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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202 아버지의 무관심, 그 위대한 자연법칙

by 굼벵이(조용욱) 2021.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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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2. 2.()

 

아침 7시에 괘종시계에서 울리는 종소리에 잠이 깨어 일어나 지하 차고로 내려갔다.

책을 읽고 싶은데 마침 책이 든 가방을 차에 두고 왔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읽기 시작한 괭이부리마을 사람들’(김중미 저)은 책을 잡은 지 몇 시간 만에 금방 끝마쳤다.

이 책도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이나 비슷한 류로 삶의 애환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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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가에서 아침에 이어 점심까지 얻어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럴 때마다 조금 미안스럽다.

집사람이 솔선해서 식사 준비를 한다면 모를까 늙으신 장모님에게 맡기고 집사람은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좌불안석이 되어 집사람을 억지로 깨워 식사 준비를 도우라고 하지만 집사람은 내 말을 잘 들으려하지 않는다.

자신의 부모에겐 지난날의 습관대로 늘 그렇게 기대고 싶은 모양이다.

저녁에 일기를 정리하면서 경신이와 호신이에게 괭이부리마을 사람들하고 마당 깊은 집을 꼭 읽으라고 했다.

(내 뜻일 뿐 아이들은 나의 간곡한 당부를 들어주었는지 이후 확인해 보지 못했다.

별로 아이들 생각이나 행동의 변화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안 읽은 것으로 추산된다.

부모가 자식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하지만 인위적으로 변화를 도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자칫 잘못하다간 拔苗助長의 우를 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버지의 무관심이 자녀교육의 제일덕목으로 꼽히는가 보다.

모든 어린 것들은 병아리에 대한 어미닭 같은 사랑으로만 양육된다.

어미닭은 병아리를 추위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품 안에 품고 지내며 구구대며 먹이 있는 곳을 알리고 먹을 수 있도록 먹이를 잘게 잘라주기까지 한다.

병아리들은 자기들끼리 돌아다니며 놀고 싸우면서 스스로 성장한다.

수탉은 그 어린 병아리를 쪼기까지 한다.

이렇듯 만물은 언제나 자신만의 관점대로 보고 듣고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