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16(금)
아침 일찍 어제 있었던 노동사무소 상황을 보고했다.
K처장은 내게 상대방 진술서와 우리의 진술서를 노동사무소에서 빼오라는 주문이었다.
내가 어렵다고 하자 특유의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며 안 된다는 사고방식부터 버리고 일단 노력해 보라는 주문을 하였다.
근로기준법상 근로감독관의 비밀준수 의무를 명시하여 놓았으므로 그것은 불법행위고 자신의 직업 윤리나 생명과 연결된 것이어서 불가능할 뿐더러 해서는 안될 짓이다.
하지만 무데뽀식으로 안되는 건 없다고 여기며 살아온 K처장이 그의 삶의 방식을 내게 우격다짐으로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더이상 항변하는 일은 매를 버는 일이어서 입을 닫았다.
전무님에게도 어제상황을 보고했다.
전무님이 노동사무소장의 인적사항과 진정서 처리 절차에 대하여 보고해 주기를 희망하셔서 관련 자료를 조사한 뒤 오후에 보고 드렸다.
오늘은 술 안 먹고 일찍 귀가했다.
아이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 후에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위하여 매월 학원에 내는 돈만 무려 120만원이다.
그런데 이녀석들은 시계부랄처럼 덜렁덜렁 학원만 왔다갔다 하지 도대체 자발적으로 공부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
자신이 스스로 공부하면서 학원의 도움을 받는 것인데 아이들은 정 반대로 자신의 공부와 상관 없이 엄마가 학원에 보내니까 어쩔 수없이 간다는 식이다.
결국 엄마 때문에 학원에 가는 거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울화통이 터져 밥 먹다가 한마디 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아내는 무엇보다 싫어한다.
컴으로 영화를 보는 중에 아이들이 내 방에 들락거린다.
신기하게도 그럴 때마다 영화 속 야한 장면이 진행중이다.
아이들이 나타날 때마다 급하게 화면을 바꾼다.
아이들이 자기 컴퓨터에 앉아 공부를 한다고 한다.
내 컴퓨터를 통해 반사돼 나오는 맞은 편 아이들의 컴퓨터를 살피니 공부하는 척 눈속임을 해가며 채팅 등 딴 짓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아직 어려 내가 반사화면으로 녀석의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정신없이 딴짓에 몰입한다.
무어라 한마디 하려다가 참았다.
지금껏 수없이 이야기해도 시정이 안되는 것을 어쩌랴.
마음을 내려놓고 모른척 앉아 있다 잠이 와 책을 들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내가 TV를 켠다.
책을 볼 수가 없다.
독서도 포기하고 그냥 아내와 함께 TV를 보다가 스르르 잠에 떨어졌다.
(주디스 리치 해리스의 양육가설이 좀 더 일찍 나왔더라면 아이들 때문에 힘겨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아이들은 또래집단과 더불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하고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지 절대 부모가 교육시키는 대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교육의 방향도 많이 바뀌었을 것이고 아이들 인생도 달라졌을 것이다.
물론 집사람이 나랑 같은 생각을 가졌을 때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사람은 자신의 방식을 고집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우린 결국 아이들 생각을 배제한 채 우리 생각대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 인생을 망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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