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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소리 내어 읽는 즐거움(정여울)

by 굼벵이(조용욱) 2020.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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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 글 참 맛갈나게 잘쓴다.

문장이 참 아름답고 말 그대로 소리내어 읽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녀의 글은 버릴 것이 없다.

단어, 어휘 하나 신중하게 골라 틀림 없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을 썼고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감정을 전달하기위해 애를 쓴 흔적이 도처에 깔려있다.

그녀가 쓴 글 원문에서 함께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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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저마다 내가 사랑한 최고의 문장들을 서로 앞 다투어 소개하고 예찬 하느라 밤을 새는 정겨운 술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말의 환한 기운이 나의 무딘 감성을 일깨우는 것을, 아름다운 문장들을 몇 번이고 소리 내어 읽으며 내 영혼이 조금 더 건강해지고 힘을 가지고 치유되는 것을 느꼈다

아름다운 글은 분명 우리의 지친 삶을 치유한다

게다가 아름다운 글을 소리까지 내어 낭랑하게 읽는 것은 내 삶뿐 아니라 타인의 삶까지도 어루만질 수 있는 영혼의 건강 비법이다

 

모든 그리움에는 어떤 미련함이 내포되어 있다

'미련한 날 꾸짖어주오' 애절하게 청해 보지만 꾸짖어줄 그 사람은 정작 내 곁에 없다

사무쳐야 그리움이다

쓰라려야 그리움이다

마침내 그리움과 나를 분리시킬 수조차 없어야 그리움이다

그 감정의 뿌리가 그리움인지도 모른 채 한참을 방황 하다가 비로소 인생의 어떤 참혹한 문턱에서 그 황망함의 정체를 깨닫는 순간이 그리움이다

그리하여 그리움은 어쩌면 감정이 아니라 시간일지도 모른다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시간, 영원히 멈출 수 없는 마침내 마음이라는 액자 속에 영원히 박제되어 버린 시간, 그것이 내게는 그리움이다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 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 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 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데다가 의자 몇개 내놓는 거여

이정록 의자

 

남들이 그냥 앉으라고 잠시 앉아서 쉬어 가라고 내 놓는 의자 같은 따스한 위로 그런 위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다

 

누군가를 일부러 기다리게 하는 사람은 항상 머리를 굴린다

그는 영악하거나 냉정하거나 기필코 무슨 사정이 있는 사람이다

 

네잎 클로바 한 이파리를 발견 했으나 차마 못 따겠구나

지금 이 들녘에서 풀잎 하나라도 축을 낸다면 들의 수평이 기울어 질 것이므로

정채봉 들녘

 

내 꿈이 씨앗을 파종 하던 그 잃어버린 시간을

 

개미가 사과 껍질에 들러붙듯 천천히 핥아 먹은 삼중당 문고

 

입신출세한 사람들은 어리석기만 한데 재능 있는 사람은 빛날 기회조차 없네

정약용, 혼자 웃다

 

위리안치, 옛 유배지에서 집 주위에 가시 울타리를 둘러 그 누구와도 접촉 할 수 없게 하던 가혹한 고립을 스스로 선택하고 싶은 순간 어떤 전화도 편지도 할 수 없는 그 순간에도 나는 잘 있으니

 

상대방 손과 팔 사이의 말을 장풍으로 잘라내고 그 사이에다 제 말을 끼워 넣기도 하였다

김기택, 수화

 

맹자의 구방심이라는 말이 있다

흩어지고 달아나려는 마음을 도로 되찾아오는 더 커다란 마음이 바로 구방심이다

맹자가 왜 그런 말을 썼을까 생각해 보니 우리 마음은 걸핏하면 어디로 도망가길 좋아하기 때문이다

 

돈이 아닌 것이 주인 되는 아주 소박한 마음의 비무장지대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내가 꿈꾸는 소유,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한 일자의 꿈이다

 

이제 부모님도 아신다

때로는 부모의 끈질긴 잔소리보다 자식의 단 한번 앙칼진 잔소리가 더욱 강해지는 시기가 온다는 것을

 

밭은 있지만 곡식은 심지 않고

애써 공들여 난초를 심었다네

난초는 가을이 되어도 열매 맺지 않지만

거문고 품에 끌어안고 후회는 하지 않으리

이희사 만음

 

만음, 특별한 제목없이 그저 생각나는 대로 자유로이 읊은 시다

(이 시를 보고 느낀 내마음 : 적당한 시기에 은퇴하고 행복을 찾아 떠날 일이지 상가집 개새끼마냥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제 능력에도 부치는 일자리 하나 거저 얻으려 비렁뱅이 마냥 구걸하고다니는 모습은 천해보이기 그지없다. 남이 알아주고 모셔갈 능력을 갖추지 못했으면 자신을 인정하고 깨끗이 다른 길로 떠날 일이다)

 

사람의 사람됨이 드러나는 순간은 어쩌면 사랑할 때가 아니라 사랑이 끝났을 때가 아닌가 싶다

 

(페북에 올린 글)

새벽에 이글을 읽다가

포복절도했습니다.

수박서리 하던 악동시절

나와 친구들을 회고하면서

 

이웃집 꼬맹이 대추서리 왔는데

늙은이 문 나서며 꼬맹이를 내쫓는구나.

꼬맹이 도리어 늙은이에게 던진 말.

“내년 대추 익을 때까진 살지도 못할 거면서 !”

- 이달(李達),〈대추 따는 노래〉

 

나는 내년 개나리꽃 필 때까지

살 수 있을까? ....

 

흐르지 않고는 목숨일 수 없음에

오늘도 부서지며 넘치는 강입니다

이해인 강

(강을 나만큼 알지 못하면 절대 표현할 수 없는 글이다.

그런데 수녀님이 그런 강을 참 멋지게 표현했다.

장엄하게 흐르는 시퍼런 강물을 바라보면 마치 그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은 현기증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