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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0826 돌이켜보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개고생들

by 굼벵이(조용욱) 2021.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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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8. 26 : 나의 마음을 짓누르는 OPC

지난 토요일(24)엔 결혼식이 두 곳이나 있었다.

OOO 처장과 OOO 사장 자녀 결혼식이다.

결혼식장엔 무척이나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각각 5만원씩 부조했다.

OOO 사장은 접견 대기 라인이 너무 길게 늘어서 있어 접견은 생략하고 곧바로 접수대로 가서 그냥 부조만 했다.

(돌이켜보면 내가 바쁜 와중에 참석해 부조해야 할 만큼 나를 기억해 주거나 의미 있는 관계도 아니었는데 오지랖 넓게 왜 그렇게 쫓아다녔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내가 비웃는 내 아들의 오지랖이 내게서 온 듯하다.)

 

노는 토요일(원래 토요일도 반일 근무했었지만 이 시절에 처음으로 토요일에 격주로 휴무하는 제도가 도입되었다.)에 출근하신 HKE 처장님께 좀 미안했다.

KDS 사장에게 파견직원이 보낸 서한문에 대한 답신을 처장님 PC로 직접 발신해야 하고 발전회사 OPC 모집 공문도 결재해야 해서 놀토에도 출근해야 했다.

KNS와 저녁에 테니스장에서 보기로 하였으므로 퇴근과 동시에 곧바로 잠실 테니스장으로 가려 했는데 PJA가 짐을 들고 힘들어하는 것 같아 그녀를 합숙소까지 데려다 준 뒤에 테니스장으로 향했다.

아내가 무슨 운동기구를 산다고 함께 E 마트에 가자고 해서 천호동 E 마트를 찾았더니 주차장 입구에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거기 합류해 거의 40여 분을 기다렸지만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당신은 점포 안으로 들어가 사려는 물건을 알아보라'며 집사람을 보냈다.

집사람은 점원으로부터 금년부터는 그런 품목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나도 실망했지만 호신이가 크게 실망하며 달리는 차안에서 불편한 심기를 계속 밖으로 드러냈다.

사실 사업부제 준비팀 관련 사항을 검토해야 해서 무척 바빴음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시간을 내어 간 것이어서 나도 마음이 불편했다.

정 필요하다면 아내에게 인터넷 구매를 권해야 할 것 같다.

*********************

 

어제는(25) 아침 7시쯤에 기상하였다.

호신이 녀석은 새벽부터 일어나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었다.

컴퓨터를 정리하고 라면으로 급하게 아침식사를 마친 후 잠실 테니스코트로 향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나와 운동을 하고 있었다.

김남수에게 잠시 회사에 들렀다오겠노라고 하고 회사로 가 사업부제 관련 검토서를 디스켓에 복사한 뒤 다시 테니스장으로 갔다.

연속하여 두 게임을 즐겼다.

마침 지난번 자회사 감사 시 감사관으로 나왔던 감사원의 사무관이 나와 한 조였으므로 서로 인사를 나누고 함께 한 게임 하였다.

테니스장에서 샤워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보고서 작성에 들어갔다.

오전 11시 조금 넘어서부터 시작한 일이 저녁 11시 반까지 진행되었다.

승진을 앞에 두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는 힘들어도 어쩔 수 없다.

개인적인 희생이 따르더라도 회사가 나를 필요로하는 만큼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

아이들과 아내에게는 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바른 나라를 만났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헛고생이었다.

사업부제의 개념도 제대로 모르면서 우리회사를 사업부로 쪼개어 각각 별개의 회사처럼 운영하는 방안을 만들어오라는 정부의 주문은 한심하기 그지없는 깡패짓이었다.

결과적으로 사업부제는 한 시대에 일시적으로 잠깐 동안 스쳐 지나간 경영계의 일시적 학설이나 유행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덕분에 나와 내 가족은 의미 없는 개 피를 흘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