고 정겹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빨간 다리다.

 

 강물은 힘차게 흘러 바다로 간다.

가을 강물이 수정처럼 맑다.

어부는 아침 나절 황어만 일곱마리 잡았다.

 

 빈대떡에 맥주 한 캔 들고 어부를 응원 나온 여제(kahn)

예쁘게 꽃단장하고 환한 웃음으로 나를 맞는다.

황어를 가리키며 이걸로 매운탕 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그냥 미리 준비한 피리로 우거지 나우 넣어 30인분 끓이는 게 더 낳겠단다.

그럴줄 알았으면 체육행사하는 피아골에나 다녀올 걸 그랬나보다.

 

 체육대회 차 피아골 다녀온 우리 직원들을 맞으러 행사장에 올랐다.

하동군이 자랑하는 활터 운동장에 천막을 치고 행사장을 차렸다.

 

 점심 상을 준비하는 우리 식구들

순천 제일의 머리고기에다 광양 매실 동동주

피리 매운탕과 삼겹살에 찰밥을 점심으로 준비했다. 

고추는 홍철씨가 직접 농사지은 것이란다.

   

 피리 매운탕 30인분이 보글보글 익어가는 솥단지

모 선배님 권유에 따라 참게 몇마리 넣으니 더욱 구수하다.

행사가 끝나고 광양으로 돌아와 뒤풀이도 끝냈는데 

홍섭씨가 나랑 저녁을 같이 먹어야 한다고 굳이 고박사로 안내한다.

고박사 뽈찜에 소주 몇 잔 더 마시고 계산대로 향하는데

예쁜 홍섭씨 색시가 어찌나 강하게 붙잡고 만류하던지

다음 기회에 더 맛난걸로 계산을 미루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같은 아파트 사는 홍철씨가 내가 사는 사택을 들렀다.

홍철씬 철인이란다.

수영, 마라톤, 사이클을 한꺼번에 즐긴다.

체육행사에 홍섭씨랑 마지막까지 제일 고생했다. 

궂은 일엔 언제나 앞장서 나서는 충직한 의리파다.   

혼자 사는 내 모습이 적적해 보이던지

다음날 나를 집으로 초대했다. 

내가 가는 것 보다 우리집으로 오는게 좋겠다고 했더니

솥단지에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온가족이 나들이를 했다.

여섯살 짜리와 네살짜리 딸 둘이 얼마나 예쁘게 재롱을 부리던지...(이름을 외우려 했는데 까먹었다)

아직도 아이들 노는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아이들은 무엇이든 장난감 삼아 스스로 창조하며 논다.

둘이 서로 놀이의 룰을 정하고 그 룰에 따라 창조적으로 즐긴다.

어른 장남감인 골프채도 아이에겐 신나는 또다른 장남감이었다.

나도 그랬을텐데...

그 많던 창의성 다 어디로 갔나... 

말춤에 막춤에 깔깔거리며 노는 모습에 넋을 잃었다. 

작은 녀석이 몰래 내 엉덩이를 만지고는

깔깔대며 종종걸음으로 달아난다.

내 엉덩이가 아이 눈에도 섹시해 보이는 모양이다. 

하 패밀리의 방문으로 하루 내내 즐거움이 가득했다.

나도 이젠 늙은이가 다 됐나보다.

손녀딸은 마음도둑이라는데

내마음 훔쳐가도 좋으니

그런 손녀딸 하나 있었으면...    

    

'사업소장 생활 > 광양지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라면 장천마을 나들이  (0) 2012.11.22
SSL32 목포 세발낚지 파티   (0) 2012.11.19
SSL30 전기원의 날 단상  (0) 2012.11.01
SSL 29 아름다운 삶  (0) 2012.10.22
감성돔 바다 배낚시(SSL28)  (0) 2012.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