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3. 4(화)
갑자기 목이 무척 아파왔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신 상태에서 이불을 제대로 덮지 않고 자다가 심한 목감기에 걸린 거다.
얼마나 아픈지 방정맞은 생각까지 들었다.
(그때 비타민 C를 상복했더라면 이런 불편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내겐 비타민 C를 매일 상복한 이후 감기로 고생하는 일이 사라졌다.)
심한 고통 속에서도 이른 아침부터 노무처장 방에 가 OO직 임금제도 개선 관련 브리핑을 하였다.
노무처장 사인을 받은 뒤 곧바로 OO처 P과장에게 서류를 인계하였다.
P과장은 계속 투덜거리며 내 검토서에 불만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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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이 태산 같아 바빠 죽겠는데 부장은 자기가 참석해야 할 구조조정실 회의에 나를 대신 보냈다.
산자부에서 노동연구원에 용역을 주어 OO분할 시 노조를 달랠 수 있는 방법에 관해 연구하게 했는데 이와 관련한 회의라고 한다.
오후 3시부터 진행된 회의는 길게 이어져 퇴근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OO지사 총무부장, OOOO본부 B총무부장, 노무처 K부장, OOOO실 L부장이 참석했다.
L부장이 모든 토론을 리드해 나갔다.
혼자 잘난 척하며 대화의 2/3이상을 독점한 듯하다.
다른 사람이 의견을 말할라치면 그가 나서서 말허리를 자르며 덧칠을 했다.
누군가 인사 관련 용역을 의뢰한 사실이 있는가에 대해 질문했을 때에도 그가 나서서 있다고 답해 내가 나서 내가 근무했던 최근 10년 동안 그런 용역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더니 그는 내게 핏대를 올렸다.
내게 이 친구 저 친구 찾아가며 마치 내가 잘못 알고 있는 양 핀잔을 주었다.
내 일인데 아무려면 나보다 자기가 더 잘 알까.
인상도 별로인데 말하는 뽄새도 더러웠다.
부아가 치밀어 올라왔지만 꾸욱 참고 차분하게 ‘OO분야에서 구조조정시 bain and company에 의뢰해서 OO진단을 받은 적은 있지만 인사분야는 그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 의뢰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용역이 필요 없는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정부에 의한 직급별 정원통제라는 커다란 제약이 있는 점과 OO인의 의식구조 그리고 노사문화의 특징을 설명한 뒤 인사고과의 실례를 들어 입증해 주었다.
아울러 전기라는 상품의 생산과 소비 특성상 실적주의나 성과주의가 정착하기 어려운 문제까지 곁들여 설명했다.
또한 OO분할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OO직이 엄청난 문제점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왜냐하면 그들이 고임금 저생산성의 표본이고 협력사에서 인력대체가 가능하므로 민영화 시 그들이 가장 먼저 타겟이 될 것이며 따라서 생존을 위한 극렬한 투쟁이 이어질 것이고 품성 또한 단순 무식해서 사고의 위험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아마도 이전까지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이론이기에 나의 주장에 참석자들이 신선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덕분에 저녁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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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선짬뽕 한 그릇을 먹고 밤 10시가 넘도록 KY와 함께 야근했다.
목이 많이 아팠으므로 목 폴라를 하고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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