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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201 노인을 공경해야 하는 이유

by 굼벵이(조용욱) 2021.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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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2. 1()

 

아침에 일어나 김원일의 소설 마당 깊은 집을 계속 읽기 시작하였다.

작가는 전후 도시 주변 어려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면서 이념과 가난 그리고 삶의 애환을 더러운 세월이라는 한 맺힌 용어로 표현하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질기게 살아가는 여러 부류의 인생들을 통하여 아무런 어려움 없이 자라는 것처럼 보이는 요즘 아이들에게 삶의 고뇌를 알리려는 작가의 의도가 숨어있는 듯하여 이 책을 아이들에게 꼭 읽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살면서 겪어야 할 고통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아프다.

그런 삶을 힘들게 오랜 세월동안 이어온 늙은이들이지만 하늘을 찌를듯한 젊은이들의 교만 앞에 익은 벼처럼 말없이 고개 숙여주는 게 늙은이들이다.

인고의 나날 속에서 삶의 지혜를 깨달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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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를 지내고 아이들을 납골묘가 있는 바탕골 까지 데려갔다.

차를 타고 가는 것보다는 시골길을 걷도록 하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는 듯하여 함께 논뚝 길 밭뚝 길을 건너 납골묘까지 걸어서 갔다.

눈길을 걷기도 하고 잘려나간 벼 그루터기를 밟으며 시골 논길을 걷는 것이 아스팔트나 시멘트 길만 걸어온 아이들에겐 또 다른 흥미를 자아내는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부모 묘소까지 돌아서 참배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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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으로 만둣국을 먹고 시흥 처가로 향했다.

720분경에 도착하였는데 장인 어르신은 나를 위하여 경주법주 한 병을 내어오셨다.

그걸 한 병 다 비우자 다시 화랑을 한 병 더 내어오셨다.

장인어른은 나와 술 마시는 것을 하나의 즐거움으로 여기는 듯했다.

술은 애 어른 안 가리고 모두를 평등하게 한다.

끝까지 꼿꼿하게 술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어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어떻게든 술을 많이 마시게 하려 하는 듯하다.

어쨌거나 나는 기분 좋게 장인어른과 술을 마신다.

진정한 술꾼이셔서 내가 먼저 취해 잠들어도 탓하지 않으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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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국산영화 두사부일체를 보다가 장인어른은 소파에서 그대로 잠이드셨다.

집사람이 거실에 요 이불을 깔고 잠자리를 보아드렸다.

우리도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