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6.18(수)
혹시나 싶어 회사 관련 신문기사 스크랩 보기도 스킵하고 아침 일찍부터 어제 하던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경영혁신위원회 부의안건에 대하여 건별로 comment paper를 조그맣게 만들어 예쁘게 풀로 붙여나갔다.
역시나 내 예감 그대로 처장님이 나타나 내 작업 과정을 흘깃 훔쳐보고 지나갔다.
KM 과장과 함께 1직급 승격 소요연한 조정 관련 보고서와 3직급대우 관련 보고서를 들고 가 처장님 앞에 놓으면서 함께 읽어보시고 위원회에 가시는 것이 좋겠노라고 말씀드렸다.
나름대로 처장님이 만족해하시는 것 같았다.
처장님이 무슨 연유인지 점심때는 전 부장과 과장들을 불러 우일관에서 뚝배기 점심을 사 주셨다.
말로는 처장님이 KTH과장에게 무엇을 물었는데 k과장이 밥을 사줘야 가르쳐준다는 말을 해서 사는 거라고 하지만 엊그제 우리에게 푸닥거리 한번 하고 미안해서 그러시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암튼 재미있는 양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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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노조 P국장에게서 전화가 왔길래 앞으로는 노사협의회 안건 정할 때 사전 협의 없이 덜렁 정하지 말고 먼저 나랑 상의하고 사전 조율이 가능한 것은 먼저 조율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그러면 내일 찾아오겠노라고 하더니 오늘 점심 식사 후 곧바로 나타났다.
P국장이 가져온 안건은
OO고시 시험과목을 줄여달라는 안
O직급 OO전환고시 배정인원을 10%에서 20%로 확대해 달라는 안
OO직까지 다면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안
O직급 승격시기를 조정해 달라는 안 등이다.
그걸 보는 순간 갑자기 머리에 열이 올랐다.
나는 얼른 조선일보에 난 기사를 보여주며 그곳에 난 기사 중 직원 평균연령에 관한 기사를 혹시 읽었는지를 물었다.
조선일보는 산자부와 짜고 우리공사를 온갖 비리의 온상이고 병든 공룡으로 몰아가는 기사로 한 면 전체를 할애했다.
그도 같이 흥분했다.
다음에는 사장 지시사항도 보여주었다.
사장은 OO직 OO직을 없애라는 주문을 했다.
사장 지시사항을 보더니 놀라 펄쩍 뛰면서 사장실 점거를 하겠다고 한다.
사장실 점거가 중요한 게 아니고 시대적 흐름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 시대적 흐름이 어떤지를 알고 무조건 막으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회사가 어떻게 하면 제대로 갈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면서 그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OO직 OO직들이 그동안 회사에 터무니없는 요구들을 줄기차게 해 오다 보니 그럴 바에야 차라리 없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의 마음이 조금은 흔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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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거의 초죽음이 되어있었다.
그보다도 그를 둘러싼 온 가족이 극심한 고통 속에 보낸 듯싶다.
나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당신 정도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면 지금보다 두 세배 이상 높은 가치를 밖에서 인정받을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똑바로 서서 가족과 회사에 신뢰감을 주어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그가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있을 때 다른 친구들이 진술하는 내용을 들었는데 H, P, K에게 계속하여 상납이 이루어졌고 OO부서, OO부서에도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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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퇴근 무렵에 Z에게 저녁이나 같이 하자고 했다.
결국 다른 과장들이 선약이 있어 KY 과장만 자리를 함께 했다.
삼겹살 집에서 소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는 항산이 있어야 항심이 있다는 맹자의 이론을 들면서 그래서 자기도 처남하고 합자해서 회사를 하나 차렸다는 이야기를 했다.
자기 와이프가 사장이란다.
부동산 관리에다 의류 수출 업무도 하는 회사라고 했다.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KY가 맥주 한 잔 더하고 싶어 했지만 아이들 컴퓨터에 마우스를 새로 달아주기로 했다고 하니 그러면 그냥 들어가자고 해 일찍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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