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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들/마지막 리더(2010)

6. 제프리 이멜트 - 위대한 디테일의 승리

by 굼벵이(조용욱) 2017.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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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웰치가 오랜 기간 동안의 검증과정을 거쳐 엄선한 후계자 제프 이멜트는 잭웰치 와는 매우 다른 경영스타일을 보이고 있다. 2000년대라는 시대적 상황도 있었겠지만 그는 우선 잭웰치 방식의 리더십 스타일이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는 호소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GE 사람들은 잭웰치의 강한 리더십으로 인하여 이미 너무 지쳐있었다. 
  그는 "난 역사상 가장 유명한 CEO인 웰치의 뒤를 잇는 신참내기 CEO 였습니다. 그렇지만 시대적 상황은 전임자와는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1990년대 후반에는 뭐든 다 잘되었고, CEO들은 존경을 받았죠. 하지만 세대마다 서로 다른 많은 스타일이 존재합니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당신과 당신이 살아가는 시대에 적합한 스타일을 갖추는 것입니다."라고 겸손하게 말하면서 잭웰치 방식의 경영스타일을 완전히 부정하고 있다.

  그가 잭웰치와 다른 점은
  첫째, 잭웰치는 멋진 필체로 직접 메모를 해서 직원들에게 보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이멜트는 자신의 글씨체는 엉망이라며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시대적 상황의 차이도 있지만 이메일이 보다 섬세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 줄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둘째, 잭웰치는 성과가 좋지 못하거나 실수를 저지르는 직원들을 언성 높여가며 혹독하게 비판하는 반면, 이멜트는 거리감을 좁히고 편안한 농담과 함께 어려운 문제에 관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전달하면서도 성과물에 대한 진지함을 유지한다. 다시 말하면 이멜트는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를 스스로 반성하고 해결책을 찾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경영스타일은 그동안 지나친 위기의식과 공포감으로 마음 졸여 온 GE인들로 하여금 새로 선임된 경영자에 대하여 신뢰와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셋째, 잭웰치는 직원을 해고한 뒤엔 미련을 두지 않았다. 이멜트 역시 직원을 해고하지만 전에 자신이 해고한 직원을 불러 그가 겪고 있을 큰 변화 속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한다고 한다. 이는 해고를 당한 당사자는 물론 모든 GE인들에게 자신이 진정으로 직원들을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행위가 경영성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경영자에 대한 신뢰는 물론 회사에 대한 애착과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넷째, 웰치는 맨해튼의 록펠러센터에 위치한 사무실을 선호했다. 하지만 이멜트는 매달 한 주는 뉴욕 사무실에서, 한 주는 페어필드 사무실에서, 그리고 나머지 두 주는 세계를 돌며 GE 시설을 방문하여 고객과 만나며 지낸다. 이는 이멜트의 현장직원이나 고객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말해주는 부분이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찾아가 자신의 성과에 대하여 설명하거나 애로사항을 이야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윗사람이 찾아가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고민해 줄 때 직원이나 고객은 더 큰 사랑을 느끼게 된다.

  결국 웰치는 고도성장기에 높은 성과를 올리면서 존경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그의 주변인으로부터 사랑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웰치 밑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던 이멜트는 그를 통해 어떻게 하면 주변인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 알게 된 것이다.
  그가 어떻게 사랑을 실천하는지 그의 이야기를 다시 들어보기로 하자.

  “단 한 번도 GE를 큰 덩치라고 생각하며 회사를 운영한 사람은 우리 중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는 GE를 길모퉁이에 있는 식료품 가게라고 여기며 운영합니다. 우리는 세부 사항을 살피고, 각 절차를 검토하며, 사람들을 하나하나 챙깁니다. GE는 너무 거대해서 모든 것이 흐릿하게 돌아가는 회사가 아닌 것이죠. 언젠가는 우리도 그런 상태에 빠질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기업문화나 기업 가치나 임직원들을 꼼꼼히 챙길 수 있었기 때문에 아직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GE가 거대 복합기업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결코 없습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들과 프로세스가 있는 한, 각 사업단위는 정말 작은 회사처럼 운영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물론 시대마다 요구하는 리더상이 다르다. 그러나 시대가 다르더라도 변함없이 가져가야할 리더상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디테일이다. 식료품 가게 아저씨처럼 소소한 것까지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관심을 가져주는 자세가 변함없는 리더십 자질이다. 100 - 1은 산술적으로는 99지만 심리적으로는 0이다. 산업화가 덜 이루어지고 경제적으로 빈곤했던 과거에는 배고픔 때문에 자신의 요구를 마음속에 묻어두고 밖으로 표출 할 수 없었다. 즉, 경제적 필요에 의해 정신적 빈곤상태를 감내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기에 잭웰치 방식의 경영이념이 통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현대사회에서는 정신적 빈곤상태를  감내하는 사람이 드물다. 그래서 이와 같이 작지만 섬세한 배려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금융위기를 비롯해 과거에는 접할 수 없었던 엄청난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는 지금까지 이 어려움을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가고 있다. 이멜트 만의 경영방식은 20년에 걸쳐 굳혀진 잭웰치의 경영방식과는 사뭇 다르지만 부드럽고 섬세한 리더십 스타일이 GE인의 마음을 녹이고 있기 때문이다. 강하고 위협적인 것보다 부드럽고 섬세한 것이 오히려 현대적 조류에 더욱 적합할 뿐만 아니라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사례를 보았는데 한 때 세계 경제를 주름잡았던 일본에는 어떤 리더십이 지배적인지 알아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