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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빵굽는 타자기 (폴 오스터)

by 굼벵이(조용욱) 2019.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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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돈이 말한다

돈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돈의 주장에 따르면 인생의 언어를 배울 수 있다

​아이젠하워가 대통령이 된 뒤에는 나라 전체가 거대한 텔레비전 광고로 바뀌어 버렸다

더 많이 사고 더 많이 만들고 더 많이 쓰라는 선동과

돈이 열리는 나무 주위를 돌면서 춤을 추라는 부추김이 끊임없이 거듭 되고

사람들은 남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다가

발작적인 정신 착란으로 픽픽 쓰러져 죽어 갔다

​처음부터 돈이 있었으니까 그 때문에 싸우는 것이다

한계를 넘으면 지푸라기 하나만 더 얹어도 낙타 등뼈가 부러진다

​나는 내 존재를 믿었지만 나 자신을 신뢰하지는 않았다

나는 대범하면서도 소심하고 재빠르면서도 굼뜨고 순진하면서도 충동적이었다

말하자면 모순이라는 정령에게 바쳐진 걸어 다니는 기념비 살아 숨 쉬는 기념비였다

​일상세계의 변두리에서 빵부스러기나 주워 먹는 가난한 시인의 생활인 한계생존이었다.

낙후된 시골이나 세상의 똥구덩이 같은 곳에 잠깐씩 들어가 보면

어김없이 재미난 것을 발견하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것을 배울 수 있다.

세상사에 대한 생각은 다달이 바뀐다.

인생의 특정한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라

그러면 살아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들과도 많은 날들을 함께 보낸 것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