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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들/마지막 리더(2010)

5. 잭 웰치 - 끝없는 도전과 용기

by 굼벵이(조용욱) 2017.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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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와 90년대를 풍미했던 리더십을 꼽으라면 우리는 잭웰치의 끝없는 도전과 용기를 꼽을 수 있다. 잭웰치는 1960년에 GE에 입사해 자신만의 독특한 경영방식으로 높은 성과를 내며 승진을 거듭해 1981년 최연소 회장이 되었다. 2001년 9월 제프 이멜트에게 회장 직을 물려줄 때까지 무려 20년 동안 이끌어 오면서 GE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었다. 따라서 잭웰치를 논하지 않고는 80~90년대 경영을 말할 수 없을 만큼 그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기업이 일자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만족시킨 결과가 일자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고용이 평생 보장되는 천국 같은 직장은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하면서 그는 종신고용(Lifetime employment)을 보장하지 않는 대신 종신취업능력(Lifetime employability)을 기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는 또 경영의 수단으로 평가를 매우 중요시 했다. ‘평가라고 하는 것은 원래부터 생활의 일부분이다. 평가는 사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하여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이루어져 왔다. 인생의 첫 20년 동안 모든 과정에서 평가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왜 인생의 훨씬 더 많은 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는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일까?’하는데 의문을 품고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로 평가를 들고 있다. 그런 그가 평가를 중요시 한 이유는 바로 차별화의 기준을 정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오로지 공정하게 평가하고 이를 기초로 차별적으로 처우해 줌으로써 동기부여를 촉진하고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리더십의 근간으로 삼았다. 그의 어머니로부터 전수받았다는 경영이념 중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사용하며 동기를 부여한다’는 원칙을 실천한 것이다.
  평가 결과 상위 20%에 해당하는 A등급 직원에게는 최고의 대접을 해 주고 중위 70%에 해당하는 B등급 직원은 교육훈련, 적극적 피드백 그리고 신중한 목표설정 등을 통해 적극적인 참여와 동기를 부여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중 하나가 바로 이 B등급 직원을 자세히 살펴보고 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어 키워주어야 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하위 10%에 해당하는 C그룹은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도 회사를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하위 10%를 강제적으로 순환시키면서 건물은 그대로 둔 채 사람만 제거한다는 표현에 빗대어 ‘중성자탄 잭’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잔인하고 거짓된 친절은 바로 스스로 더욱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사람을 계속 회사에 붙잡아 두는 것’이라고 하면서 ‘진정으로 잔인한 것은 그들이 나이가 들어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자녀들이 성장하여 교육비가 엄청나게 늘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때서야 회사를 그만두게 하는 것이다.’라고 해고의 이유를 설명한다. 그의 설명은 받아들이기 나름이겠지만 시스템적 강제해고가 인간의 존엄성에 많은 상처를 준 것은 사실이고 인본주의적 성향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는 기업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십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크로톤빌에 연수원을 건립하고 리더십 개발에 초점을 맞추었다. 아예 연수원의 이름조차도 ‘Leadership Center’로 정할 정도로 리더십을 강조했다. 강사진도 85%이상을 GE 최고 경영진으로 구성하여 그가 중요시 하는 ‘열정’을 조직원들에게 불어넣으려 했다. 자신의 회사 최고 경영진만큼 회사에 대한 열정과 애착 그리고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드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자신이 강점을 갖고 있지 않은 분야에서는 절대로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생각하여 각자의 강점계발에 주력하도록 했다. 이런 논리로 1등 할 수 없는 계열기업 역시 과감히 매각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오늘의 GE를 만든 근본적인 이유는 잭웰치가 일관되게 주장해 온 경영이념‘4E - 1P’를 전 직원이 공감하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했다는 점이다.
  첫째는 'Energy'로 적극적 ‘활력’을 뜻한다.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변화를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Energize'로 다른 사람이 적극적인 에너지를 갖도록 활기를 불어넣는 능력을 뜻한다.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것조차도 해 낼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셋째는 'Edge'로 결단력을 뜻한다. 결정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Yes’나 ‘No’를 명확하게 답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는 ‘Execute’로 실행력을 말한다. 온갖 장애를 뚫고 결정을 실행에 옮겨 반드시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1P는 'Passion'으로 열정을 뜻한다. 적어도 일을 맡았을 때 흥분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잭웰치는 철저한 성과중심의 사고를 가지고 있어 학벌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이었다. 학벌이 업무수행 능력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학벌이 좋은 사람은 지적 호기심은 왕성하지만 한 가지 일에 대한 열정과 집중력이 부족하고 헌신하기를 꺼려하는 ‘성의가 부족한 사람’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오로지 성과추구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매섭게 몰아붙였지만 그는 ‘리더는 한 손에는 물뿌리개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비료를 든 정원사라고 생각하라’는 자연법칙으로 리더십을 결론지었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탈무드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따금 잡초를 뽑아내는 일도 있겠지만 당신이 하는 일의 대부분은 키우고 돌보며 모든 것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다’라는 정원사의 이야기로 리더십의 결론을 맺는다. 이러한 결론에 의한다면 얼마나 훌륭한 리더인지는 얼마나 훌륭한 조직구성원을 키워냈는지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이러한 표현과는 매우 다른 생각이 들어있다. 그것은 어머니로부터 전수받았다는 그의 기본적인 경영신념이다. 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이기기 위해 열심히 경쟁하는 것 
  ② 현실을 직시하는 것
  ③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사용하며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
  ④ 목표를 보다 높게 설정하는 것
  ⑤ 사람들이 임무를 확실히 완수하도록 가차 없이 추궁하는 것

  이와 같은 그의 경영신념은 최근 인본주의적 입장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의 생각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신념인 ‘이기기 위해 열심히 경쟁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어긋난다고 보는 것이다. 이기고 지는 것은 노력의 결과일 뿐 그 자체를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 모두가 Win-Win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서로가 상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경영신념으로 인해 게임에 진 하위 10%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불명예와 더불어 결국 해고의 상처를 안게 되었다.
  두 번째, ‘현실을 직시하라’는 신념은 경영에 있어 보편적 진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세상 만물은 모두 현재를 살고 있다. 그것은 자연법칙이다. 따라서 경영 또한 현실에 바탕을 두어야 함은 당연하다.
  세 번째 신념인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사용하며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열심히 잘 뛰는 말에겐 당근을 주고 잘 뛰지 못하는 말은 매를 때린다는 의미이다. 인간이 동물이라는 속성에서 보면 보편타당한 원칙에 가깝다. 실제로 행동주의 심리학에서는 강화와 처벌을 가장 중요한 인간의 학습수단으로 보고 있다. 칭찬과 인정을 통한 강화는 부작용이 없어 보이지만 지나친 처벌은 학습된 무기력을 포함한 여러 가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 단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성과를 창출할 수 있지만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창의력 발산을 어렵게 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성과창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네 번째 신념인 ‘목표를 보다 높게 설정하라’는 마치 고무줄을 끊어지기 직전까지 늘이듯이 목표를 마지막 한계점까지 설정하라는 것이다.(Stretch Goal) 그러나 끊어지기 직전까지 늘인 고무줄은 점점 탄성을 잃어버려 더 이상 고무줄로서의 역할을 할 수가 없게 된다. 일회용이라면 몰라도 그 고무줄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면 망가뜨리기보다는 오히려 고무줄의 품질을 높이는 편이 더 낫다. 다시 말하면 현재보다 향상된 적합한 목표를 설정하되 지속적으로 더 높은 목표로 수정해 나가게 하여 조직구성원의 성과창출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보다 나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몰입경영의 대가 칙센트 미하이도 업무 몰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목표수준이 적절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앨버트 반듀라에 의하면 인간의 성취동기는 주로 자기효능감(Self-efficacy)에서 나오는데 자기효능감이란 자신이라면 어떤 결과가 가능할 것이라고 스스로 믿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이 임무를 확실히 완수하도록 가차 없이 추궁하라’는 마지막 신념은 조직구성원을 마치 노예 다루듯 하라는 뉘앙스까지 풍기면서 GE인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일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은 매우 중요한 리더의 덕목이지만 가차 없이 추궁하는 것은 공포심을 유발하게 된다. 크레이그 히크만은 공포심이 성과를 창출하기보다는 오히려 상사의 비위를 맞추려는데 귀중한 시간을 소비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는 두려움을 이용하여 성과를 거두려는 리더는 두려움의 감소가 곧 신뢰의 증대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잭웰치는 일에 대한 열정과 집중력은 물론 스스로 조직에 헌신하는 성실한 사람들로 메워진 회사를 원했지만 결론적으로 그가 이끌어간 리더십 스타일은 오히려 그와 반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와 같은 문제점은 본인 스스로 수년에 걸쳐서 검증하고 엄선한 제프 이멜트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그와는 정 반대의 경영이념을 내세우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