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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1112 친구야, 네게 얻어마신 술 아직도 못 갚았는데...

by 굼벵이(조용욱) 2021.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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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11. 12() :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지?

 

친구 K가 전주에서 올라왔다.

해외연수 가기 전 교육을 받기 위해 온거다.

K는 나와 K부장 그리고 자재관리처에 근무중인 학교 친구를 불러내어 저녁식사를 같이하자고 하였다.

황산벌에서 양과 고기를 먹으며 4명이 소주를 무려 7병이나 마셨다.

내가 계산하고 싶었지만 K가 굳이 자기가 내야 한다고 고집하여 그에게 기회를 주었다.

K가 2차를 가고 싶어 했으므로 잠실의 주점노래방으로 갔다.

나는 사실 그런 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그리로 안내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여자들과 농탕 치며 술 마시고 노래하는 그런 자리가 싫다.

다음날 아침이면 반드시 몸 버리고 돈 버려서 속만 쓰릴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분위기상 함께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했다.

K가 전주에 내려가는 차 시간 때문에 먼저 간다면서 자기가 가더라도 더 놀다 가라며 계산을 하고 가버렸다.

우리도 더 이상 놀고 싶은 생각이 없었으므로 밖으로 나왔다.

함께 온 K의 친구는 한잔 더 하고 싶어 하는 K부장을 얼른 차에 태워 보내버렸다.

그리고는 그의 집이 나와 방향이 같았으므로 나와 함께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술을 마시더라도 제시간에 그렇게 끝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는 제정신을 잃을 때까지 마시려하는 김부장의 잘못된 술 습관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선후배지간이기 때문이다.

만일 그가 단호하게 제지하지 않았다면 다음날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거기까지 마신 술만 가지고도 다음날 무척 고생했으니 말이다.

앞으로는 적당한 시간에 끝낼 수 있는 습관부터 길러야 한다.

 

(친구야!

그날의 일기를 정리하며 가슴이 아리다.

모두들 멀쩡하게 살아 숨 쉬는데 넌 흔적조차 없으니...

돌이켜보니 자네나 나나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거였어.

내 사주팔자 안에 나를 지켜주는 천복귀인, 태극귀인, 월덕귀인이 계신 덕에 그나마 난 살아남은 거야.

승진하고 나서 배부른 소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은퇴 후에 되돌아보니 목숨과 바꿀만큼 의미있는 것은 아니더라.

우린 그 때 하늘이 할 일을 사람인 우리가 하려 한거야.

진인사해야 겠지만 적당한 선에서 멈추고 하늘에 맡기며 맘 편히 살았어야 해.

저승가면 이번엔 내가 살께.

외로워도 조금만 더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