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쓴 책들/마지막 리더(2010)

19. 역사의 진화(프란시스 후쿠야마)

by 굼벵이(조용욱) 2017. 9. 22.
728x90

  인간은 근본적으로 동물과 구별된다. 왜냐하면 인간은 다른 인간으로부터의 선망에 대한 요구, 즉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 다시 말해 자신을 남보다 뛰어난 존재로서 인식시키고 싶다는 우월욕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은 어떠한 가치나 존엄성을 지닌 존재로서의 인간으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이러한 인정욕구는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자신의 가치나 존엄성을 지켜나가게 한다.
  이러한 인정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투쟁이 역사의 출발점에서는 주군과 노예의 관계를 낳았다. 욕구 충족을 위해 자신의 생명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주군계급과 죽음에 대한 본능적 공포에 굴복한 노예계급으로 분할된 것이다. 이 주종관계는 다종다양한 형태의 불평등한 귀족주의 사회를 낳았지만 결국 그것으로는 주군과 노예 어느 쪽의 욕구도 채울 수 없었다. 노예는 패자인 입장이므로 어떤 점에서도 인정받지 못했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주군도 자기가 인정받았다고 만족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다른 주군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것이 아니고 노예들로부터 인정을 받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예 자체가 불완전한 존재여서 불완전한 존재인 노예로부터의 인정은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불만족 속에서 결국 노예는 자기해방 운동을 일으켰고 그것은 그리스도교의 출현을 가져왔다. 이는 다시 귀족사회의 주종관계에 원래 갖춰져 있던 내부 모순과 어우러져 프랑스 혁명, 미국 독립혁명으로 이어지며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를 탄생시켰다.
  헤겔은 미국의 독립이나 프랑스 혁명에 의해 역사는 결국 종말을 맞이했다고 주장하였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혁명의 과정을 거쳐 인간의 두 가지 본원적인 욕망을 충족시켰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는 타인보다 우월함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목숨도 아끼지 않겠다는 의미의 우월욕망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과 동등하게 인정받고 싶다는 대등욕망으로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주의 사회는 평등원리를 기본으로 하지만 ‘안전하게 길들여진 우월욕망’을 어느 정도 까지는 용인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니체에 의하면 진정한 자유와 창조성은 '우월욕망' 요컨대 남보다 뛰어난 존재로 인지시키고 싶다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정치체제도 경제나 경영체제처럼 인간에게 내재된 본능에 근본적인 뿌리를 두고 있다. 인간은 군거성 동물이기에 늘 집단을 이루려는 습성을 가진 데에다 우월욕망이 충돌하면서 언제나 집단 내 개인 간 갈등을 유발한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결국 각각의 개인 모두에게 평등한 자유와 권리를 부여할 필요가 있었고 이러한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서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가 만들어 졌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으려는 우월 욕망과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대등욕망으로 인하여 인간의 역사가 진화한다는 헤겔의 주장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역사 속 전쟁의 이면에는 늘 이러한 욕망이 숨어있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시스템의 중심에 이런 욕망이 스며들어 있다. 따라서 리더는 이렇게 상반된 욕망을 가진 개인과 조직을 어떻게 하면 동시에 만족시키면서 성장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우선, 리더는 조직 구성원을 평등하게 대해주어야 한다. 그렇지만 평등만으로는 진화의 역동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우월욕망을 자극하여 그 진화의 에너지를 창출하여야 한다. 하지만 우월욕망의 지나친 자극은 심한 갈등과 충돌을 가져온다. 따라서 일정한 수준의 안전판을 갖춘 상태에서 우월욕망을 자극하여 성취동기를 유발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과 조직구성원의 우월의식을 일치시켜주는 것이 좋다. 조직과 개인 모두 같은 비전과 목표 아래 우월의식이 한 방향으로 달려가게 하여야 한다. 개인별 차등이라는 차별화 전략을 통해 우월욕망을 자극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반드시 조직구성원 모두에게 동등하게 기회를 부여하고 공정하게 보상함으로써 대등욕망을 동시에 충족시켜주어야 한다. 대등욕망의 충족 없는 우월욕망의 자극은 조직 내 갈등을 유발할 뿐이다. 조직구성원 모두가 인정하는 원칙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성과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세상에는 이러한 인간의 욕망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기분 내키는 대로 사람을 다루는 경영자가 의외로 많다.

'내가 쓴 책들 > 마지막 리더(20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 '꽃'에서 찾는 리더십   (0) 2017.09.27
20. 리더십의 황금률  (0) 2017.09.23
18. 미래 리더   (0) 2017.09.22
17. 경영의 미래  (0) 2017.09.21
16. 몰입하는 방법  (0) 2017.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