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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무라카미 하루키)

by 굼벵이(조용욱) 2019.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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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목적은 인생을 간결하게 한다

​기억을 어딘가에 잘 감추었다 해도 깊은 곳에 잘 가라앉혔다 해도

거기서 비롯한 역사를 지울 수는 없어

​사고란 수염 같은 것이다

성장하기 전에는 나오지 않는다

​자유를 빼앗긴 인간은 반드시 누군가를 증오하게 되죠

아버지는 그 이상한 이야기를 이상한 이야기 그대로 그냥 받아들였을 거예요

뱀이 입에 문 먹이를 씹지도 않고 통째로 천천히 삼킨 다음

시간을 들여 천천히 소화시키듯이

​사실이란 모래에 묻힌 도시 같은 거라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모래가 쌓여 점점 깊어지는 경우도 있고

시간의 경과와 함께 모래가 날아가서 그 모습이 밝게 드러나는 경우도 있어

​재능이란 그릇과 같아

아무리 노력해도 그 사이즈는 쉽사리 바뀌지 않아

그리고 일정한 양을 넘으면 물은 더 들어가지 않아

​억지로 설명하려 하면 어딘가에 거짓말이 생겨 난다.

사람의 마음은 밤의 새다

조용히 뭔가를 기다리다가 때가 오면 일직선으로 그쪽을 향해 날아간다

​우리 모두는 온갖 것들을 끌어안은 채 살아가

​살아남은 인간에게는 살아남은 인간으로서 질수밖에 없는 책무가 있어

그건 가능한 한 이대로 확고하게 여기에서 살아가는 거야

온갖 일들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해도

“​어미 새가 아기 새들에게 저런 식으로 울음소리를 가르치는 거야”

에리가 말했다 그리고 미소지었다 

“여기와서 알았어. 새들도 일일이 울음소리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