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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217 우린 그냥 짐승일 뿐이다

by 굼벵이(조용욱) 2021.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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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2. 17()

 

아침 11시 조금 넘어서 J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OO처 OOOO팀장으로 새로 부임해 왔는데 OO회 멤버들이 눈에 밟히니 함께 저녁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OO회 친구들에게 J부장 뜻을 밝히고 함께 저녁식사를 하자는 메일을 띄웠다.

J부장은 내가 회장으로 있는 OO회 직전 회장이었다.

KY는 경영평가 교수를 접대하기 위하여 부장, 처장과 함께 나갔고, J과장은 출장중이어서 부득이 참석을 하지 못했고 KM과장만 별다른 이유 없이 빠지고 모두 모였다.

스페셜게스트로 KN와 W부장이 초대되었다.

나는 J부장 주머니 사정도 생각해야 했으므로 일미 쌈밥집으로 약속장소를 정하였다.

W부장은 양주를 두병 준비해 왔다.

모두들 즐겁게 선후배의 우의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마무리를 부탁하는 회원들에게 내가 2차를 제안하였다.

상당수의 친구들이 2차에 응했고 모두들 500CC 생맥주 한 컵씩 마시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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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타고 집으로 귀가하는 중에 KY과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Y의 특명이라며 XO로 오란다.

가보니 KY와 Y 외에 P과장이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으며 잠시 후에는 KM과장까지 합세했다.

KY가 나를 포함하여 모든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나와 KM과장만 걸려든 거다.

P는 술집에 가면 제왕적으로 행동한다.

술집 아가씨를 고양이 쥐 다루듯 다루며 재미나게 논다.

그렇게 우리를 소집해 놓고는 오늘도 Y는 중간에 도망가 버렸다.

그럴 걸 집으로 들어가는 사람을 왜 불러들여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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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작은누나가 이혼한다며 서류를 제출하러 법원에 갔다고 한다.

나보고 작은 누나네 가서 만나보고 어떻게 좀 해보란다.

작은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모든 게 다 끝났다며 퉁명스런 목소리로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하기야 그녀의 눈에 나는 늘 어린 막내 동생인데 어디 내 말을 들으려 하겠는가!

결국 그녀는 큰누나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대전 형님 집으로 가서 하룻밤을 자면서 형과 이야기를 나눈 모양이다.

(그렇게 난리 치던 사람들인데 18년이 지난 지금도 이혼하지 않고 그냥저냥 맞춰가며 살아가고 있다.

나도 불협화음 속에서 여러 번의 위기를 겪었지만 지금까지 한 집에서 딴방살이 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떤 땐 한바탕 푸닥거리하고는 달포 넘게 소 닭 보듯 살기도 한다.

정답을 모르겠지만 지금도 때론 딴살림을 꿈꾼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인데 굳이 힘들게 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특히 섹스와 관련해 해소가 잘 안 될 때 더욱 그런 갈등을 느낀다.

그러고 보면 섹스라이프 만큼 중요한 것이 없는 듯하다.

그래서 우린 그냥 짐승일 뿐이다.

나는 섹스한다, 고로 존재한다.’

진화생물학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