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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20111 예측불허의 인생길

by 굼벵이(조용욱) 2021.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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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1. 11()

 

K과장이 속초 연수원엘 가는 바람에 내가 그를 대신해서 출근하였다.

오늘은 공모제 검토를 마무리해 보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직원 시절에 헤어지고 10여년간 나타나지 않던 L과장을 포함하여 많은 손님들이 찾아와 자신들의 승진을 위한 나의 조언을 구했기 때문이다.

뜬금없이 이창희 실장까지 나를 불러 인보회 운영에 관해 장시간 이야기를 나누는 바람에 하루가 훌떡 지나가 버렸다.

 

나의 출근을 아시고 처장님이 기능직 직능등급을 포함하여 노사협의회 안건에 대하여 물어 오셨다.

나는 직능등급 범위 확대는 절대 있을 수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처장님이 조금 물러서려 하시기에 그래서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인사제도가 협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래서는 안 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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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과장이 내가 준 초안을 바탕으로 나의 승진을 위한 T/O 확보 관련 검토보고서를 만들어 내게 보여주었다.

내가 봐도 참 잘 만들었다.

Y는 참으로 복이 많은 사람이다.

L과장을 포함해 제도부를 흡수 통합하면서 우리 같은 사람들을 거저 주워다가 대표선수로 잘 써먹고 있으니 얼마나 복이 많은 사람인가!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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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아구찜을 먹고 싶어 했으므로 아구찜 집엘 갔다.

마산 아구찜 집이 생겼다면서 최근에 광고 전단지가 들어왔기에 그 집을 한번 가보기로 하였다.

음식 맛은 괜찮은 것 같았다.

아이들은 매워서 잘 먹질 못했다.

나는 저녁을 먹으며 소주 한 병을 비웠다.

소주를 마시면서 경신이 미래에 대하여 집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경신이는 너무 심약하므로 공무원을 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했더니 아내도 공감했다.

경신이는 정말 너무 심할 정도로 나의 단점을 빼닮았다.

우리 형제들 중에도 나처럼 심약하고 수줍음 많은 사람은 없다.

사실 우리 아버지도 그런 분이다.

그래도 나는 후천적으로 나의 약점을 많이 극복했지만 경신이는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틱장애까지 보인다.

그 녀석은 그래서 남에게 싫은 소리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인 공무원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그에게 주어진 운명은 아마도 그의 장래를 그렇게 이어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호신이는 자기 스스로를 챙겨나갈 수 있을 것 같아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20년이 지난 지금 아이들은 전형 엉뚱한 길에 들어서 있다.

경신이는 전기 기술자가 되었고 호신이는 촬영현장에서 조명 일을 도우며 먹고 산다.

인생길 흐름은 정말 예측 불허다.

앞으로 남은 내 생도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가 없다.

아마도 매일 이렇게 지난날의 일기를 정리하며 보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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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영화를 보다가 잠시 채팅을 했다.

작은별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주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남편이 정부 출연기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한다고 했다.

12시가 되었으므로 내일 있을 테니스 시합을 위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땐 12시가 일찍이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