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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강 슬픈 조폭
아포리아란 말 아세요?
난제, 풀 수 없는 문제를 아포리아라고 해요
다른말로 하면 말문이 막힘입니다
철학은 언제나 아포리아와 맞서는 것이죠
말문이 막히는 충격을 받으면 반드시 말로 풀어야 합니다
그게 사유입니다
모든것을 다 잊게 만드는 지고한 구경거리가 뭘까요?
그건 죽음이에요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죽는 것이죠
아우구스티누스는 우리의 시선은 음탕한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우리의 시선은 궁극적으로는 아름다운 것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근본적으로는 피 구경을 하고싶어요
엘리아스 카네티 식으로 얘기하면 인간이 권력을 첨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죽은 사람을 봤을 때라는 거죠
죽은 사람은 항상 쓰러져 있어요
반면에 나는 서 있죠
쓰러져 있음과 서 있음의 관계 이것이 권력이라고 얘기하는데 결국 우리는 그걸 보고 싶어 하는 거예요
중세의 기사 문학을 보면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하나는 연애담이예요
결혼한 귀부인을 택해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해요
근본적으로 보면 실현 불가능한 사랑입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일종의 자기 수련이죠
기사는 생과 사가 갈리는 경계점에서 삶을 유지해야 되는 사람들이거든요
남들은 못 가본 곳을 가는 사람들이에요
남들은 보지도 듣지도 못한 것을 경험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기사들이 전쟁터 같은데를 갔다 오면 이야기꾼이 되요
이런일이 있었다며 진기한 얘기를 하는것이 기사 문학의 특성입니다
악한 보스와 선한 주인공이 하나로 뭉쳐 있는 곳이 바로 나의 내면이에요
하나의 통합 체로서의 나를 가지고 있지 못하고 도플갱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보스로서의 자아와 착한 주인공으로서의 자아로 분리 될 수밖에 없어요
외부에 그런 나를 보였다가는 찌질이라 그럴까 봐 나만 간직하고 있는 나가 있습니다
약한 나예요
그러나 여러분들이 사회에서 역할을 하려면 또 하나의 나를 만들어야 합니다
강한 나죠
보스로서의 나에요
사회적 자아죠
강요된 자아에요
찌질이 달팽이에게 동경이 생겨요
나도 쟤처럼 강했으면 하는 꿈이죠
이것을 아도르노는 미미크리라고 불러요
미믹이라는 말은 연극이라는 뜻이죠
딱정벌레가 적을 만나면 죽은 척하는 거예요
그게 미미크리에요
'나 죽었거든 그러니까 더이상 건드릴 필요 없어'라는 거예요
살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을 통해서 표현 됩니까?
죽음을 모방 하면서 표현이 돼요
이걸 미미크리라 그래요
적이 원하는 것이 되어서 살려고 하는 거죠
나는 저 강한 것이 되려는 게 아니라 강한것과 무관 해질꺼야
강함과 약함의 관계가 없는 삶 다른 가능성을 찾아갈 거야 이렇게 생각하는것이 미메시스예요
그래서 두가지 동경이 있습니다
하나는 나도 강한 적처럼 될 거야라는 것이죠
또 하나는 예술적 동경인데 거기엔 강자가 없고 강자에게서 타격을 받는 나같은 존재도 필요 없는 폭력 관계가 없는 세계를 꿈꿀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러나 아도르노식으로 얘기하면 인간은 미메시스의 길을 걸어 오는 대신 미미크리의 길을 걸어왔다는 겁니다
달팽이는 꿈을 꾸기 시작하죠
나도 강자가 될꺼야
강함이라는 가치가 생겨요
이 가치는 어디서 왔을까요
달팽이 자체에서 왔나요
아니에요
적에게서 온 거예요
내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동시에 이 적이 인정되는 거예요
이것이 착종관계라는 것입니다
아도르노의 사유 중에 중요한 지점은 에덴동산이 없다는 것입니다
상처는 처음부터 있었다는 거죠
아담이 처음 본 것은 아버지가 개를 때려 잡는 모습이었다
약육강식의 원칙을 따라서 살지 않으면 안되었다는 얘기죠
문명의 꿈은 다른 게 아니라 이런 싸움을 안하는 세계예요
이런 싸움이 없는 인간적인 사회, 강자와 약자가 없는 사회를 인간의 힘으로 만들려는 것이 문명이 꿈이었어요
인간은 파멸이라는 운명을 껴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스 비극은 그것을 보여 줘요
내가 숨기고 싶어 했던 것 인정하고 싶지 않아 했던 것을 주인공들이 보여 주죠
그럼 무엇이 없어집니까
두려움이 없어집니다
내안에 있었지만 보고싶어 하지 않았기때문에 꽁꽁 막아 놨던 것을 일단 보고 나면 두려움이 없어져요
이게 카타르시스예요
두려움으로부터 해방 되기때문에 쾌를 가져오는 겁니다
결국 아도르노가 얘기 하려는 것은 내가 나라고 부르는것은 사실 나가 아니라 사회의 미미크리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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