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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들/마지막 리더(2010)

4. 인사 시스템의 변화

by 굼벵이(조용욱) 2017.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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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나 기업의 경영시스템 변화를 보더라도 사람들의 생각지도가 어떻게 변화되어가고 있는지 그 추이를 쉽게 읽을 수 있다. 경영시스템의 변화를 알기 위해서는 인사시스템의 변화를 알아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경영의 핵심 키워드가 인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사 시스템은 그 나라의 사회문화나 해당 조직의 조직문화는 물론 조직구성원의 생각의 지도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동서양간 전통적인 인사시스템을 비교해 놓은 예를 하나 살펴보자.

<표2 동서양간 인사시스템 비교>

구   분
동양형:‘사람’ 중심주의
                                                                 서양형:‘직무’ 중심주의
기본사고
연공서열, 장유유서 등 동양의 유교사상과

가부장 제도의 가족의식에서 기인
                                                                  서양의 청교도 윤리와 개인주의적 사고에서 기인(소명의식)

의식구조
집단주의
                                                                  개인주의
고    용
종신고용
                                                                   단기고용
평가․승진
경력 중심주의
연공서열 등 사람 중심의 평가 및 승진
                                                                    능력 및 업적 중심주의
                                                                    직무자격에 의한 승진제도 (직위공모제 : Job Posting)
보수관리
경력급을 기본 원칙으로 함
                                                                    직무급을 기본 원칙으로 함
보직관리
순환보직제도 운영
수평적․수직적 직무순환
⇨ 다양한 직무경험(속인적 직무관리)
                                                                     순환보직제도를 운영하지 않음
                                                                      (필요시 동일 직무분야 내 이동)
                                                                      ⇨ 깊이 있는 직무경험(속직무적 보직관리)
경력개발 전문성확보
비전문 범위로 직무순환 하므로 전문성 확보 곤란
직무의 상위개념인 ‘직군’등을 설정하고 직군별 인사관리를 통해 전문성 확보
                                                                      순환보직이 없어 경력개발에 한계
                                                                      경력개발 계획(CDP)이나 Succession Plan등을 통해        유사 직무범위 내 수평․수직적 직무순환 - 핵심인재 육성
의사결정
공동의사 결정
                                                                      개인의사 결정
책    임
중앙집권/공동책임
                                                                       분권화/개인책임(Empowerment)
주적용집단
공무원 ․ 공기업 ․ 대기업 중심
                                                                        외국계 민간기업 중심
인력양성
Generalist(General Manager)
                                                                        Specialist(T형 전문가)
현대적경향
 상호보완적 절충주의를 지향 : 사람중심형+직무중심형
  - 사람중심형 : 직군제도 등을 통해 광범위한 직무전문성 확보
  - 직무중심형 : 종신고용, CDP제도 등을 통하여 인재육성

 

  ‘영혼까지 일터에 묻게 하라’에서 저자는 동양과 서양의 인사 시스템의 차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 가는지를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사람의 의식은 대체로 종교와 많은 관련이 있다. 동양은 유교사상을 통해서 집단주의적 의식이 발달한 반면 서양은 기독교를 중심으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개인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동양은 ‘직무’나 ‘일’ 보다는 ‘사람’을 더 중시하고 집단 내 ‘사람’의 위계에 따른 공정한 배분을 강조한다. 반면 서양은 프로테스탄트 윤리에서 말하는 ‘천직’ ‘소명의식’의 영향을 받아 자기 ‘일’, 자기 ‘직무’개념이 명확하다. 각각의 직무단위가 각각의 사람이라고 볼만큼 철저한 직무중심의 사회를 이룬다. 동양에서는 사람을 먼저 채용한 후 사람에게 맞는 직무를 찾아 보직하고, 순환보직의 과정에서 때로는 사람에 따라 직무범위가 바뀌는 일도 허다하다. 이른바 위인설관 식 조직관리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먼저 직무에 대한 철저한 분석(Job description)과 함께 직무평가(Job evaluation)를 통해 직무 값과 범위를 정의한 후 이에 적합한 사람을 채용하고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강제로 순환보직 하는 일은 드물다.
  각각의 제도에 장단점이 있지만 이윤확보를 위한 전문성이 특히 강조되는 민간 생산조직에서는 직무중심형이 보다 효과적인 반면, 서비스 조직이나 공무원 조직과 같이 전문성 보다는 사람관리가 주를 이루는 조직에서는 사람중심형이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현대적 조류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서로의 장점을 살리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순환보직 제도가 없는 직무중심형 조직에서도 경력개발이 필요한 특정 분야에 CDP(Career Development Program)라는 제도를 가미하여 유관분야의 다양한 직무경험을 통한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사람중심형 기업에서는 지나친 순환보직에서 오는 전문성 약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유사한 직무의 군(群)인 직군(職群)이나 직열(職列) 따위를 설정하고 직군이나 직렬 범위 내에서만 순환보직을 하도록 하고 있으며 특별히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무는 전문직으로 분류하여 직무중심형 기업처럼 아예 순환보직을 실시하지 않는다.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조직 구성원의 의식이나 문화에 맞는 최적의 인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해방과 더불어 수립된 정부는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특징으로 하는 미국식 정치, 경제 시스템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민간기업의 경영시스템도 빠른 속도로 미국식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있다. 심지어는 공무원의 인사시스템조차도 상당부분 미국식으로 바뀌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어느 부문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시스템이 미국식으로 바뀌면서 한국인의 ‘생각의 지도’는 급속도로 서양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중국의 경우도 결국 우리와 같은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연구원의 한 연구결과 보고서를 보면
  ‘앞으로 중국은 세계의 패권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와 그렇지 않다고 보는 견해가 대립한다. 어쨌거나 중국은 과거 우리를 지배했던 나라이고 가장 빠른 속도로 변화와 발전을 지속하고 있기에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들은 공산주의 국가이지만 경제발전을 위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받아들였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라면 근간이 되는 공산주의체제 마저 부정하겠다며 실용주의 노선을 걷고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직접 경제개발 계획을 수립 시행하는데 이에 따른 국민적 저항은 거의 없거나 무시되는 것 같다. 그러니 순식간에 소주공업원구 같은 대규모 공단이 만들어지고 포동 지구 같이 엄청나게 큰 경제 중심도시가 불과 20년 만에 생겨난다.’고 중국의 실상을 밝히고 있다.
  화웨이 같은 중국기업은 기업경영 시스템조차도 Hay Group의 컨설팅을 받아 미국식으로 바꾸었다. Hay Group은 전문적으로 미국식 인사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대표적인 미국의 인사 컨설팅 회사 중의 하나이다. 만일 중국이 지금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속 변화의 물결을 이어간다면 중국인의 생각의 지도도 빠른 속도로 서구화 될 것이다.

  원래 기업경영 시스템은 조직인의 의식구조에 맞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조직인의 의식구조에 부적합한 제도를 억지로 도입하다보면 서로 충돌을 일으키면서 제도가 제대로 정착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나 중국은 오히려 제도를 먼저 바꾸고 그 제도에 맞도록 의식구조를 바꾸어간다. 그래도 커다란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유행에 민감한 국민적 경향성 외에도 교육 시스템을 통한 의식의 서구화와 인터넷을 통한 활발한 지식 및 정보의 교류 등에 기인하는 것 같다. 조기유학 따위를 통해서 이미 젊은 세대가 상당부분 서구화된 의식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은 금세기 최고의 혁명이며 세계를 하나로 묶는 가장 중요한 매체로 여겨진다.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샌델 교수도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정의로운 사회에 강한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면 사회는 시민들이 사회 전체를 걱정하고 공동선에 헌신하는 태도를 키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자면 공적인 삶에서 시민들이 드러내는 자세와 기질인 “마음의 습관”에 무관심할 수 없다. 사회는 좋은 삶에 관한 지극히 사적인 견해를 배격하고 시민의 미덕을 키울 길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우리 시대 정의(Justice)에 대한 정의(Definition)는 누가 내리는가? 그의 정의에 의한다면 결국은 사람들 모두 각자 자신의 도덕적 가치기준에 따라 내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도 결국은 개개인의 “마음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음 습관은 결국 지금까지 설명해 온 ‘생각의 지도’와 같은 개념이며 생각의 지도는 사람이 태어나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학습을 하였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은 마이클 샌델의 경우에도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학습시스템(그것이 종교에 의한 것이든, 공교육에 의하든, 사교육에 의하든, 정치체제에 의하든, 언어적 습관에 의하든 상관없다.)이 인류의 진화를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는 나의 견해와 입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 역사가 진화의 과정을 계속 이어가다가 더 이상 진보나 발전이 이루어 질 수 없는 마지막에 서면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결과적으로‘생각의 지도’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동양과 서양이 서로의 장점을 취해가며 통일된 최적의 생각지도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세계인이 서로 비슷한 의식구조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꿈같은 시기가 오면 지금과 같은 이념전쟁이나 종교전쟁 따위도 모두 사라질 것이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서로를 이해하고 도우면서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 시대 마지막 리더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조직을 이끌어 나갈까?
  마지막 리더의 리더십을 알아보기 위해 지금까지 주장되어온 여러 가지 이상적 리더상 그리고 이와 관련된 주변 이야기들을 살펴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