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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0719 융통성이라고?

by 굼벵이(조용욱) 2021.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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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7. 19() : Y부장의 융통성

 

어제 아침부터 OOO사와 한바탕 전쟁을 벌였다.

1811시까지가 입찰 등록 마감인데 940분쯤에 LYH 이사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녀는 이제 출근 중이란다.

11시까지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려면 도저히 불가능한 시간이다.

내가 최선을 다해서 도와줄 테니 지금부터 세 사람이 역할을 분담하여 한 사람은 OOO본부로, 다른 한 사람은 본사로, 또 한 사람은 컴퓨터 앞에서 대기하다가 나의 지시에 따라 일 처리를 하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OOO본부 총무부장에게 그녀가 나타나면 최대한 신속하게 일 처리를 해 줄 것을 부탁하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나중에 걸려온 그녀의 전화는 자기 사장이 이번 입찰에 참가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난 갑자기 허탈해 졌다.

나는 그녀에게 결국 OOO가 우리를 기만한 것이라며 섭섭한 마음을 숨김없이 내색하였다.

그녀는 내게 미안하다고 하면서 개인적으로라도 들러서 나를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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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직원 KJC가 내게 협박성 메일을 보냈다.

자기들(파견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가 시정되지 않을 경우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것이다.

자회사 파견으로 모회사로부터 사실상 고립되다 보니 그들이 사실을 왜곡하여 생긴 오해였다.

화가 많이 났지만 내가 화를 내면 상대방의 수에 말려든다는 생각이 들어 夷以制夷 전법을 쓰기로 했다.

내가 처리하는 것보다 마음씨 고운 여직원 CSY이 정리하는 게 나을 듯하여 그녀에게 전권을 주고 알아서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SY는 내가 엄선해 뽑은 여직원으로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으며 마음씨까지 고운 데에다 이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수재다.

그녀는 절대 화를 내거나 나대지 않고 조용한 톤으로 조곤조곤 이야기해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다.

남편은 민간 경영연구원에서 일하는 연구원이다.

그녀는 모든 걸 조용히 원만하게 처리했다.

거친 남자들이 나댈 땐 여자가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일 처리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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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팀장은 내게 HH 실장에게 전화해서 산업안전국장을 맡고 있는 기능직 직원의 처우에 대하여 설명해 주라고 지시했다.

일반직 직원의 경우 노조 전임으로 임명되면 6직급 최고등급인 6등급을 부여한다는 사규 내용이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기능직이 본부노조 전임으로 선임된 경우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기능직은 재임기간 동안에 호봉만 상위호봉으로 인정해 주고 직능등급은 상위 등급으로 인정해 주지 않았었다.

얼핏 보면 그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반 직원은 최고등급인 6직급 6등급을 주는데 왜 기능직은 최고등급인 9등급을 주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는 일반직은 직급상승의 루트를 통해 최고직급으로 성장이 가능하지만 기능직은 일반직 전환 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직급상승이 불가능하기에 직급 상승 대신 이에 버금가는 등급체계를 9등급까지 설정해 보상체계를 마련한 것이라는 기초 사실관계를 오인한 데서 생긴 거다.

기능직 9등급이면 일반직 1직급에 상응하는 수준의 처우기준으로 설정한 등급이다.

그래서 이제껏 9등급을 받은 기능직도 없다.

그런데 회사 일은 하나도 안하고 노조 일만 전담하는 노조전임자에게만 특별히 그런 처우를 해주자는 발상을 한 것이다

나는 H실장에게 올라가 사실관계를 설명했다.

이와 같은 사항은 규정을 개정하여 처리해야 하는데 기능직 직급체계 개편 등이 수반되어 많은 문제가 있음을 설명했다.

그렇다고 퇴로를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정 필요하다면 상임인사위원회를 열어 가결해 준다면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H실장은 그렇게 해서라도 관철시키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노무처...

노무실장...

노사협의를 원만하게 하기 위한 사용자 측 기구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언제나 노조의 대변인 역할만 해 왔었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처럼 사측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사측 입장이나 중립적 입장을 취하기 보다는 언제나 얄미워 죽을 만큼 심하게 노조 편에 서 왔다.

내 입장에서 보면 H실장의 이런 견해는 회사를 말아먹는 아주 위험한 생각이다.

그렇게 구석 구석에서 서서히 회사가 좀먹어 들어가고 있다.

그런 것들이 모여 종국에는 회사가 강제분할되는 역사로 전락하지 않았나 싶다.

나는 H실장에게 설명을 마친 후 돌아와 이 사항을 계통보고 했다.

Y팀장은 융통성(?)이 풍부한 사람이다.

내 설명을 듣고도 그렇게 해줘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주변의 모든 과장들이 말도 안 된다며 심하게 반대했음에도 말이다.

HKE 인사처장은 노조 전임이 무슨 신분상승 루트냐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H처장의 그런 면이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다.

지난번 기능직 노조위원장을 일반직으로 계열전환 시킬때에도 그는 매우 강하게 반대했었다.

그러다가 사장과 노조가 짝짜꿍이 되어 사장이 일방적으로 지시하니 어쩔 수 없이 마음을 접었지만 그는 옳은 것을 옳다고 주장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었다.

일신의 영달을 위한 그런 짝짜꿍 놀음에 회사가 조금씩 망가져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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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실장에게 처장의 견해를 설명하고 돌아왔더니 팀장은 그새 전화를 걸어 홍실장과 저녁식사를 함께하기로 한 모양이다.

Y팀장과 H실장도 쎄쎄쎄 짝짜꿍 놀이를 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이 들었다.

일우별관에서 그들과 더불어 모듬고기와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