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113 술고래들

by 굼벵이(조용욱) 2021. 10. 30.
728x90

2003. 1. 13()

 

O과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오늘 저녁에 시간이 있느냐고 물었다.

C부장과 함께 저녁이나 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러지 않아도 그동안 C부장과 식사 한 번 해야지 하면서 못했었는데 잘됐다 싶어 흔쾌히 약속을 수락했다.

마침 Y가 어디엔가를 다녀오는 바람에 퇴근이 늦어 조금 늦게 나갔더니 그사이에 P부처장이 같이 합류했다.

넷이 우리동네 앞 할매보쌈 집으로 갔다.

P부처장은 고기를 삶아서 먹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했다.

장수마을 사람들을 분석해 본 결과 그들이 고기를 안 먹는 것이 아니고 생선을 먹거나 고기를 삶아 먹었다고 한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게 소독이 되고 기름기도 많이 빠져 먹어도 탈이 없을 것 같았다.

거기서 우리는 동동주 한 동이와 5병의 소주를 눈 깜짝할 사이에 마셨다.

모두 정말 엄청난 술꾼들이다.

그러고 나서 2차를 가는데 P부처가 멀리 보이는 올래 카페를 발견하고 그리로 가자고 했다.

주인은 술집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 같아 보였다.

안주 한사라에 얼마냐고 물으니 3만원이라고 했다.

C부장이

무슨 3만원씩이나 하느냐, 2만원만 해라 그러지 않으면 우리 가버린다.’

했더니 사장은 그냥 2만원에 먹으라고 했다.

맥주를 10병 시켜서 마셨는데 배부르다며 C부장이 양주를 한 병 시켰다.

P부처장은 곧바로 폭탄주를 제조했고 나는 한 잔 마신 것까지만 기억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아마도 폭탄이 2~3잔 돌았던 모양이다.

나는 그걸 마시고는 병든 닭처럼 가라앉아 꾸벅대기 시작했고 자리를 파하고 다른 장소로 옮겨 한 잔 더 하기로 했는데 나는 빠졌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내가 취해서 더 이상 못 마시겠습니다.” 하고 정중하게 인사한 후 집으로 가더라는 것이다.

내가 그랬다니 내가 생각해도 참으로 기특하다.

내 안의 또 다른 나는 술자리를 박차고 귀가할 수 있을만큼 현명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3차까지 가서 양주를 한 잔씩 더하고 모두들 기억을 상실했다고 한다.

결국 O과장이 P부처장을 모시고 패밀리 아파트 까지 돌아서 집에 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