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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131 정월 명절을 보내는 일상

by 굼벵이(조용욱) 2021.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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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1. 31()

 

설 연휴 첫날이다.

아침 일찍 시골에 내려가는 것에 대하여 아내가 몹시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그래서 아침 일찍 일어났지만 곧바로 식구들을 깨우지는 않았다.

호신이 녀석은 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벌써 컴 앞에 앉아 게임삼매에 빠져있다.

730분쯤 되어 더이상 늦으면 K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아 우선 경신이를 깨워 목욕을 하게 한 뒤 나도 곧바로 샤워를 했다.

내가 샤워를 마치고 나와보니 아내는 일어나 시골에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늦어도 11시까지는 가겠다고 K에게 말해 놓은 터였으므로 서둘러 귀향 준비를 했다.

8시 출발을 목표로 하였지만 9시가 다 되었기에 아침도 못 먹은 채 출발하게 되었다.

오늘이 마침 내 생일이어서 그런지 아내는 더이상 투덜대지 않았다.

구리 판교간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과천 의왕간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방법을 택하기로 하였다.

예측대로 발안까지 차가 막히지 않고 잘 빠졌다.

그러나 발안 서해안 고속도로와 만나는 구간부터 음성고속도로 교차지점까지는 많이 밀렸다.

어찌 되었든 덕분에 그리 큰 어려움 없이 시골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엄마는 화장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내 차를 타고 병원에 가신다며 마당에 나가 내가 나오기만 기다리며 서성이고 계셨다.

집사람이 바리바리 준비한 음식과 식구들을 부린 후 바로 엄마를 안중 병원 앞에 모셔다드리고는 곧바로 평택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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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장에는 K 외에도 LJ OY씨가 나와 막 얼었다가 녹으면서 질펀한 상태에 있는 운동장을 고르고 있었다.

아마도 일부러 다른 스케줄 접고 나를 위해서 함께 운동하러 나와 준 듯하다.

OY 와이프는 게임 중에 테니스장에 나타나 빨랑 시골 안가냐며 독촉하기 까지 하였다.

어쨌든 세 게임을 마치고 두 사람은 불이나케 다음 명절 스케쥴을 위하여 출발하였으므로 K와 나만 둘이서 점심식사를 하러 목향으로 갔다.

출발 전에 K는 자기 과수원에서 생산한 배를 세 상자나 내 차 안에 넣어주었다.

하나는 L과장에게 전해달란다.

나는 차를 가져간 상태여서 그냥 생선 매운탕이나 한 그릇 하고 헤어졌으면 했는데 그는 명절에 고향에 가지 못하는 여종업원들까지 불러 모아 복분자술을 함께 마시며 호기를 부렸다.

쓸데없이 돈을 왜 그렇게 낭비하는지 알 수가 없다.

술이 점점 취해가자 K는 낄낄대며 여종업원들과 잡담을 계속 이어갔고 술을 마실 수 없는 나는 꾸어다 놓은 보리자루 마냥 가만히 앉아 있자니 피곤이 밀려오고 지루하기 그지 없었다.

5시가 넘어서야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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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본가로 돌아와 아내가 준비해 온 저녁 생일상을 받았다.

아내는 내 생일 때문이라기보다는 큰누나 내외와 조카들 은희 은정이 내외가 왔을 때 먹을 음식까지 준비하여야 한다며 돼지 불갈비와 삼치구이 엘에이 갈비는 물론 우럭 매운탕까지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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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 일인지 형수가 예년과 달리 나를 위하여 생일 케익까지 준비했다.

형은 내 평생 처음으로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는데 애들을 모아 합창까지 시켰다.

어쨌든 금년에는 무언가 좋은 일들이 많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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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를 마친 뒤 성용이 집에 가서 맥주를 마셨다.

그는 고주파 보일러기를 생산하고 있다고 했다.

제품 개발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모양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에너지 분야의 엄청난 혁명에 해당한다.

어찌 되었든 나는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집 안에 들어서니 집안 내 모든 며느리들이 모여 술과 수다 판을 벌이고 있었다.

보아하니 JS엄마가 대장 노릇을 하며 주도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조용히 경청하는 분위기다.

술이 과한 데에다 피곤도 하였으므로 곧바로 잠에 빠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