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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0906 몰아 쓰는 일기

by 굼벵이(조용욱) 2021.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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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9. 6 : 감사실장과의 아침 테니스

 

어제는 아침 새벽부터 감사실장, C팀장, KSK과장과 함께 테니스를 하기로 하였다.

6시 반까지 모이기로 하였으나 내가 조금 늦는 바람에 635분에 시작하였다.

요즘은 정말 이상할 정도로 테니스가 잘 되지 않는다.

아마도 저녁에 와이프랑 배드민턴을 친 것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모양이다.

서로 다른 운동은 서로 다른 폼을 요구한다.

폼이 잘못되면 운동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첫 게임은 6 : 2로 졌고 두 번째 게임은 좀 괜찮은 듯 싶었지만 게임 스코어 1 : 1 상황에서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는 바람에 게임을 포기해야만 했다.

KSK 과장, KSK실장과 함께 회사 구내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감사실장이 아침으로 먹는 식사량을 보고 놀랐다.

그 연세에 거의 내 식사량의 두 배 이상을 드셨다.

 

2002. 9. 7 : KJW부장과의 회식 그리고 Y팀장 새차

 

KJW부장으로부터 저녁식사 제의가 있었다.

KJW부장과 OO지점 총무과장, SWS과장, Y팀장과 함께 안동갈비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K부장이 입가심을 제안했지만 평소와 달리 Y팀장은 와이프에게 전화를 걸어 픽업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내게 함께 타고 가자는 제안까지 했다.

멀리 돌아가는 길인데 고맙게도 나의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는 운전을 할 줄 몰라 언제나 집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다니는데 이번에 새 차를 마련했다.

평생을 그렇게 사는 것도 괜찮은 듯싶다.

 

2002. 9. 8 : 보훈처 사람들

 

CSH 팀장으로부터 아침 테니스 제의가 있었다.

급하게 부랴 부랴 준비하여 나갔는데 KNS가 못나오는 바람에 자회사의 낯모르는 친구와 어울려 두 게임을 했다.

첫 게임은 우리가 6 : 3으로 이겼고 두 번째는 우리가 6 : 4로 졌다.

팽팽한 접전이어서 운동량은 제법 되었다.

C팀장에게 아침 식사를 하러 나가자고 했으나 김가네 김밥 한 줄과 우유 하나면 충분하다고 해 김밥을 사러 갔다.

아침에 허겁지겁 급하게 운동복을 준비하다보니 지갑은 물론 혁대를 매는 것까지 잊은 채 출근을 했기에 신운섭에게 2만원을 빌려서 김가네 김밥집으로 갔다.

김밥집엔 CHS가 앉아 떡라면을 먹고 있었다.

CHS.

기능직으로 어찌어찌 입사해 노동조합으로 자신의 출세길을 정했다.

썩 부자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여유 있는 부모의 도움을 받아 요령껏 주변에 돈을 뿌리며 사람의 마음을 샀다.

가끔 그랑 어울렸는데 그 때만 해도 나는 그가 진심어린 우정으로 나를 대하는 줄 알았다.

그가 노조 간부로 선출된 이후의 행적을 들여다보면 인간 군상의 가벼움을 느낀다.

뿌리가 튼튼하지 못한 나무는 바람에 쉽게 흔들리고 무너져 내린다.

일관성에 관한 한 개는 믿어도 되지만 사람은 한결같지 않다.

가벼운 존재들의 거드름을 바라보는 내 모습도 실은 다중적이다.

1000CC짜리 우유를 C 팀장이랑 둘이 다 먹은 데에다 심한 갈증에 물을 계속 마셔댔더니 배가 부글거리고 설사가 나왔다.

 

*******************

KNS는 오후 2시에 국가보훈처 남부지청 사람들과 테니스 회합을 갖기로 했다면서 내가 인력관리처 대표선수로 뛰어 줄 것을 요청했다.

사실 전무님께 결재받을 일도 있고 긴히 드릴 말씀도 있어 테니스 보다는 조용히 전무님 찾아뵙는 일이 내겐 더욱 중요한 일이었지만 KNS의 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오후 2시부터 테니스장에 나가 두 게임을 하고 이남장에 가서 저녁 식사도 함께 했다.

과로한 탓인지 치질이 솟아올라 두 게임 이상 할 수가 없었다.

KNS가 게임 활성화를 위해 잠실의 HSH팀도 불러들였다.

덕분에 다양하게 팀을 구성해 재미있는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남부지청 사람들도 흥겨워하는 듯했다.

HSH는 조금 추켜 주자 한껏 오버하며 특유의 매너없는 허풍을 이어갔지만 그래도 왕 고참 선배의 익살로 넘어갈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남부지청 사람들은 평소에 그들과 함께 테니스를 하던 ()농심 직원 한 사람을 동반해 왔는데 그는 남다르게 적극적인 화법을 구사했다.

사기업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하는 모양이다.

KNS가 보훈처 사람들을 초청한 것은 그가 보훈대상자 채용을 담당하는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국법에 따라 보훈대상자를 일정 수준 이상 채용하도록 되어 있는데 일종의 특별채용이다 보니 아무래도 공개경쟁으로 입사한 사람들과 역량 면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니 우리는 가급적 그들을 덜 뽑고 싶고 뽑더라도 더 나은 사람을 추천받고 싶어 한다.

어디고 먹이사슬은 구석구석 가리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