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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목수정)

by 굼벵이(조용욱) 2020.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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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런책이겠거니 생각하고 읽을까 말까 하다 몇 줄 읽다보니 너무 세련된 문체에 빠져들었다.

목수정, 그녀는 글을 참 맛깔나게 쓴다.

그녀는 말 그대로 뼛속까지 자유로운 사람이다.

나이 많은 아나키스트 프랑스 예술가와 결혼도 안하고 같이 사는 여자다.

예쁜 여아가 두 사람 사이에서 탄생했고 엄마의 작의적 자유 안에서 자라고 있다.

그 아이가 커서 어떻게 변할지 연구 대상이다.

둘은 프랑스 유학 중 파리에서 만났다.

자유로운 영혼은 자유로운 사람을 알아보고 그렇게 끼리끼리 연결되는 모양이다.

자유로운 영혼끼리 독선이 난무할 땐 어떻게 조정하며 살아가는지 모르지만

전통적인 우리 문화에 젖은 어머니와 날 선 갈등을 가끔씩 비치는 것으로 보아

쉬운 삶은 아닌 듯하다.

그녀는 자신과 반대된 생각을 가진 사람을 의도적으로 비난하고 배척한다.

일테면 전직 대통령 이명박이나 전두환 또는 우파 정당에 대한 경멸조의 표현들이 그렇다.

어디까지가 자유고 어디까지가 관습이며 어디까지가 페르조나인지 모르지만

자유라는 미명하에 가족이나 사회 국가가 집단적으로 축적한 문화까지 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문화적 공간 안에서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질서를 애써 무시하면서까지 자기만의 자유를 구가하려는 행태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하지만 나같은 사람이 많이 탐낼 정도로 그녀에게 주어진 엄청난 탈렌트를 제대로 발휘하며 살려는 의지는 존경받아 마땅하다.

나는 퇴직 후 삶 즉 은퇴에 대해서조차 움츠려드는데 프랑스에서 전혀 새로운 삶을 끊임없이 시도하려는 용기와 노력에 큰 찬사를 보낸다.

민주노동당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느끼는 당내 갈등은 마치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을 읽는 듯하다.

진정한 진보는 진실 앞에 숙연해야하고 생명 앞에 존엄을 드러내야 하며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더더욱 중요한 것은 진실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지금 내 생각으로 진실이라고 믿을 뿐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생각에 각을 세워선 안 되는 이유다.

자신의 아이에게 보편적인 방식을 떠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유를 교육하는 것도 충격적이다.

그것도 아이가 생각하는 자유가 아니고 자기가 생각하는 자유를...

벌거벗은 몸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않도록 양육하는 것이 자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 수치스럽게 생각하도록 문화적으로 전승되었는지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말이다.

자유라는 미명으로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혹 잘못된 자유관을 심어줄까 조금은 두렵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아이들 자라는 행태가 만만찮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