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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0915 정말 힘든 사람 OOO, 그리고 남과여

by 굼벵이(조용욱) 2021.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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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9. 15() : 정말 힘든 사람 OOO, 그리고 남과여

 

여권발급을 위한 서류준비를 마치고 PJJ에게 준비된 서류를 건네주었다.

이어서 OHS에게 전화를 걸어 해외출장과 관련한 준비 일체를 알아서 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는 무슨 얘긴지 알겠습니다!” 하면서 시원스레 대답했다.

그런 면에서 우리 아들과 달리 이 친구에게 배울 점이 참 많은 것 같다.

우리 큰아들 녀석도 언제나 대답은 이와 똑같은 답을 했지만 결과는 늘 알기만 했을 뿐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난 실은 알겠다는 답변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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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사업과 관련하여 JDW 과장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게 오더가 떨어진 해외사업 관련 인력교류 활성화 방안에 관한 논의였다.

누군가가 나로 하여금 우리회사를 선도적으로 이끌어나가게 인도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 운명에게 그런 역할이 주어진 것 같다.

지난번 자회사 인력분리 때에도 그 골치 아픈 일들을 내가 모두 총괄했었다.

여기저기서 가진 입으로 말들만 많았지 구체적으로 실행계획을 짜고 이를 실천에 옮기며 뒷마무리까지 이어가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모든 일들이 그렇게 흘러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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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13)엔 직원 인사발령이 있었다.

그런 중요한 발령이 있거나 어려운 일을 마치게 되면 보통 부장이 고생한 사람들을 모아놓고 술한잔 하고싶어 한다.

그런데 이번 직원발령에서 말 많기로 유명한 PKT가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발령을 받았다고 조금 시끄럽게 굴었던 모양이다.

결국 내가 진심을 알아보기 위하여 그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나 주변의 생각과 달리 그는 울고 싶은 놈에게 뺨때린 격이라며 거꾸로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저녁에 소주나 한 잔 하자는 제안을 했다.

부장도 그의 독설을 걱정하는 상황이라 거절할 수가 없어 그와 저녁약속을 했다.

이미 약속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 예상대로 Y팀장이 저녁식사 멤버를 모으고 있었다.

KMR 과장 중국 다녀온 기념행사도 해야 하고 인사발령에 따른 뒷풀이도 해야 한다는 둥 두루두루 핑계를 달아서 술 자리를 만들었다.

나는 Y부장에게 PKT와의 사전 약속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그 자리에는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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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T, 그를 만나는 자리는 참으로 고역이다.

그래도 만나야만 한다.

왜냐하면 만일 내가 그를 만나기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면 그는 내게 적이 되어 총대를 겨누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나를 심하게 씹을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술자리에서 그는 말이 많다.

예외 없이 그는 이번에도 감정의 기복을 실어 혼자 독설을 풀어대기 시작했다.

마치 KNS와 나를 앞에 놓고 훈육하는 듯하다.

KNS가 참다 참다 술김에 한번 붙어보겠다고 대들었지만 허사였다.

나도 술김을 빙자해 옆에 있는 재떨이에 술잔을 부어버렸다.

그러고 나니 그의 독설이 조금 수그러졌다.

예외 없이 KNS는 혼자 몇 마디 독설을 퍼붓고는 술에 못 이겨 이내 잠이 들어버렸다.

일반적으로 술꾼들은 마지막 꼭지가 도는 순간 직전에 도를 넘은 주사를 심하게 풀어대다 이내 고꾸라져 눈을 감고 말이 없어진다.

그도 그런 전형적인 하수 술꾼이다.

그런 그를 옆에 조용히 앉혀놓고 나와 PKT는 계속 술을 마셔댔다.

아마도 소주를 다섯 병 정도 마신 것 같다.

나는 PKT의 생각을 꿰뚫고 있기에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를 돌려 술집 WAX로 향했다.

술이 이미 많이 취한 데다 별로 할 말도 없으면서 그와 J&B 양주 한 병을 더 마셨다.

너무 많이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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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토요일(14)은 마침 노는 토요일이어서 늦게까지 잠을 잤다.

아침 열시쯤 되었을까 CSY이가 전기 수용신청과 관련해서 내게 도움을 청하는 전화를 하는 바람에 잠에서 깨었다.

간밤의 과음으로 머리가 많이 아프고 몸이 몹시 불편했다.

책상에 앉기가 불편했으므로 그냥 독일영화 Romance를 보았다.

거의 포르노에 가까운 영화다.

영화를 보는 중에 경신이가 학교에서 돌아 왔으므로 잠시 감상을 미루었다.

대신 근로기준법 숙제가 2, 3회 연속 밀려 있었으므로 리포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사이 일 나갔던 아내가 돌아왔고 아내는 함께 일하는 동료로부터 홍삼 즙과 캔디 등이 들어 있는 선물 꾸러미를 받아들고 왔다.

여느 때처럼 아내는 내 옆에 앉아 자신의 신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사실 나는 한참 공부를 하고 있던 차여서 그녀의 말들이 공부에 심하게 방해가 되었지만 그래도 듣는 척 건성건성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런데 아내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해한다.

여자는 본질적으로 생각의 방향이 남자와 많이 다르다고 한다.

남자는 한 가지 일에 몰두하지만 여자는 요리를 하면서 음악을 듣고, 신문도 보면서 커피도 마실 정도로 동시에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두뇌구조를 가지고 있단다.

남자는 한번 실패하면 죽음이었던 원시사회의 습성이 그대로 남아 있어 실패를 인정하려 하지 않으며 실패를 가장 큰 치욕으로 생각하므로 비록 아내에게조차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려 하지 않는 반면, 여자는 아이를 키우고 집안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감이 그대로 남아 있어 섹스보다는 사랑을, 자기주장 보다는 조정(coordination)자 역할을 주로 하다 보니 수다가 많을 수밖에 없단다.

아마도 그래서 나의 아내는 대답 없는 메아리란 걸 알면서도 내게 그날의 일과 자기 동료들 사이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주저리주저리 늘 그렇게 늘어놓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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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신이가 학원엘 가자 나는 보다 만 영화를 마저 보았다.

섹스 신이 너무 적나라하게 전개되었고 그것이 나를 강하게 자극하였으므로 나는 곧바로 아내에게 갔다.

자고 있는 아내를 깨워 아주 정열적으로 몸을 섞었다.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는 약간 조루성이기에 그녀가 절정에 오를 때 함께 오르가즘을 맛보기 위해서는 컨트롤을 잘해야 했다.

이번에는 아내도 나도 모두 크게 만족하였다.

겨우 점심 밥값은 한 듯하다.

남자가 많은 여자를 상대로 사랑 없는 섹스를 하고자 하는 것은 종족 보전을 위한 본능에서 우러나온다고 한다.

반면에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지속적인 섹스를 원한다고 한다.

아이를 낳아서 기르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씨앗을 고르기 위한 본능이란다.

 

근로기준법 과제물을 다 마치고 나니 저녁시간이 되었다.

야구해설가 하일성씨가 선전하는 음식점 오삼낙에 한번 가 보자고 아내가 보채기에 어렵게 음식점을 찾아갔지만 사실 음식 맛과 서비스 모두 별로였다.

그 자리에 마침 하일성씨도 와 있었다.

사람들이 너무 붐볐으므로 우리는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린 뒤에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오삼이라고 오징어와 삼겹살을 고추장에 무친 것인데 아이들이 무척 매워했다.

통신교육 영어까지 다 마치고 우연히 역학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서 육효점을 보았다.

하라는 대로 아주 진지하게 해 보았다.

금년에는 꼭 승진한다는 점괘가 나왔다.

금년도 사주 운세도 하반기에 승진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와 있다.

사주로 본 좌뇌, 우뇌 경향과 문답 테스트를 거쳐 본 좌, 우뇌 경향 분석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사주 상에는 나는 우뇌 : 좌뇌 비율이 62:37인 반면 문답테스트 상에서는 49 : 50이었다.

거의 반반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내가 전문가의 길을 택한 것은 잘한 일인 것 같다.

내가 전문가를 택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나의 사주이다.

나는 태생적으로 이 길을 갔어야 함에도 그동안 나의 타고난 소질 개발에 소홀했던 것 같다.

앞으로라도 늘 연구하며 공부하는 자세로 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