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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1208 첫눈 내리던 날에...

by 굼벵이(조용욱) 2022.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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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 8

첫눈이 내렸다.

첫눈이 왔다며 집사람이 아이들을 깨운다.

평소에는 들은 체도 안 하던 녀석들도 첫눈이 왔다는 말에 벌떡 일어나 첫눈을 구경한다.

사람들은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며 산다.

삶은 스토리라는 말은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말이다.

인간은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그 삶의 의미가 던지는 질문에 끊임없이 응답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꼭 '빅터 프랭클'이 아니어도 누구나 이어가는 보편적인 삶의 방식이다.

 

오후에는 MK이 한테 전화를 걸었다.

한때 나를 사랑했던 여인이다.

첫눈을 보며 나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흘러간 옛사랑에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서다.

그녀는 엄마가 편찮으셔서 병간호 중이란다.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테니 그때 소주나 한잔하잔다.

연말이라 정신없이 바쁜 때여서 일정이 어찌 될지 모르겠다.

 

S전무님을 만났다.

S전무는 K사장에게 강제 해직당한 후 지금까지 6개월여를 쉬고 있다.

지난번 KDN 감사로 내정 받았었지만 정치권에서 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4kg이나 줄이셨다고 한다.

그동안 헬스나 각종 운동을 통하여 체력관리를 하셨단다.

지나치게 승진 따위에 의미부여 하며 자신만의 인생을 망치지 말라고 하신다.

직원으로 퇴직하나 전무로 퇴직하나 어떤 놈 하나 알아주는 것 아니니 건강하게 정년까지 버티라고 한다.

아울러 직장생활 하는 동안 퇴직 후 삶에 대하여 미리미리 대책을 마련하란다.

나름대로 재테크도 하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지를 여유 있을 때 사전에 준비하라는 거다.

전무님 말씀이 백번 옳다.

내가 가진 가장 소중한 술 발렌타인 30년산 술을 전무님에게 전해드리면서 50만원을 신권으로 바꾸어 함께 넣어드렸다.

아무 수입도 없는 지금 아마도 용돈이 필요하실 것 같아서다.

집에 가는 전철 역 앞에서 술 한 잔 더 하시겠느냐고 물으니 그만하시겠단다.

무거운 마음으로 전철을 타고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