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에 눈 내리고
내 마음에도 하얗게 눈이 쌓였다.
산사에 이르는
아름다운 계곡을 걷는 내내
기도문을 중얼거린다.
지칠줄 모르고 생명수 뽑아올리는
저 계곡에도
길가의 크고 작은 나무에도
스님 참선하는 사찰에도
고즈넉한 암벽 마애불에도
필시
하늘로 통하는 문이 있을거란 생각으로....
길 한가운데에
정령이 깃든 저 나무를 보전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저 많은 비문은
후세 사람들에게 무슨 말이 하고파서 였을까?
공생인지 기생인지 모를
고목나무 안에 또다른 나무가 뿌리를 내렸다.
이래야만 살 수 있는 우리네 인간사회를 대변하는 듯....
매화꽃 만발한 초봄을 상상하면서 바라보니
가히 무아지경이다.
금년 봄 매화꽃 만발하면 꼭 다시 찾고싶은
절경이다.
600년 수령의 와송
매화나무와 함께 심어졌다고....
까치밥을 파는 콩새들이
불심을 알까?
알건 모르건
불심은 그렇게 아래로 흐르는 것일게다.
천년은 더 넘게 살았음직한 나무 한그루가
외로이 암자를 지키고 있다.
봄물들면 이 절경에
까무러칠지도 몰라.
산사 앞 찻집에선
손님맞이 음식을 준비하는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하산 길에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 배웅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암사의 아름다움을 노래합니다.
오늘 신문에 무언가 손을 본다고 하던데
사람냄새가 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 떠나 산사를 찾았는데
사람냄새 물씬 풍기면 역겹습니다.
잘났던 못났던 스스로
산사의 고답적 아름다움을 드러낼 때
그 때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산사를 뒤로하는 길에
또다시 주문을 중얼거립니다.
나를 흔드는 모든 상념들
몽땅 가져가시고
소명에 몰입하는
아름다운 삶을 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