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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0725 어설픈 사또의 소 잡기(구조개편의 뒷이야기들)

by 굼벵이(조용욱) 2021.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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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7. 25() : 어설픈 사또의 소 잡기(구조개편의 뒷이야기들)

 

어제는 그리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의미를 부여하면 모든 날이 특별해진다.

빅터 프랭클의 의미론적 삶에 의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모든 날이 그 안에 하나의 대하소설을 쓰고도 남을 소재들을 품고 있다.

 

노조 산업국장을 맡고있는 기능직 YJW이가 일반직원은 노조전임을 할 경우 6직급 6등급을 부여하는데 왜 자기는 똑같은 노조 전임 일을 하는데 상위 직능등급으로 부여하지 않느냐며 집요하게 처우개선을 요구해 왔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라는 측면에서는 그런 주장이 일면 맞는 듯하다.

하지만 과연 동일노동인가에 대한 측면을 자세히 따져보면 내용이 많이 다름을 알 수 있다.

또한 엄밀히 따지면 회사가 필요로 하는 노동도 아니고 조합이 필요로 해 자신들을 위한 노동이다.

나아가 회사를 위해 근로하지 않는 노조전임자에 대하여 까지 회사가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노조가 이를 강하게 요구하자 노무처에서는 할 수 없이 H실장이 요청문서를 작성하여 우리 팀장에게 보내왔다.

영양가 없이 신역만 고된 그런 일들은 대부분 내 일거리로 넘어온다.

결국 난 그걸 들고 처장 방에 들어가 관련대책에 대하여 보고했다.

구체적인 보고를 하기 전에 어제 있었던 구조개편 회의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하나의 예를 들었다.

회사의 지금 상황은 마치 잘 차려진 음식 테이블 앞에 강호동과 유재석이 앉아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비프스테이크에 막 칼질을 하려고 하는 찰나에 비유했다.

회사는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그저 칼질만 당하는 고깃덩어리일 뿐이고 강호동이는 OO부이며 유재석이는 OOOO소로 강호동이 옆에 개처럼 쭈그리고 앉아 이 부위가 맛있으니 이것부터 먹어야 한다, 저것부터 먹어야 한다.” 하면서 칼질의 향방을 제시하는 것과 똑같은 형상임을 설명했다.

내 말을 다 듣고 난 H처장은 왜 자신이 KJS 전무에게 개혁 반대세력으로 낙인이 찍혔는지에 대하여 말해줬다.

높은 사람이건 낮은 사람이건 당하는 조직의 비애는 모두 같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그런 아픔 속에서도 노조는 그런 한심한 요구나 해대고 있으니...

 

OOOO소는 우리회사에서 분리되었고 100% 자회사형태로 운영되지만 OO부의 직접 지배를 받으며 우리회사와 일체의 자료공유를 거부하고 있다.

자식이 어미를 잡아먹는 살모사랑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OOOO소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우리회사를 산산조각내야 자신들이 더 많은 중개수수료를 받아 배를 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OO부 OO위원회도 마찬가지 역할을 한다.

이렇게 서로 이해를 같이하는 두 기관이 합동으로 우리회사를 제 맘대로 요리하고 있는 것이다.

YHS 전 부사장은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문제점에 대하여는 일체 함구하고 충견처럼 오로지 OO부가 하라는 대로만 일을 진행시켜서 OO부는 그를 최고의 충신으로 받아들였다고 들었다.

반면 KJS 전무는 구조개편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이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역설했고 이에 OO부는 그를 당대 최고의 역적으로 몰아붙이고 그의 목을 친 뒤 그가 제시한 문제점은 문제점대로 수렴하여 개선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KJS 전무는 결국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 거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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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지만 도저히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놈과 싸울 때는 YHS 전법이 최고의 전법인가 보다.

하지만 그것은 자기가 휘두른 칼날에 언젠간 자기의 몸뚱아리를 찔리게 하는 전법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어설픈 구조개편 상황을 상황극으로 어설픈 사또의 소 잡기라는 제목으로 패러디해 보았다.

이래도 나라가 굴러간다는 게 기적처럼 느껴질 뿐이다.

 

[어설픈 사또의 소 잡기]

어설픈 사또가 꽁꽁 묶어놓은 소를 도끼로 잡는데 이방이 쪼르르 달려와 소 잡는 방법을 코치했다.

사또가 소는 뒷다리가 힘이 제일 세니 뒷다리부터 도끼로 찍는 것이 어떠냐?”고 질문하자 이방은 아무렴요 그렇게 해야지요!” 하면서 허벅다리 부위에 도끼로 찍을 동그라미를 보기 좋게 그려놓기까지 했다.

사또는 흡족해서 그를 크게 치하한 뒤 가장 충성스러운 부하라고 생각해 1계급 특진까지 시켰다.

옆에서 이를 지켜 보던 호방은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이방이 그려놓은 동그라미에 도끼를 내리쳤다간 놀란 소의 뒷발질에 사또가 한방에 즉사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사또 앞에 나서서는

사또, 허벅다리를 치시면 소가 놀라서 뒷발질을 해댈 것입니다. 절대로 거기를 찍어서는 안 됩니다!” 하고 자기의 해박한 지식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사또는 앞다리를 가리키며 여기는 어떠냐?”하고 물었다.

그러자 호방은 또 거기도 안 됩니다! 거기를 치게 되면 소는 머리로 사또를 받아버리는 수가 있습니다.” 라고 했다.

그러자 사또는 기분 나쁘다는 듯이 소의 옆구리를 가리키면서 여기는 어떠냐?” 하고 물었다.

이번에도 호방은 거기는 더욱 안 됩니다! 왜냐하면 창자가 밖으로 터지고 소가 울며 날뛰고.........”하면서 그래서는 안 되는 이유들을 정확하고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사또는 당장 내일 임금님께 진상할 소를 잡아야 하는데 자꾸 거기는 안 됩니다!’만 연발하는 호방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또는 소의 온갖 부위를 다 돌아가며 여기는 어떠냐, 저기는 어떠냐?”하고 계속 질문을 퍼부었고 그럴 때마다 호방은 거기는 안 됩니다!”로 시종일관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자 화가 난 사또는 도끼로 호방의 목을 쳐버렸다.

그리고는 호방의 얘기를 가만히 분석해본 뒤 소의 정수리를 도끼로 내려쳐 보기 좋게 거대한 소를 한방에 무너뜨렸다.

그걸 바라다 본 이방은 웃음을 감출 수 없어서 집에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집이 떠내려가도록 웃어댔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