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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소장 생활/광양지사

광양의 봄

by 굼벵이(조용욱) 2013.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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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추웠던 겨울을 보내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처녀 젖가슴처럼 몽골몽골 피어오를 

매화가 미치도록 보고싶어 

수안보 워크샵 끝나고 서울행을 포기한 채

광양으로 내려왔습니다.

매화마을 다압 입구에서

홍매화의 수줍은 미소를 만납니다.

 

3월 9일 오후에 만난 홍매화입니다.

홍매화가 다른 것보다 조금 일찍 피더군요.

 

이제 막 몽글몽글 터져나옵니다.

 

섬진강 누치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묵직하고 힘찬 몸놀림으로 날 반겨주는 녀석들은

모두 60센티가 넘어가는 대멍자급이었습니다.

카우보이 모자를 지난 가을에 여기서 강물에 띄워보냈습니다.

덕분에 때아닌 밀짚모자를 썼습니다.

 

전날에 재미를 톡톡히 봤으니 다음날(3.10)도 들러봐야지요.

그날 화개여울엔 여울과 견지 모주 선배가 친구분과 함께 줄을 흘리고 계시더군요.

끼어들어 함께 줄을 흘립니다.

오전에 세마리, 오후에 세마리

도합 여섯마리를 잡았습니다.

70은 돼 보이시는 노부부가 그놈들이 탐이 나는데

내게 말 꺼내기가 영 힘드셨던 모양입니다.

할아버지가 그걸 살수 없느냐고 어렵게  묻습니다.

드실거냐고 여쭈었더니 회 떠서 드시겠다고 하십니다.

무고하게 죽일 것 아니라면 그냥 가져가시라고 했습니다.

두마리를 가져가셨는데 친절하게도 월요일날 경과보고까지 하시더군요

한마리는 회 떠먹고 한마리는 아들이 허약해 약으로 다려먹였다고 하시데요.

순천에서 법무사 하시는 분이신데 가끔 강에 산책삼아 나오신다고 합니다.

부디 영험한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원합니다.

 

낚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섬진강과 바다가 만나는 끝자락에 예쁜 갈대숲이 있습니다.

강건너 멀리 보이는 마을은 진월입니다.

 

사옥에도 봄이 무르익어갑니다.

정원엔 장미같은 동백이 요염한 자태를 뽐냅니다.

처음엔 장미가 봄에 핀다고 이상하게 생각했었지요.

 

동백같은 마눌이 내려왔습니다.

여수 향일암에 들러볼 작정이었는데 입구부터 자동차가 줄을 지어 

포기하고 신기항으로 가는 길 양지바른 곳에서 환한 얼굴을 담아봅니다. 

   

여수엔 크고 작은 아름다운 섬들이 많습니다.

신기항 근처 작은 횟집에서 마눌이랑 마주앉아

오손도손 점심을 나눌 생각이었지만

음식점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쫄쫄이 굶고 돌아오는 길에 종가집 굴구이집을 만났습니다.

 

마눌아랑 마주 앉아 굴을 까먹으며 낮술 한잔 합니다.

3만원짜리 한판이 너무 많아서 결국 까가지고 집에와

굴전을 부쳤습니다.

그래도 잔뜩 남아 냉동실에 보관해 놓고

거의 한달에 걸쳐 찌개에 넣어먹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이순신대교를 지났습니다.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웅장한 다리입니다. 

 

 까치 산란기를 맞아 정전사고의 주범 까치와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녀석들에겐 미안하지만 우리도 살고 봐야지요.

털어도 털어도 자꾸만 짓습니다.

트럭 위에 올라가서도 부수고...

 

 우리 지사 최고 미남 이곤씨가 전주에 올라 까치집을 부숩니다.

 

우리 지사 겸둥이 홍섭씨도 사정없이 털어댑니다.

까치가 집 지으려고 물어다 놓은 것들 중에는 철사를 포함해 여러가지가 많습니다. 

이것들이 비에 젖으면 전도체가 되어 합선에 의한 대규모 정전을 일으키지요. 

 

 지난 주에는 어치계곡 까치집 털이에 함께 따라나섰습니다.

가는 길에 매화로 뒤덮힌 아름다운 골짜기를 지났습니다.

매화꽃 향기가 가슴을 어지럽게 합니다.

 

 수어호 가에 백목련이 만개했습니다.

파란 하늘을 수놓은 목련꽃들은

바람에 흔들리며

아리따운 선녀들의 군무를 선사합니다.  

 수어호와 어우러진 전경은 아름다움의 절정을 이룹니다.

파란 하늘, 파란 물, 아름다운 꽃들이 나를 미치게 합니다.

 들길 따라서도 전주는 계속 이어집니다.

까치는 이렇게 먹을 것이 풍부하고 민가가 가까운 곳에 둥지를 트는 습성이 있습니다.

홍섭씨가 까치집을 터는 사이 어머니 품같은 대지의 숨결을 느껴봅니다.

밭갈이를 마친 농부는 뿌듯한 마음에

막걸리 한사발 들이키고 노래 한자락 하겠지요?

  

 옥룡선로를 더듬다가 옥룡사지를 만납니다.

이 나무는 활엽수인데 그 추운 겨울에도 푸른 잎을 달고 있더군요.

 

 옥룡사지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백림을 선사합니다. 

절은 가고 절터만 남았지만 

원시의 동백림은 

옥룡사의 슬픈 추억을 머금은 채  

말없이 입구를 지킵니다. 

 

이 꽃들이 만개하여 부산을 떨어대는 날이면

온 천지가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힘차게 새로운 생명의 추동이 일겠지요.

 

지난 주 토요일(3.23)은 섬진강을 찾았습니다.

겹겹이 원근으로 겹친 아름다운 산들이 강물에 어우러집니다.

강물은 해마져 품어버렸습니다.

강물은 말없이 내마음까지 안아버립니다.  

생애 최고의 장면을 만났습니다.

 

이 강물은 전라북도 임실까지 이어지며

대한민국 중심부를 젖줄되어 흐릅니다.

 

벗꽃도 곧 터지려 안간힘을 씁니다.

강 건너편 다압엔 지금 매화 축제가 한창입니다.

섬진강 한가운데엔 벌써 뱃놀이 하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일요일 옥곡의 어느 매실농가를 찾았습니다.

무작정 차가 갈 수 있는 곳까지 올라갔지요.

매화가 절경을 이루기에 

한참동안을 꽃과 향기에 취해 버렸습니다.

 

뒤편 솔밭사이로는 장끼와 까투리가 신방을 차리더군요.

내게 들키자 겸연쩍은듯 소리를 질러대며 날아오릅니다.

세상 만물이 온통 봄충동으로 가득합니다.

내 가슴에도 춘정이 터질듯 차오릅니다.

이런 아름다운 봄을

제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게 하소서 ! 

그리하여

올 한해도

생애 최고의

봄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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