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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면역에 관하여(율라 비스)

by 굼벵이(조용욱) 2018.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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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은 인공 화학 물질보다 천연 화학물질이 본질적으로 덜해롭다고 여긴다
그렇지 않다면 온갖 증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연이 전적으로 선하다고 믿는 듯하다
민간 전승에 따르면 우두에 걸려 물집이 잡힌 소의 젖을 짜다가 손에 물집이 생긴 여자는
전염병 환자를 간호하더라도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게 종두법 탄생의 기원이다

아기의 생후 첫 몇년은 면역 속성 기간이다
그 몇년 동안 아기가 흘리는 수많은 콧물과 아기가 겪는 수많은 열은
면역계가 세균 어휘집을 공부하고 있다는 증거다
1900년에 태어났던 아이 열명 중 한명은 첫 생일을 맞기 전에 죽었다
우리는 모두 오염된 존재다

대부분의 병은 가만 놔두면 낫는다
가만 놔워서 낫지 않는 문제는 의사들이 무슨 수를 쓰든지 환자를 죽일 가능성이 높다

아기는 자궁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심지어 산도를 나서기 전부터 세균의 맹공격에 노출된다
무균실에서 살지 않는 한 모든 아기는 여러 차례의 백신 접종에서 얻은 약독화된 항원을
처리하는것보다 매일 일상에서 감염을 물리치려고 싸우는 게 더 버거운 일일 것이다
다른 의약품과 비교할 때 백신은 개발비가 많이 들고 이익은 보통인 편이다
오래 된 백신일수록 새 백신에 비해서 상당히 적은 돈을 벌어들인다
일단 수두에 걸리면 수두 바이러스가 몸에서 영원히 떠나지 않는다
바이러스는 신경 뿌리에 남아 있고 면역계는 남은 평생 그것을 저지해야 한다
그러다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에 바이러스는 신경을 감염시켜 통증을 일으키는
대상포진으로 되살아난다
깨어난 바이러스는 뇌졸중과 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데
그보다 더 흔한 대상포진 합병증은 몇달 혹은 몇년씩 이어지는 신경 통증이다
수두의 경우 실제 질병에 의해서 생성된 면역은 질병과 영원한 관계를 맺게 된다는 걸 뜻한다
우리는 백신 바이러스가 아니라 야생형 바이러스를 원한다
그리고 아이가 진짜 수두를 경험하는 편을 선호한다
몸은 각자에게 속한 것이겠지만
동시에 많은 몸으로 이루어진 몸에도 속한다는 역설을 인정해야한다.
우리몸은 독립적이면서도 의존적이다
자연적 몸은 백신 접종행위에서 정치적 몸과 만난다
생각이 언어를 오염시킨다면 언어도 생각을 오염 시킬 수 있다
조지 오웰의 유명한 말이다
진부한 은유는 진부한 생각을 낳는다 뒤섞인 은유는 혼란을 낳는다
그리고 은유는 쌍방으로 흐른다
태양표면이 폭발할 때 중성미자라는 아주 작은 입자가 생겨나.
중성미자들은 태양에서 지구까지 날아와서 대기로 들어오지
중성미자는 무지 작기때문에
그것들이 우리 몸을 통과해서 지나가도 우리는 아무것도 못 느낀단다
생각해봐
작은 태양조각들이 우리 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거야
우리 몸 속에 햇빛이 있는 거야
운동을 하고 담배를 피우지 않기 등 우리의 생활방식은
그 자체가 다양한 종류의 면역이라고 할 수 있다
우수한 면역계를 가진 아이도 남에게 질병을 전달할수는 있다
생명이 암을 일으킨다
무케르지는 책에서 생명이 암의 원인일 뿐 아니라 심지어 암이 곧 우리라고 주장한다
그 타고난 분자적 핵심까지 속속들이 암세포는
과잉 활동적이고 생존 능력을 타고났고 공격적이고 생식력이 뛰어나고 창의적인
우리 자신의 복사본이다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이것은 결코 은유가 아니다

모르면 두려워 진다
장폴사르트르의 말을 빌리자면 자유란 주어진것에 대한 행함이다
우리에게 주어진것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우리는 두려움을 갖게 된 것 같다
인생이란 결국 취약성의 기간이다
우리는 자신이 취약하다고느낄수록 좀 더 편협해지는 경향이 있다
우리몸에는 자기보다 타자가 더 많이 담겨 있다
한 면역학자가 재치 있게 말했듯이 외계인이 우주에서 우리를 들여다 본다면
인간이란 미생물이 운송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미생물은 우리의 소화를 돕고 비타민 합성을 거들고 해로운 세균의 증식을 막아준다.
마칭어는 면역체계가 혼자 일하지 않고
신체 조직들의 네트워크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일한다는 가설을 제안했다
우리 몸은 우리가 적절한 환경에서 다른 많은 미생물과 함께
균형을 이루어 살아가는 정원이다
우리 몸의 정원에서 우리가 제 속을 들여다볼 때 발견하는 것은
자기가 아니라 타자다
1759년에는 낙관주의가 새로 생긴 단어였다
그것은 이 세상은 신이 만드신 것이니
가능한 모든 세상 중 최선의 세상임에 틀림 없다는 철학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캉디드는 합리주의가 비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면역은 공유된 공간이다
우리가 함께 가꾸는 정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