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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619 용쟁호투

by 굼벵이(조용욱) 2022.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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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6. 19()

경영혁신위원회가 11층 경영간부회의실에서 열렸다.

처장님은 명성 그대로 집요하게 경영혁신에 관한 자기만의 이론적 영역을 조금씩 확장해 나갔고 그러기 위하여 내게 끊임없이 자료를 요구했다.

그것도 모자라 회의장에 나랑 함께 들어가잔다.

그의 기질은 정말 집요하고 대단했다.

그는 M처장과 일대 혈전을 벌였다.

M처장이 내세우는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반대의견을 표했고 보이지 않는 불꽃을 일으키며 감정대립까지 보이는 듯했다.

하긴 M처장의 스타일도 그렇지만 그를 뒷받침하고 있는 Y부장과 P과장의 이론체계가 그에게는 무척 못마땅했을 것이다.

Y부장과 P과장은 위원도 아니면서 높으신 분들 회의 도중에 불쑥불쑥 끼어들어 자신들의 주장을 피력하기까지 했다.

내가 보아도 그런 모습이 참으로 오만하고 방자하게 보이는데 관료제적 계급의식이 뼛속까지 박힌 김처장에게는 얼마나 참기 힘든 일이었을까?

아무튼 경영간부회의는 대체로 김처장이 의도한대로 잘 끝났다.

***************

 

K부장이 술 한 잔 하자고 불러 L과장, KNS와 함께 OO지점으로 갔다.

우리는 꼼장어집에서 산 꼼장어 구이를 안주로 소주를 마셨다.

1차가 끝나자 K부장은 우리를 허름한 카페로 데려갔다.

우리는 맥주를 주문했지만 K부장은 양주를 마셔야 한다며 굳이 양주를 주문했다.

폭탄주 두 잔씩을 기본으로 먼저 마시고 나서 알잔을 나누었다.

비명횡사한 우리들의 작은 영웅 S전무님에 대한 향수가 주된 술자리 담화내용이었다.

KNS는 열을 올려 한참을 떠들더니 아니나 다를까 금세 꾸벅꾸벅 졸다가 테이블에 코를 박고 잠이 들었다.

(그가 나중에 중병을 얻게 된 원인이 이런 잘못된 습관에 있지 않나 싶다)

우리는 양주를 2병이나 마신 후에야 헤어졌다.

마침 지갑에 10만원권 수표 한 장만 달랑 들어있어 택시비를 대신 내줄 수 없기에 KNS에게 마지막 내리면서 내라고 하고 그냥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