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0912 입이 귀에 걸린 Y팀장

by 굼벵이(조용욱) 2021. 5. 17.
728x90

2002. 9. 12 : 입이 귀에 걸린 Y팀장

 

해외연수 관련 계획의 성사를 위하여 아침부터 조금 서둘렀다.

무턱대고 그 서류만 덜렁 내밀면 조금 속 보이고 윗분에게 저항감을 줄 것 같아

국회 답변자료 까지 만들어 함께 보고하기로 했다.

처장님은 꼼꼼히 읽어보시더니 OOO직군 직원 인사발령 계획에 대하여 여쭈어 보셨다.

아마도 직원 인사발령 때 Y팀장이 없으면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듯하다.

연수계획은 1013일부터 인데 발령일정은 6일 날 모두 종료되는 것으로 되어있다고 말씀드리니

H처장님은 전무님께 잘 한번 말씀드려 보라고 하시면서 사인을 해 주셨다.

전무님은 Y부장이 같이 가는 게 영 찜찜한 듯 질문 겸 불만 겸 Y부장도 가는 거야?”라는

한마디만 하시고 다른 말씀은 일체 없이 결재를 해 주셨다.

전무님 결재를 하고 문을 나서는데 바로 문 앞에 Y팀장이 대기하고 있었다.

문이 열린 상태였기에 아마도 그는 나의 결재과정을 밖에서 모두 엿들었을 것이다.

혹 내가 말이라도 잘못했으면 큰일날 뻔했다.

가끔은 그런 일들로 직원간에 심한 갈등이 야기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모 처장의 경우 전무 방에 들어가 다른 직원을 비하하는 뒷담화를 했는데 그게 고스란히

밖에서 결재 대기 중이던 당사자의 귀에 들려 서로 간에 심한 트러블이 생겼던 실화도 있다.

문을 나서는 나를 빤히 들여다보고 있는 Y팀장에게 손가락으로 ok 사인을 보냈다.

Y팀장은 만면에 희색이 감돌더니 급기야 입이 귀에 걸렸다.

*************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Y팀장은 곧바로 구내 이발소에 가서 이발을 하였다.

그리고 오후에는 내게 여권용 사진을 찍으러 가자고 하였다.

사진도 일반 싸구려 DP점에서 찍을 수는 없다며 coex mall 에 있는 고급 사진관에 가서 찍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사진을 가장 잘 찍는다고 그가 믿고 있던 허바허바 사장이 불행하게도 문을 닫았다.

그 비싼 건물 안에서 사진으로 수지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S과장이 열심히 사진관을 물색해 보더니 mall 안에 라포토 스튜디오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우리는 그곳으로 가기로 하였다.

Y팀장은 좋아 죽겠는 모양이다.

사진을 찍으러 가서도 조용한 사진관 주인을 붙잡고 이런저런 말을 붙이기도 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밥 먹은 지 채 한 시간도 안 되었는데 뭘 좀 먹고 가지 않겠냐며 내게 한없는 호의를 베풀었다.

**************

 

사진 촬영을 마치고 돌아와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홍보실 SMH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사장님이 수해관련 기사를 실으라고 하는 바람에 월간OO에 OPC 관련 기고문에 대한 지면 할애가 어려우니

이를 한 장으로 축소할 수 없겠냐는 것이다.

생판 처음 시도되는 제도라서 힘들게 작성한 원고를 축소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면 차라리 다음 달에 하는 게 좋겠다는 제안까지 하였다.

SMH는 무척 미안해하면서 어떻게 좀 해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보여 예쁜 그녀를 저버릴 수가 없었다.

결국 내일 다시 생각하기로 하였다.

여자의 아름다움은 만병통치약이고 무죄다.

**************

 

바쁜 일거리가 이 편 저 편에서 계속 터져 신역이 고되고 불편하지만

대부분 내가 마음 먹은 대로 꾸역꾸역 흘러가 나름 보람을 느낀다.

결국 인생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요즘 읽는 책(나에게 값을 매기면 얼마가 될까?) 속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은 세포로 이루어졌지만 세포는 분자로 구성되어있고 분자는 다시 원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원자는 핵을 중심으로 양자가 운동장만한 공간을 돌고 있다는 것이다.

양자가 돌고 있는 그 속은 텅 빈 공간이므로 결국 몸 전체가 빈 공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색즉시공)

그러므로 정신적으로 강렬하게 원하고 부정의 생각을 갖지 않으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내 인생을 돌아보면 그런 사례들이 참으로 많았던 것 같다.

그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잘 못 되는 경우가 가끔 있었지만

어쨌든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졌던 듯하다.

그래서 나는 어떤 경우든 가급적 의심하려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내 생각대로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해외교육 결재 과정에서도 나는 그걸 경험할 수가 있었다.

금년에 나는 반드시 승진할 것이다.

내 주변의 모든 조짐들이 다 그렇게 구성되어 간다.

***************

 

해외사업 관련 인력교류 관련사항을 검토하기 위하여 밤 늦게 까지 야근을 하고

Y팀장을 모셔다 준 후 집으로 퇴근하였다.

해외사업 인력교류 또한 내가 그 능력을 보여줄 좋은 찬스다.

물론 내 의지라기 보다는 나를 돌봐주고 있는 큰 의지가

그걸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