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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0904 겉과 속

by 굼벵이(조용욱) 2021.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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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9. 4 : MH팀장 그리고 behind the sun

 

신체검사가 있었기에 아침을 굶고 갔다.

전날 사업부제 준비팀 보고서를 초안이나마 제출한 상태여서 마음이 가볍다.

별정직 T/O와 관련하여 OO지사에서는 자체활용 안에 대하여 심하게 반대하고 있었다.

따라서 OO지사 서무과장에게 이와 관련해 지사장이 직접 기획처장에게 전화해 줄 것을 제안하였다.

지사장이 기획처장에게 전화를 했다는 소식을 접한 후 한 시간쯤 지나 MH팀장에게 갔다.

나는 모르는 척 조심스럽게 OO지사장이 심하게 반대하더라는 말을 꺼냈다.

M팀장은 T/O를 비교하는지 관련 파일을 꺼내어 살폈다.

여기저기 훑어보는 척 하더니 지사장이 그렇게 반대하면 할 수 없지했다.

나는 기회다 싶어 그러면 OO지사하고 OO남지사에 각 한 명씩을 배정하는 것으로 할까요?” 했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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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간다.

자기 안에 복잡한 생각들이 얽혀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안 그런 척 전혀 다른 외양을 뒤집어쓰고 사는 것이다.

MH팀장도 겉에 나타난 모습은 자신에 찬 듯 큰 목소리로 상대방을 압도하며 정직하게 사는 것 처럼 보여도 속으로는 복잡한 권력의 관계망이 내부에 도사리고 있다.

모두가 그렇게 안과 밖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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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모처럼 일찍 퇴근하였기에 노조법 공부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책을 펴든 순간부터 졸음이 몰려와 차라리 영화를 한 편 보기로 하였다.

‘behind the sun’ 이라는 제목의 남미계열 영화를 봤다.

문학적 향기가 그득한 영화다.

땅을 놓고 조상 대대로 두 집안 간 갈등이 있었고 그 갈등은 매번 상대방 집안 사람을 한 사람씩 죽이는 상황이었다.

죽은 이의 피가 노란색으로 바뀔 때까지만 휴전기간이고 휴전기간이 끝나면 교대로 상대방 가문의 한 사람을 죽이는 묘한 구성으로 되어있다.

사랑이 가득한 바쿠라는 꼬마가 스스로 희생의 제물이 되면서 갈등이 해소되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그가 좋아하는 연상의 집시여인과 형이 사랑에 빠지자 형과 그녀의 사랑을 지켜주기 위하여 그는 스스로 검은 띠 완장을 차고 형을 대신하여 즐겁게 웃으면서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그것으로 두 집안의 갈등도 해결되고 모두에게 사랑이 찾아오게 된다는 설정이다.

 

삶의 본질은 사랑이다.

지극정성으로 자신과 내 주변을 보살피고 양육하는 것이다.

리더십의 본질도 매한가지다.

그렇게 간단명료한 진리를 잊은 채 우리네 인간들은 불신과 증오로 온 세상을 사바세계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