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8. 11(월)
K 과장은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
허구한 날 삐딱하게 앉아 헤드폰 끼고 일 대신 딴짓을 하지 않나 일을 시켜도 검토서 하나 맘에 드는 게 없다.
그의 검토서는 고쳐 쓸 수도 없어 내가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써야 한다.
늘 빈둥거리는 데에다 아침 출근도 늦어 나의 지적을 받고도 별로 개선의 기색이 없다.
정말 답답한 친구다.
과장이 그러니 옆에 있는 직원도 적극적이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컴퓨터 화면이 늘 인터넷으로 가 있다.
CTC 운영방안에 대하여 검토하라고 지시한 지가 2주일이 지났건만 그녀는 지금까지 보고서를 제대로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번 가져온 보고서를 보고 보고서 작성 요령부터 다시 설명한 후 보다 적극적인 검토를 지시했었다.
처장님 요청에 의해 그들에게 일일업무를 제출하라고 했는데 그들이 제출한 일일업무를 보더라도 하루 종일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들은 아마도 매일매일 업무량을 체크하는 나의 태도에 죽을 맛일 것이다.
이번 주나 아니면 다음 주 중에 그들이 제출한 일일업무 일지를 공유하며 개선점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OO실 K과장에게 연락이 왔다.
지난번에 OO실 친구 몇몇하고 소주나 한잔 하자고 했었는데 휴가나 감사 등으로 자리 마련이 어려웠었는지 이제야 연락이 온 것이다.
KMM과장과 O부장이 함께 했다.
술자리를 마치고 11시 무렵 귀가하기 위해 전철을 기다리던 중 P부장을 보았다.
그는 TB회에 대하여 한을 품고 있었다.
경상도 사람들이 한참 득세할 때 전라도 사람이면서 자기들을 돌보지 않고 경상도 권력에 아부하며 부역했다고 전라도 정권이 들어서자 전라도 사람들이 그를 잘나가는 경상도 사람들 모임인 TB회 회원이라고 몰아세우는 바람에 승진도 못하고 5년이나 지방에서 전전긍긍하다가 이번에 OOOO처로 들어왔다.
그는 한이 서려 있었다.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에게 우리 회사는 그런 정치판의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었다.
우리 회사는 그동안 어느 정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영향을 받아왔다.
정치권이나 행정부처보다 오히려 심한 권력 다툼과 이동이 이루어져 왔다.
나는 언제나 그런 고래들 사이에 낀 새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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